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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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10/1098643/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일류로 도약시킨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 이 회장은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으로 글로벌화, 디지털화. 지식기반경제화라는 21세기 패러다임 변화를 예견하고 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21세기 글로벌 초일류기업`의 원대한 비전을 제시한 비전가(visionary)였다. 이 회장은 삼성을 어떻게 글로벌 일류로 도약시켰으며, 이재용 부회장은 어떠한 방향으로 삼성을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1990년대 삼성은 글로벌시장에서 이류 기업이었다. 이 회장은 아날로그 시대에는 소니 등 일본 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디지털 기술에 집중 투자한 결과 삼성은 1998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디지털 TV를 출시했다. 21세기 들어 디지털 기술이 대세가 되면서 2006년 삼성은 소니를 제치고 TV 산업에서 세계 1등이 됐다. 이 회장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고도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마케팅, 디자인 등 소프트 경쟁력 강화에 총력 투자를 했는데 이는 무형자산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 부합하는 전략이었다. 이렇게 육성한 세계적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을 기반으로 삼성 브랜드는 세계 최고로 도약했다. 인터브랜드 랭킹에서 삼성 브랜드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이어 5등으로 올라감으로써 도요타, 벤츠 등을 제치고 비미국계 기업 중 1등이 됐다.
이 회장은 신경영 이후 삼성 특유의 패러독스 경영을 정립했다. 패러독스 경영은 차별화와 저원가, 규모의 경제와 스피드같이 양립하기 힘든 요소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이다. 삼성은 △대규모이지만 의사결정과 실행 스피드가 빠르고 △다각화·수직적 계열화되었지만 주력 사업의 전문성을 극대화시켰으며 △미국식 전략경영과 일본식 현장경영의 장점을 조화시켜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을 발전시켰다. 필자는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을 연구해 영어, 중국어 등 다수 언어로 번역 출판된 `삼성웨이` 책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논문 등을 통해 해외에 알려 왔다. 2014년에는 미국의 대표 기업 GE의 전 임원을 대상으로 삼성 패러독스 경영을 강연할 정도로 이 회장이 정립한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은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재용 시대의 삼성은 부단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삼성웨이를 발전시켜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대응해 창조적 혁신을 통한 시장선도력 강화, 초국적 기업으로의 변신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이 이 부회장이 이끌어가야 할 뉴 삼성의 핵심 과제다. 삼성이 빠른 추종자에서 벗어나 시장선도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핵심 원천기술을 선행 개발하고 신산업·제품군을 창출하는 창조적 혁신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관리의 삼성`의 조직문화에서 탈피해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 구축, 글로벌 초일류 인재 확보와 다양성, 개방성,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중시하는 창의적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메모리반도체, 휴대폰 등 기존 주력사업 뒤를 이을 미래 성장동력 발굴도 절실한 과제다. 이 부회장이 추진해온 미래 자동차용 전장,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개방적 혁신,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M&A)을 추구해야 한다.
이건희 시대의 삼성이 글로벌 일류로 도약한 것은 소유경영인의 비전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한 미래 역량, 성장동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전문경영인의 단기 성과 달성을 위한 실행 역량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역시 삼성의 중장기 비전 제시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신성장동력 확보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전략적 의사결정은 과감히 전문경영인에게 위양함으로써 삼성을 이끌어갈 전문경영인 육성에도 매진해야 할 것이다. 삼성이 앞으로도 글로벌 일류 기업의 위상을 보다 공고히 하기를 기대한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전미경영학회 국제경영분과 회장]
작성일: 202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