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View 41
한국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주목받던 벤처기업이 최근 코스닥의 침체와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로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벤처기업이라면, 지나치게 방어적인 전략으로 전환하기 보다는 과감한 국제화 전략으로 현재의 어려운 국면을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
벤처기업이 국내에서의 선도적 지위에 안주하거나 당면한 어려움으로 인해 국제화를 소홀히 한다면, 범세계적 경쟁하에서 장기적인 생존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국내 시장마저 해외의 경쟁기업에게 내주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생(新生) 기술집약산업에서의 경쟁양상을 분석해 보면, 선도기업이 갈수록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면서 고이윤(高利潤)을 장기간 향유하는 소위 수익체증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산업에서는 기술표준을 주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계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한 극소수의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생존조차 어려울 수 있다.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이러한 범세계적인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국제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리보다 기술이 뒤쳐진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나,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기술선도 지역으로 하루빨리 진출하여 현지의 자본•기술•인적 네트워크에 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최근 대만 하이테크 기업의 국제화 전략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들의 국제화 전략은 한국 벤처기업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대만의 선도적인 벤처기업은 실리콘 벨리와의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함은 물론 신기술의 신속하고 지속적인 개발을 위한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
대만의 벤처기업에는 미국에 유학하여 현지기업이나 대학에서 경험을 쌓고 귀국한 인재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이들이 미국의 옛 동료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소속 기업의 국제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의 기업이 초창기부터 실리콘 벨리에 연구소를 설립하여 현지의 중국계 기술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 급증한 현지 중국계 기업과의 제휴도 대만 벤처기업의 국제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실리콘 벨리의 중국인들은 대만 벤처기업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몬트 제드(Monte Jade) 과학기술협회’라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여 왔다. 그 주요 활동중의 하나가 실리콘 벨리로의 진입을 희망하는 대만계 벤처기업을 현지의 자본•기술•인적 네트워크에 연결해 주는 일이었다. 이처럼 대만계 벤처기업이 국제화를 일찍부터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결과 주문형 반도체등의 분야에서 대만이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일부 벤처기업도 실리콘 벨리에 사무실이나 연구소를 개설했다. 하지만 현지의 네트워크에 성공적으로 편입하지 못하여 활동이 부진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만의 경험에서 비춰 볼 때,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학생 출신을 포함한 한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그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을 고용하여 자율성을 보장하고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으로 현지 기업, 특히 한국계 기업과의 제휴를 모색하는 것이 벤처 국제화의 지름길이다. 이미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은 국내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시장에 동반진출하는 것도 벤처기업의 신속한 국제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다.
해외의 벤처 캐피털 내지 대기업의 관심을 끌어 이들의 도움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컴덱스 쇼 등 국제적인 기술박람회 등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새로 부상하는 기술집약적 산업분야에서 궁극적인 승자가 되기를 원하는 벤처 기업에게 기술선도 지역으로의 신속한 국제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 항목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기술진보와 범세계적 경쟁의 추세속에서 지속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기술표준을 주도적으로 형성하는 선도기업으로 부상하지 못한다면, 한국이나 중국시장을 선점한다고 해도 그 우위가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송재용
콜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http://ny.joongangusa.com/Asp/Article.asp?sv=ny&src=opn&cont=0000&typ=1&aid=20010421234000100101
작성일: 200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