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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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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쟁력의 원천 `패러독스 경영`
송재용 서울대 교수 `삼성웨이` 내달 출간
송재용ㆍ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삼성 신경영 20주년이 되는 6월 7일을 전후해 신경영의 경영학적 의미를 통찰력 있게 분석한 `삼성웨이`를 출간한다. 송 교수는 그의 공저에서 삼성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을 꼽았다. 이 내용은 2011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도 일부 게재된 적이 있다. 출간을 앞둔 `삼성웨이`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성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한 것은 신경영 이후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을 통해 복수의 경쟁우위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경쟁자에 비해 원가가 현격히 낮으면서도 최신ㆍ최고 수준의 제품을 경쟁자보다 먼저 출시하고 고객별로 차별된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1992년 이후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산업에서 1등 위치를 고수해 오면서 최근에는 경쟁자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더욱 벌려가고 있다. 패러독스 경영이란 이처럼 차별화와 저원가, 규모의 경제와 빠른 속도 등 양립이 불가능해 보이는 요소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이다.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이 국내외 경영학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서구 경영학의 통념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조직은 통제와 조정의 필요성을 증대시켜 관리 위주 경영을 하게 됨으로써 신속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특히 삼성 같이 다각화된 기업집단의 경우 의사결정 구조와 관리 프로세스 등의 복잡성이 증대되어 스피디한 의사 결정과 실행이 더욱 어렵다는 게 경영학에서의 통념이었다. 서구에서는 비관련형 다각화를 추구한 복합형 기업집단의 경우 자원 배분과 경영관리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한 우물을 파는 전업형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일이 흔했다.
서구 경영학자들은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은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면을 지니고 있어 한 조직 안에서 이 두 가지 경영방식을 조화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신경영 이후 삼성은 △대규모 조직이면서도 해외 경쟁자에 비해 의사 결정과 실행의 스피드가 매우 빠르고 △다각화되고 수직적 계열화되어 있으면서도 단위 사업의 전문적 경쟁력을 극대화시켰으며 △미국식 전략경영과 일본식 현장경영의 장점을 조화시켜 삼성 특유의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창출함으로써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을 정착시켜 왔다.
삼성은 대규모 투자 의사 결정에서의 소유경영자의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과 함께 역량 있는 전문경영자와의 역할 분담이 의사 결정의 스피드를 높였고, 도전적 목표 설정과 위기의식 공유, 임직원들의 정열과 정보기술(IT) 기반의 프로세스 혁신 등이 실행 속도를 높였다. 부품과 세트를 수직적 계열화하고 관련 사업을 동시에 전개하면서 유기적 협력을 통해 복합화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해냈다.
이처럼 삼성이 패러독스 경영을 발전시키고 스피드, 시너지, 진화적 혁신 역량 등 핵심 역량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 삼성 경영의 작동원리는 삼성 특유의 `경쟁적 협력` 시스템이다.
삼성은 신경영 이후 스마트폰이나 TV에서 세계 1등이 된다는 전사적 목표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시장경쟁 메커니즘을 적극 도입했다.
이러한 시장경쟁 원칙에 따라 내부거래에도 시장가격을 적용하고 그룹 내부에서 생산ㆍ공급하는 소재나 부품도 가능하면 외부 업체로부터 동시에 구매하는 듀얼 소싱(dual sourcing) 체제를 구축해 계열사의 부품ㆍ소재 부문에 생산성과 품질 향상, 원가 절감에 대한 압력을 끊임없이 가했다.
그 결과 비관련형 다각화를 추구하던 서구 기업들은 자원 배분과 경영관리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전업형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반면 삼성의 경우 휴대폰, 반도체, LCD, TV 등 각 단위 사업이 선의의 경쟁과 협력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세계 1ㆍ2등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작성일: 2013-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