자유 게시판

송재용 교수님의 다양한 소식

2020년의 회고

Date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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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도 논문 작업 등으로 예외없이 연초에도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설 연휴가 되었네요. 매년 비슷한 이야기를 적지만 2020년이야말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 적었던 글을 읽어 보니 한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을 경고하면서 한국 경제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절반 이상을 채웠던데 그 생각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원래 한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만을 예측했었지만 이제 세계 경제의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이 되었네요. 물론 각국 정부의 천문학적 재정과 유동성 투입으로 올해는 세계 경제가 급반등하고 (작년도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기저 효과까지 더해져서)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도 이런 유동성 투입이 지속되는 한 계속 좋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부채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 나서 2020년 말 기준 전세계 총부채 비율이 360%대로 치솟았기에 조만간 부채 급증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부채가 급증하면 개인은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증세가 불가피하니까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고 Pandebtmic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중장기 저성장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당분간은 주식 시장에서 유동성 파티를 즐기시되 유동성 투입이 줄거나 긴축/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시점에는 유동성 파티의 끝이 상당히 ugly 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코로나 사태로 심화된 양극화로 인한 사회 갈등과 포퓰리즘의 증대도 심히 걱정이 됩니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 사태로 불가피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 필요 이상으로 남발되어 적자 국채 발행이 급증하고 GDP 대비 국가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서 (불과 2년 전 30% 대에서 내년에는 50% 이상이 될 것입니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우려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와중에 전세계 반도체, 가전, 자동차용 배터리, 진단 키트 등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의 저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날로 강화되는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적 규제 정책들로 인해 언제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리쇼어링이 강화되고 있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한국에서 공장의 해외 탈출이 가속화되지 않을지 걱정이 많이 되네요.

작년에도 적었지만 중남미의 아르헨티나나 베네주엘라가 잘 보여 주듯이 포퓰리즘과 재정 건전성을 무시하는 지나친 확장 재정은 선거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서 경제를 근본적으로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경제학적으로 보면 심히 우려스러운 기본소득 주장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어서 더욱 걱정입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장용성 교수님 등의 연구에 의하면 모 정치인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매년 300조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고 대규모 증세는 불가피하여 경제는 심각하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라도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해서 민간 부문 투자와 신성장 동력 창출을 통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평범한 경제학적 진리에 대한 재인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최고의 복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고 세금을 기반으로 한 공무원 일자리의 증원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에 결국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것이 정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제가 요즈음 한국 경제와 기업의 뛰어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의해 거꾸로 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기에 금년에도 사설이  길어졌네요. 이제 제 이야기를 좀 해 보면 2020년은 8월에 세계 최대의 경영학회인 전미경영학회 (Academy of Management)의 국제경영분과 (International Management Division)의 회장 (Chair)으로 취임하여 더욱 바쁜 한 해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상 최초로 AOM의 정례학술대회 (원래 전세계에서 12000 명 이상 모입니다)가 사이버로 전환되어 취임식도 사이버로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에 국제경영분과 회원이 2500 명 가까이 있기에 코로나 시대에 적극 대응하여 각종 웨비나 시리즈를 론칭하여 학회 활동을 학술대회 때 만이 아니라 연중 내내 진행되는 방향으로 전환시키는데 주력했습니다. 작년부터 매달 1-2회씩 진행되기 시작한 웨비나 시리즈에 대한 회원들의 호응은 매우 커서 매 회 200-400명 정도가 등록해서 나름 보람은 있었지만 매 주 평균 2-3일 씩 밤마다 줌 미팅이나 웨비나를 챙기느라고 밤이 낮만큼 바쁜 나날이 되었습니다.

또한 작년에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으로 임명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습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은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서 선출된 이공계 석학들이 대부분이어서 경영학자인 저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는데 추천을 받아 작년에 정회원으로 정식 임명된 24분 중 한 명이 되는 영광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innovation 관련 연구도 많이 해 왔기에 추천을 받고 선출이 된 것 같습니다. 한림원의 여러 학부 중 정책학부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과학 기술 발전에도 조금이나마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4분기에는 서울대 학술연구상 (최근 이름이 바뀌어 정확히 말씀드리면 학술연구교육상 연구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교수에게 있어서 연구와 교육은 양대 축입니다. 2009년 서울대 교육상 수상에 이어 이번에는 연구상을 받게 되어 교수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는 인증을 서울대로부터 받은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연구상은 10년 간의 연구 업적과 학계 공헌을 기반으로 수상자가 정해졌는데 심사 대상 연구 업적의 상당 부분이 제자들과 공저한 논문들이기에 저 혼자 수상한 것이 아니라 제 연구실 커뮤니티가 공동 수상했다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는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 2000만원은 잘 보관하고 있다가 추후 은퇴하면서 한국의 전략경영/국제경영 커뮤니티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에 사용할 생각입니다.

또한 서울대 경영대에서 도입한 석학교수로 3연임된 것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석학교수의 3년 임기를 연장하려면 기간 동안에 top 저널에 최소 1편 이상의 논문이 게재 (확정)되어야 하는데 제가 처음으로 3회 연장이 되었습니다. 이번 임기는 작년 5월부터 새로 시작했는데 이미 1편이 게재되고 2편이 게재 확정되어 4, 5 연임도 사실상 확정되어 2029년 은퇴할 때까지 석학교수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년 임기 중 2편 이상인 경우 한 편을 차차기 임기를 위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top 저널에서 논문 3편이 게재 확정되어 연구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올린 한 해였습니다. 특히 3편 모두 제자들과 함께 한 논문이라서 더 의미가 크게 다가 왔습니다. Arizona State University의 교수로 있는 제자 채희원 교수와 공저한 논문이 전략 분야 top 저널로 FT UT Dallas 리스트에 공히 등재된 저널인 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서 게재 확정되었습니다.. 또한 제자인 묘우철 교수와 NYU Robert Salomon 교수와 공저한 논문이 역시 전략 분야 top 저널로 FT UT Dallas 리스트에 공히 등재된 Organization Science에서 게재 확정되었습니다. 또한 제자인 UIUC 박사과정 서은광 학생과 UC Berkeley 박사를 졸업하고 재작년에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 교수가 된 강효석 교수와 공저한 논문이 전략 분야 top 저널로 FT UT Dallas 리스트에 공히 등재된 저널인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JIBS)에서 연 초에  게재 확정된 후 작년에 게재까지 완료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서울대 박사 과정을 졸업한 박연진 박사 및 김초월 박사와 각각 공저한 논문들이 경영학연구, 국제경영연구 등에 게재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London Business School 교수인 장성용 박사, 김현섭 교수와 공저한 논문도 FTUT Dallas 리스트에 공히 등재된 또 다른 top 저널인 Academy of Management Review에서 수정 후 재심사 (R&R) 중입니다. 금년도에도 서강대 김유진 교수, 장성용 교수 등 제자들과의 논문 작업으로 계속 바쁠 것 같습니다만 제자들과의 논문 작업이야말로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대 석박사과정을 졸업한 제자들과 공저한 논문들도 국내외 저널에 투고하였거나 할 예정입니다.

작년에는 기존 논문에 대한 인용 횟수도 꾸준이 증가하여 Google Scholar 에서 합산된 인용 횟수가 오늘 현재 4700회를 넘었고 올해 5000회 돌파가 확실시됩니다. 특히 2002년도에 출간된 Management Science 논문은 인용 횟수가 1200 회를 넘었고 100 회 이상 인용된 논문의 총수도 13개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교수로서 가장 기쁜 일은 우수한 학생들을 지도하고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보는 일입니다. 제가 제일 보고 싶은 것이 제자들이 청출어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도 제자들의 선전이 이어져 Michigan에서 박사를 취득할 예정인 이새롬 군이 제 모교인 University of Pennsylvania Wharton School에 교수로 부임하였습니다. 또한 김현섭 교수가 학교를 옮겨서 미시시피의 Jackson State University로 옮겨 잘 적응하는 것 같아 기쁩니다. 이로서 제 제자들이 London Business School (영국), HEC Paris (프랑스), McGill (캐나다),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싱가폴), Arizona State University, Carnegie Mellon, Georgia Tech, Jackson State University, Salem State University, Seattle University, Tulane University, USC, Wharton (미국), 서강대,한양대 (한국) 등 미국 동//남부는 물론 전세계에 포진하게 되어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되게 되면 해외 출장 갈 때 제자와 상봉하는 기쁨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제 조교였던 명재원 학생이 Michigan으로 박사 유학을 떠난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명재원 학생은 Cornell대를 졸업한 연구실 최초의 외국 대학 출신 석사 조교였는데 한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에 잘 적응하여 열심히 학업에 정진한 결과 명문대로 박사 유학을 가게 되었고 작년 연말에 결혼도 하였으니 본인에게 매우 의미있는 한 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매년 글에서 반복해서 적고 있듯이 제 지도하에 석박사과정에서 한국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저는 정말 행복한 교수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우수한 인재들을 보다 잘 training 시켜서 세계적인 학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제자들과 공저한 논문들이 top journal에 게재되거나 R&R을 받고 있고, 현재도 여러 제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계속 깊은 인연을 이어 가고 있어서 매우 기쁘고 보람있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실 커뮤니티의 선후배간에도 여러 연구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아래 게시되어 있는 "서울대 사람들"의 제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제게 가장 소중한 꿈이 제 연구실 커뮤니티가 제가 은퇴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전략 분야 학자들을 배출한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박사 7명을 배출함과 동시에 Wharton, MIT (2), UC Berkeley (2), Columbia (2), Michigan (4), INSEAD, UIUC, Maryland, Minnesota, Toronto, USC, OSU와 같은 해외 명문대에서 제 제자들이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거나 재학 중에 있고 이 중 상당수와 현재도 연구를 공동 진행하고 있기에 제 가장 큰 꿈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기쁩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1997년 가을부터 교수 생활을 시작하여 2029년 여름에 정년 퇴임을 하게 되니 이미 교수 생활의 반환점을 훨씬 넘어 8년 반이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아 왔고 제가 기대하였던 것보다 훨씬 이상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 냈습니다. 위에 적었듯이 서울대에서 경영대 석학교수를 계속 연장함과 동시에 서울대 본부가 주는 양대 상인 연구상과 교육상을 모두 받았습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되고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한국경영학회 부회장에 이어 Academy of International Business (AIB) Fellow로도 선출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대학 교수 최초로 전미경영학회 (AOM)의 국제경영분과 회장까지 되었기에 이제 학자로서, 교수로서 제가 더 이루어야 할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인 것처럼 이제 여행도 자주 가고 (코로나로 해외 여행은 부득이 중단되었지만) 독서도 더 많이 하는 등 인생을 좀 더 즐기는 한편으로 계속 열심히 연구와 강의, 학회 활동을 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금년에도 좀 늦었지만 여러분들도 원하시는 바 모두 성취하시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