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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20년 7월 22일] 팬데믹으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와 삼성의 미래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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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722/102098020/1


팬데믹으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와 삼성의 미래


송재용 전미경영학회 국제경영분과 차기 회장·서울대 경영대 교수


대격변, 저성장의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 대표기업 경영 불확실성 증폭

투자 주도할 소유경영자 역할 중요, 삼성은 정도경영 시스템 정립하고

신성장동력, 미래 전문경영인 키워야


송재용 전미경영학회 국제경영분과 차기 회장·서울대 경영대 교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이에 따른 경제 봉쇄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위기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로 규정했고 금년 세계 경제가 ―4.9% 역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 환경은 급변할 것인데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은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들은 디지털 대전환, 글로벌 가치사슬 대격변, 부채 위기와 중장기 저성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첫째, 디지털 대전환과 4차 산업혁명의 속도가 빨라진다. 특히 정보기술(IT)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을 장악한 구글,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둘째, 글로벌 가치사슬의 대격변이 일어난다. 21세기 세계 경제는 글로벌화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고 한국은 세계화의 주요 수혜자였다. 선진국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오프쇼어링이 대세를 이루면서 세계의 공장으로 중국이 부상했다. 최근 중국의 인건비 급등과 스마트 팩토리 발전으로 공장을 본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이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중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리쇼어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속화되고 무역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 중국 책임론과 글로벌 가치사슬의 과도한 중국 의존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미중 패권전쟁은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최근 ‘경제번영네트워크’라는 반(反)중국 경제블록 구축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이로 인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한국의 국가 전략은 위협받고 경제에서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전개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셋째,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증한 전 세계 부채는 이번 위기로 더욱 늘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부채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도한 부채로 인한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큰 고통이 수반되어 2020년대는 세계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패러다임 변화는 삼성에 큰 도전을 던져 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 강화로 인해 애플과는 달리 자체 플랫폼을 가지지 못한 삼성의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종속은 심화될 것이다. 원가 절감형 오프쇼어링 퇴조와 선진국 중심 리쇼어링 트렌드는 수출을 위축시키고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킬 것이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화웨이와 중국 반도체 견제로 삼성은 단기적 반사 이익을 얻고 있지만 미국의 압력이 강화될 경우 미중 사이에 끼어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세계 경제의 부채 위기와 중장기 저성장 우려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패러다임 대격변에 잘 대응하기 위해선 최고경영자, 특히 소유경영자의 중장기적 비전과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필자가 ‘삼성웨이’ 책에서 강조했듯이 신경영 이후 삼성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한 것은 소유경영자의 장기 비전을 기반으로 한 미래 경쟁력과 신성장동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전문경영자들의 단기 성과 달성을 위한 실행 역량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삼성은 소유경영자가 직면한 법적 리스크로 인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대규모 인수합병이 부재하고 미래 성장동력 육성이 부진했다. 다행히 삼성이 최근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현을 위해선 장기적 시각에서 투자를 주도할 소유경영자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 삼성과 한국 기업의 현실이다.


최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승계 등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은 소유경영자가 사과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정도경영 시스템을 보다 확고히 정립해야 한다. 또한 이 부회장은 중장기 비전 제시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신성장동력 육성에 집중하는 한편 훗날 본인이 물러난 후 삼성을 이끌어 갈 전문경영인 육성에도 매진해야 한다. 삼성이 경영 외적 변수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신성장동력을 적극 육성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하는 글로벌 일류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를 기대해 본다.


송재용 전미경영학회 국제경영분과 차기 회장·서울대 경영대 교수



작성일: 202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