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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매일경제 View & Outlook 칼럼 "격변하는 글로벌 IT…한국기업이 가야할 길은" (2011년 8월 27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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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555362


생각열기 


최근 노키아의 몰락, 구글의 모토롤라 모빌리티 인수, HP의 PC사업 분사로 인해 글로벌 IT산업이 격변하고 있다. 


IT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급속히 이전하면서 하드웨어 중심의 한국 IT산업 위기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최근 IT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 애플이 몰고온 IT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노키아의 추락,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HP의 PC사업 분사 등 IT산업 격변의 이면에는 애플의 IT산업 주도권 장악이 자리 잡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대성공으로 인해 지난 2분기 전년 대비 매출과 순익이 무려 82%, 125% 증가했다. 


애플의 욱일승천으로 노키아와 LG전자는 급격한 실적 악화를 기록했고 모토롤라도 휴대폰 사업을 매각한 것이다. 구글도 안드로이드 OS 플랫폼으로 애플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특허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모토롤라 모빌리티를 인수했다. 


HP도 애플의 아이패드가 급속도로 PC 시장을 잠식하자 결국 PC사업을 분사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애플은 어떻게 IT산업의 판도를 바꾸었는가. IBM 호환 PC에 밀려 몰락의 길을 걸었던 애플이 대변신을 한 것은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후발 기업이었음에도 아이팟 출시를 통해 시장을 석권하면서부터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장악한 전략은 아이팟에서 보여준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 


PC 시절부터 갈고닦아온 세계 최고의 운영체제(OS)와 유저 인터페이스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 혁신적 디자인 등 애플 특유의 핵심 역량이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애플과 한국 기업 간의 명운을 가른 가장 큰 차이점은 콘텐츠 제공 역량이었다. 


애플은 아이튠스라는 온라인 음악 스토어를 아이팟과 결부시켜 다양한 음원을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해 시장을 석권했다. 스마트폰 전쟁에서도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거래장터를 만들어 질 좋고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하게 확보해 제공함으로써 승기를 잡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플은 산업 생태계의 협력자인 콘텐츠ㆍ애플리케이션 제공자들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주고 협력자들에게 수익의 70%를 배분하는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선도했다.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PC는 콘텐츠와 같은 보완재가 있어야 가치가 창출되는 소위 플랫폼 상품이다. 플랫폼 상품의 경우 이를 수용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산업 생태계에서 협력자들이 보완재를 더 많이 개발하게 돼 그 가치가 상승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완재에 의한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애플의 연이은 성공은 플랫폼 상품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콘텐츠ㆍ애플리케이션 제공자와의 협력을 통한 플랫폼 리더십의 확보와 이를 통한 네트워크 효과 창출에 힘입은 것이었다. 


◆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가 몰고올 파장 


그러면 스마트폰 전쟁에서 애플은 승리했는가. 현 상황에서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는 안드로이드 OS 플랫폼을 육성해온 구글이다. 


콘텐츠는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지만 단말기나 OS에서는 폐쇄성을 고집하고 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한 것이 애플의 주요 약점이다. 


따라서 콘텐츠, 단말기, 통신서비스 사업자 등 산업 생태계 내 모든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개방형 모델을 채택한 구글이 애플에 위협을 느끼거나 반감을 가진 단말기 제조업체,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을 광범위하게 모아 급속히 세를 키웠다. 


그런데 개방적 모델을 통해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해온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함으로써 큰 변수가 발생했다. 


구글은 MS와 애플의 OS 관련 특허 소송과 높은 로열티 요구로 인해 안드로이드 진영이 수세에 처하자 맞대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해 모토롤라를 인수한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에 긍정적인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 입장에서도 자사 웹 서비스에 최적화된 플랫폼과 기기들을 확대함으로써 광고 수입 등을 늘리는 것이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한 주요 이유였기에 안드로이드 OS 채택 기업들과 경쟁 관계로 돌변하기보다 협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드웨어 제조의 수익성이 낮아진 것이 HP가 PC 사업을 분사한 주요 이유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삼아 안드로이드 OS를 자사 전용의 폐쇄적 플랫폼으로 전환시켜야 할 인센티브는 별로 없어 보인다. 


다만 모토롤라의 기기 개발 역량을 활용해 보다 완결성 높은 OS를 만들어 기기 개발 역량이 떨어지는 중국 업체에 제공함으로써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확대시키려고 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보다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돼 이익률이 저하될 것이다. 


◆ 한국 기업의 향후 전략 방향은 


하드웨어 중심의 한국 IT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한국 기업의 IT제품 설계, 제조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을 제조해온 세계 최대의 전자 위탁제조 업체인 대만의 팍스콘은 조립 제조 역량만 놓고 본다면 한국 기업들을 이미 능가하고 있다. 


따라서 OS 등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ㆍ솔루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 IT 기업의 당면과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 강화가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기에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계속 채택해야 할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물론 MS의 OS 플랫폼을 수용하면서 OS 플랫폼 간의 경쟁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멀티 OS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바다 OS 플랫폼을 계속 발전시키거나 블랙베리 스마트폰 제조사 RIM 또는 HP의 웹 OS 플랫폼을 인수하는 것도 옵션 확보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의 직접 경쟁자로 대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OS 플랫폼은 질적 수준 못지않게 산업 생태계에서 어떻게 특정 OS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최근 블랙베리가 급속히 점유율을 잃은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애플이나 구글보다도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면서 개방과 상생의 플랫폼 리더십을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확보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한국 기업이 확보할 OS 플랫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플랫폼 전쟁은 향후 스마트TV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한국의 전자업체들과 정부는 스마트TV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상생의 플랫폼 리더십 전략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하드웨어 일변도의 사고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을 중시하면서 개방과 상생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작성일: 201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