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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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기업들은 글로벌경쟁의 심화와 외부환경의 불확실성 증대라는 이중고하에서 어떻게 하면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경제위기 이후 원가 절감 위주의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켰지만 이제 신성장동력을 찾지 않고서는 더 이상 미래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전략 대안으로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기존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거나, 해외시장 진출등으로 시장을 지역적으로 확장하거나, 신제품/비즈니스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대안 중 어느 것 하나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 즉 핵심역량의 강화와 활용만이 특정 대안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흔히 경영자들은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면 기업의 핵심역량은 어떻게 파악해야 하며, 핵심역량 기반 전략 수립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의 핵심역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을 의미있는 단위로 분류하는 가치사슬 (value chain)분석을 먼저 해야 한다. 제조업의 가치사슬을 크게 분류하면 R&D, 생산, 마케팅, 판매, AS로 이루어지는 主 가치사슬과 인사, 기획 등 보조적 가치사슬로 나눌 수 있다. 핵심역량은 먼저 이러한 가치사슬상의 각각의 가치활동의 특정부분에 체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반도체기업의 핵심역량 중 하나는 최고수준의 수율을 구현해 주는 공정기술력이다. 핵심역량 파악의 두번 째 단계는 가치활동간의 연계성에서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강점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 자동차 업체의 중요한 핵심역량의 원천은 기술 개발 과정에서 R&D와 생산, 부품업체간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서 개발 속도를 높이는 한편으로 조립하기 쉬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핵심역량은 전사적인 사업구조, 경영시스템과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나오기도 한다. 사업의 복합화를 통해 창출하는 시너지가 그 한 유형이다. 또한, Toyota의 사례처럼 전방위적으로 학습이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경영시스템를 성공적으로 정착하였을 때 경쟁자가 모방하기가 가장 어려운 핵심역량이 창출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핵심역량은 산업의 특성에 따라 상이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반도체산업에서 요구되는 핵심역량과 화장품산업에서 요구되는 핵심역량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신규 비즈니스 진출을 도모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자신이 특정산업에서 축적한 기존의 핵심역량이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산업에서도 성공적으로 이전, 활용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산업용 온도계 시장의 선두기업이었던 M사는 성장이 정체되자 가정용 온도계 시장으로 진출하였다. 가정용 온도계 시장의 특성이 산업용 온도계 시장과 유사하여 핵심역량이 쉽게 이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M사는 가정용 온도계 시장에서 참담한 실패를 경험하였다. 산업용 온도계 시장에서는 정밀도, 기술지원 등이 중요하였고, 가격이나 디자인등은 중요하지 않아서 M사는 원가효율성이나 디자인 능력을 갖추지 않았지만, 가정용 온도계 시장에서는 전자는 중요하지 않았던 반면 후자가 훨씬 중요하였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의 지존이었던 인텔이 최근 소비자용 정보가전부문으로 신규 진출하였다가 실패한 것도 바로 이러한 산업내 핵심성공요인이 상이하여서 핵심역량의 이전가능성이 적었던 것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전자업체들이 LCD산업에 후발주자로 들어가 성공한 것은 반도체산업에서 축적하였던 세계 최고의 공정기술력을 공정 특성이 유사하였던 LCD산업으로 단시간에 이전할 수 있었던 것이 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서 보건대 기업이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핵심역량을 잘 파악하고 기존산업에서 이를 보다 강화하거나 업종의 성격이 유사한 산업으로 이전, 활용하는 것이다. 전략이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볼 때 핵심역량 관점에서 바람직한 전략은 약점 보완에 자원을 집중하기보다는 강점을 보다 강하게 하고 핵심역량의 활용을 극대화하여 경쟁자와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데 있다.
작성일: 200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