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서울경제 시론 '경영시스템이 기업경쟁력 좌우' (2009년 4월 21일)

Date2024-10-06

View 45

본문

21세기는 글로벌 지식기반 경제의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과거 산업혁명기까지 중요했던 자본ㆍ노동ㆍ토지 등 유형재화의 상대적 중요성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경쟁자가 모방하기 어려운 차별적인 기술력, 프리미엄 브랜드, 맞춤형 고객 서비스 제공능력 등 무형자산, 특히 지식자산이 글로벌 경쟁우위의 원천으로서 가장 중요해진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의 양상도 산업혁명기의 설비증설 경쟁시대는 저물어가고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차별적인 지식을 창출해내는 혁신능력과 그 주체인 핵심인재 확보,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학습지향적 조직문화와 경영 시스템 창출이 기업의 핵심역량으로서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 창출의 핵심이 되고 있다.


모방만으론 경쟁 우위 어려워



지난 100년간 자동차 산업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GM이 파산 위기에 직면한 반면 도요타가 새로운 최강자가 된 것은 조직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학습과 혁신이 이뤄지는 학습지향적 조직문화와 경영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도요타나 GE처럼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한 기업들에는 독특하면서도 강력하고 시대적 흐름에 적합한 조직문화 내지 경영 시스템이 존재한다. 한 기업의 성공이 장기간 지속돼 차별화되고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가 될 때 연구자들은 경의를 표하는 차원에서 해당 기업의 경영방식 및 시스템을 ‘웨이(Way)’라고 부른다. ‘도요타 웨이(Toyota Way)’가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일류로 발돋움하려는 모든 기업은 저마다 자사의 역사와 강점, 시대적 환경에 적합한 조직문화와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진화ㆍ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첨예화하고 승자가 독식하는 경향을 보이는 지식기반 경제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는 21세기에는 모방만으로 차별화되고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 가운데 독특한 경영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립, 발전시켜온 대표적인 사례로 SK그룹을 들 수 있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지난 1979년 선경경영관리체계를 주도적으로 정립했으며 3월 정립 30주년을 맞았다. 선진경영관리체계는 이제 ‘SKMS(SK Management System)’로 불린다. SKMS에는 SK의 기업관, 추구하는 가치, 경영원칙 등 경영 기본이념은 물론 경영실행원리, 경영관리 요소, 추구방법 등이 담겨 있어 SK그룹의 전구성원이 기업경영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같이하고 의사결정 기준으로 활용함으로써 구성원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경영관리 수준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특히 SKMS와 SKMS의 실천방법론인 ‘인간으로 도달 가능한 최상의 수준(Super Excellent)’을 목표수준으로 설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수펙스(SUPEX)’ 추구법은 SK그룹 특유의 선진화된 조직문화와 경영 시스템을 발전시킴으로써 유공ㆍ한국이동통신 등을 인수, 통합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는 등 SK의 차별적인 경쟁력 확보의 근간이 돼왔다.


 

학습 지향적 조직문화 만들어야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SKMS는 지금까지 약 8조원에 육박하는 경영성과 개선효과를 가져왔다. 글로벌 지식기반 경제에서 경쟁자가 가장 모방하기 힘든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 내지 핵심역량의 원천은 바로 시대에 적합하면서도 차별적이고 강력한 조직문화와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자사의 역량과 시대상황의 변화에 맞게 진화ㆍ발전시켜가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30년간 12차의 수정을 거쳐 진화하며 SK그룹 각사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자리매김한 SKMS와 SKMS 실천방안인 수펙스 추구법은 일류기업 도약을 꿈꾸는 한국 기업들에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지식기반 경제에서 일류기업이 되려 한다면 외부환경의 패러다임과 자사의 현실에 맞는 차별적이면서도 체계화된 경영 시스템을 먼저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강력하고도 학습ㆍ혁신지향적인 조직문화 형성이 선결돼야 할 것이다



작성일: 2009-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