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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뉴스메이커 [Economy@Life]'전지전능' 향한 기계의 진화 (2004년 5월 14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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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2004-05-14 16:18] 

 

 

지난해 초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를 한꺼번에 구입한 ㅈ씨(34)는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갖고 다니던 휴대전화가 잔고장으로 통화품질이 떨어져 바꾸려고 보니,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 기능이 모두 들어간 제품이 쏟아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사자니, 지금 가지고 있는 고가의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를 고스란히 장농 속에 처박아버릴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는 것이다. ㅈ씨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고개를 흔들었다.


다기능 휴대전화, 일반전화용 블루투스 헤드셋, 다기능 USB드라이브....



세계 최대 정보통신전시회 '세빗(CeBIT) 2004'에 출품된 디지털 컨버전스형 기기들이다.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 생활 주변으로 파고들면서 정보기술(IT)과 가전, 유-무선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장상황을 엿보게 해준다. 디지털 컨버전스(융합)란 컴퓨터와 휴대전화, PDA(개인휴대단말기) 등 다양한 정보가전기기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됨으로써 기기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데이터의 공유 및 다양한 서비스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혁명'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디지털 컨버전스는 모든 정보가전기기를 하나로 모은다. 좁은 의미의 디지털 컨버전스는 여러 제품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융합-복합돼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음성-데이터-영상의 컨버전스, 방송-통신-네트워크의 컨버전스, 컴퓨터-통신기기-가전제품의 컨버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휴대전화는 디지털 블랙홀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대 미디어랩 소장은 "21세기의 가장 큰 특징은 컨버전스이며, 이 컨버전스의 핵심은 디지털 컨버전스로 그 특성은 기술과 기술의 컨버전스, 기술과 인간의 컨버전스"라고 규정했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디지털 컨버전스는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주도해 통신플랫폼을 활용해 방송-금융-유통-텔레매틱스 등을 융합-복합화하는 서비스 차원의 컨버전스, 인터넷 포털이 중심이 된 콘텐츠의 컨버전스, 카메라폰으로 대변되는 하드웨어 차원의 컨버전스 등 여러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거대한 트렌드를 타고 손바닥만한 휴대전화나 음악재생기기에 무선 네트워크 연결, 대용량 저장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다른 전자제품과의 결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디지털 전자기기 생산업체들은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는 모든 디지털기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중심에 바로 휴대전화가 있다는 얘기다. 



휴대전화는 이제 현대인과 분리할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한국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3천만 명을 돌파했다. 이같은 수치는 단지 양적 측면의 확장 개념을 넘어 휴대전화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이제 전화만 받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 촬영-음악감상뿐 아니라 TV 시청에 이르기까지 바야흐로 휴대전화는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기계는 진화한다'는 말은 시장원리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기계들이 서로 닮아가고 장점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탄생하는 새로운 제품이 바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휴대전화인 셈이다. 



휴대전화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듯 지난해부터 디지털카메라 기능은 물론 캠코더 기능까지 구현되는 카메라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 휴대전화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됨으로써 휴대전화 생산업체간의 카메라폰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지만, 향후에는 디지털카메라-캠코더와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에 디지털카메라-캠코더뿐만 아니라 음악성을 강조한 MP3플레이어의 기능을 갖춘 MP3폰이 출시되면서 휴대전화의 멀티미디어화가 가속되고 있다. 



기업생존? 컨버전스에 물어봐


이러한 멀티미디어화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하는 것이 TV폰 기술이다. 이는 이동 중 TV 시청기능을 가진 경쟁제품이 적어 가장 유망한 기술로 꼽히고 있다. 또 TV폰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TBS 등 일본 방송사의 공동조사에서 일본 소비자의 휴대전화를 통한 TV 시청 희망률은 무려 86.6%로 나타났다. 출-퇴근하며 차 안에서 보내는 지루한 시간이 TV폰으로 인해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포착한 삼성전자-LG전자-NEC-노키아 등 휴대전화 제조 기업들은 TV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상용화된 제품도 일부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품의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무선 인터넷을 통해 보려면 1시간 드라마에 1만5천원 정도를 지급해야 하며, 지상파 방송은 이동 중에 수신감도가 떨어진다는 단점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방송인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가 실시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DMB는 시속 150㎞로 이동 중에도 지상파-케이블TV의 방송을 선명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DMB 서비스는 올해 한국과 일본에서 본격화될 예정이며, 유럽 등의 지역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SK텔레콤 등의 서비스 사업자가 위성DMB를 연내 실시할 계획으로 있다. 이 경우 매월 1만원 안팎의 요금으로 이동 중에도 선명한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조준일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삼성전자-NEC-산요에서 초기 제품을 출시한 TV폰은 2005년 이후 위성DMB와 결합되면서 방송-통신 융합형의 새로운 멀티네트워크형 단말기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3세대 이동통신 확산으로 초고속 무선 인터넷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DMB, 2.3G㎐ 휴대인터넷 등 새로운 무선 인프라 스트럭처가 구축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또다른 사례는 홈네트워크다. 홈네트워크란 TV-냉장고-세탁기-PC-오디오 등 집안의 모든 가전-디지털 정보기기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미래의 주거환경은 이러한 '디지털홈'을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3~5년 후면 무선에 의한 홈네트워크가 일반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디지털 컨버전스가 이용자에게 무작정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나치게 불필요한 기능까지 포함할 경우 편리함보다는 오히려 불편을 느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 네그로폰테 소장은 "미래 디지털산업은 '단순하고 상식적인 디지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산업간 또는 제품간 영역을 파괴하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로 산업이나 제품이 크게 위축되거나 영원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생태계에 적용되는 적자생존 원칙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송재용 교수는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은 인간의 삶은 물론 기업의 경쟁 양상, 경영전략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전통적 산업간 경계가 붕괴하고 새로운 경쟁관계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디지털 컨버전스를 성공적으로 주도하는 기업은 막대한 가치와 경쟁력을 창출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위험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적절한 대응이 기업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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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시장 두 번 죽이는 MP3폰?



휴대전화의 MP3 음악파일 재생 문제로 휴대전화제조업체-이동통신업체와 음원 관련 협회간의 분쟁이 뜨겁다. 사건의 발단은 LG텔레콤에서 MP3폰을 내놓고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출시 한 달만에 무려 7만 대 이상 팔리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음원 관련 협회는 "MP3폰이 음반시장을 위축시킬 것이 분명하다"며 "불법 음원의 유통을 막는 기능제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며 음악파일을 제한없이 전송할 수 있는 MP3폰 판매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엄정화 등 유명가수들과 함께 LG 트윈타워 앞에서 시위를 벌일 정도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LG텔레콤측은 "불법 복제를 막는다는 취지엔 동의하지만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단말기 기능 제한은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국내 최대 휴대전화 사용자 모임인 세티즌도 "하드웨어 제한은 소비자 권리 침해"라며 "MP3파일의 저렴한 가격정책, 공익광고 전개 등 소비자가 수긍하기 쉬운 방안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LG텔레콤측을 거들었다.



MP3폰 논쟁의 초점은 휴대전화에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MP3 음악파일'을 재생하려 할 때 제한을 두느냐, 마느냐다. MP3 음악파일은 ▲돈 주고 산 유료 파일 ▲불법 복제 파일 ▲CD 등 돈 주고 산 다른 매체의 음원을 MP3로 변형한 파일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세번째 파일이 논쟁의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돈 주고 산 유료 MP3파일은 제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법 복제 파일은 당연히 제한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세번째 파일은 다르다. 소비자가 매체는 다르지만 분명히 돈을 주고 샀다는 점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이에 대한 법적 규정이 애매한 상황이어서 논란이 더 가중되고 있다.


 




작성일: 2004-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