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매경이코노미 특집, '삼성 경영 실체' (2005년 4월 4일) - 인터뷰 내용 인용된 기사

Date2024-10-06

View 41

본문

삼성경영의 실체에 대해 막상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바로 이거다’고 말하지못한다. 내부에서 조카도 삼성경영 실체를 정의하지 못한다. 학계에서도 삼성경영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지 못했다. 단지 다른 그룹에 비해 시스템이 잘 갖춰졌고, 직원들이 좀 더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인식할 정도다. 

 

삼성그룹은 뒤늦게 삼성경영의 실체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삼성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외부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삼성 way’란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를 태동시킨 삼성경영의 실체를 경영 전문가들 의견을 모아 5가지로 정리 요약했다. 


■실체1. 구조본 경영■삼성그룹에는 소유와 경영이 병존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상무가 소유 경영자로 참여하면서도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에게 상당한 힘을 실어주는 구조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소유경영자-전문경영인-구조본의 3자조화가 삼성 경쟁력의 실체다. 구조본을 통해 소유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이 발휘되고, 일상적인 문제는 전문경영인이 책임감을 갖고직접 해결하는 체제”라고 평가한다. 


전문경영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곳은 구조조정본부(구조본)다. 지주회사체제는 아니지만 구조본에서 경영전략과 임원인사를 직접 챙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했던 곳도 구조본이며, 자원배분을 하는 곳도 이곳이다. 


구조본을 이끄는 수장은 이학수 부회장이다. 최고의사결정기구는 11인으로 구성된 구조조정위원회이지만 위원장이 이학수 구조본부장이기 때문에 결국 구조본에서 최종 입장이 정리된다. 물론 이학수 본부장은 이건희 회장 뜻을 전달하는 역할자이기 때문에 중요한 일은 이건희 회장이 최종 결정권자임에 틀림없다.삼성그룹 모든 임원 관리는 구조본 인사팀(팀장 노인식 부사장)이 담당한다. 


경력관리나 신상필벌이 구조본에서 이루어진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삼성구조본이 주주-소유경영자-전문경영자 중간에서 최적의 이익을 추구하는 특이한 조직”이라고 들려준다. 최정규 맥킨지 경영컨설턴트는 구조본 중심의 빠른의사결정을 높게 평가한다. 


■실체2. 시스템 경영■이건희 회장은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사장단 회의나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11인 구조조정위원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삼성그룹은 잘 굴러간다. 이런 배경엔 ‘관리의 삼성’과 ‘시스템 경영’이 자리한다. 누가 어떤일을 맡아도 척척 해낼 수 있을 만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시스템경영의 실체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박휘섭 표준협회 컨설턴트는 “인적관리가 아닌 시스템적 관리이며, 관리자 중심관리가 아닌 회사 중심 관리이고, 정보화를 통한 관리”라고 설명한다. 회사 구석구석까지 규범이나 표준이 있다. 경영혁신, 인력관리, 성과관리, 감사업무 등이 모두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낮다. 


삼성SDS 사장 출신인 이명환 동부 부회장은 “경영전반에 걸쳐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다”며 시스템경영을 높이 평가한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삼성 조직관리에 주목한다. 한 교수는 “계열사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면서도 내부적으로챙기는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말한다. 


■실체3. 인재중시 경영■삼성엔 인재가 몰린다. 또한 잘 교육시킨다. 최정규 맥킨지 컨설턴트는 삼성에인재가 몰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학연과 지연을 따지지 않고 실력만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최고경영자를 평가할 때 우수 인재를 어느 정도 유치했느냐와 인재를 놓치지 않고 잘 키웠느냐를 중요한 잣대로삼는다. 최고급 인재라면 이건희 회장이 직접 나서 설득을 통해 삼성맨으로 변신시킬 정도로 적극적이다. 


한쪽에선 우수 인재를 뽑고, 기존 구성원들에게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준다. 


인재중시 경영은 일등주의와 완벽주의를 형성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는 “이병철 선대 회장 때부터 제일주의 정신이 자리 잡았다. 삼성재단이 성균관대를 인수한 이후 세계적인 교육기관으로 성장시키려는 의지가 엿 보인다”고 전한다. 


■실체4. 전략 경영■“넉넉할 때 흉년에 대비한다는 속담과 같이 삼성은 잘 나갈 때 자만하지 않고미래를 내다본다.”(양승경 와이즈포스트 파트너스) “뉴 비즈니스 창출 능력이 뛰어나다.”(김세진 한국채권평가 사장) “이건희 회장은 늘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에 대비하는 준비경영을 실천한다. 변화와 개혁을 주문해 회사가 전략경영을 하게 한다.”(‘삼성처럼 회의하라’ 저자 이채윤씨)삼성그룹이 큰 흐름을 잘 읽고, 위험관리를 잘 한다는 외부 평가다. 외부환경이 급변하면 시나리오경영을 들고 나온다. ‘질경영’이나 ‘신경영’ 모두 전략경영 일환이다. 


삼성그룹 경영전략과 관련해서 큰 그림은 이건희 회장 머리에서 나온다. 송재용 교수는 시장선도자전략, 사업구조 고도화 전략, 글로벌화 전략 등 3대 전략을 제시한다. 시장선도자가 되기 위해 스피드경영을 들고 나왔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구조조정과 내부경쟁을 통한 사업별 핵심역량 강화 등은 사업구조고도화 전략에 속한다. 


■실체5. 보상 경영■삼성전자 임원들은 중소기업 사장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확실한 보상이 뒤따른다는 얘기다. 임원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내부경영을 벌여야 한다. 다른 그룹처럼 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수 없다. 소탐대실하지 않기 위해서다. 임원이되면 말년을 평안하게 살 수 있을만한 보수를 받기 때문에 굳이 회사 이익을좀먹어 가면서까지 딴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송재용 교수는 “성과위주 평가와 보상 시스템의 성공적인 도입이 삼성의 변신과 도약에 중요한 초석이 됐다”고 평가한다. 


삼성그룹은 파격적인 보상과 발탁인사 등을 통해 회사에 기여한 공로를 분명히인정한다. 연봉제와 핵심인재에 대한 특별 보상을 통해 인력별로도 보상 규모가 달라진다. 집단성과급제인 생산성 격려금과 이윤분배제도도 운영한다. 누구든지 열심히 일하면 더 많은 보수를 받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됐다. 


■실체6. 일등주의■일등주의는 삼성의 철학이다. 삼성은 무엇이든지 일등을 지향한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삼성의 일등주의는 탁월성에 대한 추구”라고 말한다. 일등을지향하지만 일등을 넘어선 초일류가 삼성의 지향점이다. 


이런 기업 문화는 직원들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도록 만든다. 전용욱 중앙대 교수는 “삼성은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느끼게 해준다” 며 “이러한 기업문화는결국 삼성맨이라면 무엇이든지 잘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심어준다”고 말한다. 


최정규 맥킨지 컨설턴트는 “삼성 직원들은 내가 있는 위치에서 세계 최고는누구냐하면서 초일류를 지향한다. 그것이 삼성 문화의 핵심이자 삼성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한다. 


■실체7. 학습 철저■삼성은 인재 확보뿐 아니라 인재를 키우는데도 열성적이다. 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삼성의 특징 중 하나는 조직이 학습지향적이라는 것”이라며 “우수 기업 벤치마킹뿐 아니라 직원 교육도 철저하고, 배움을 적극 장려한다”고 말한다. 삼성은 경기가 좋든 안좋든 간에 사람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인 기업이다. 직원들 역시 교육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여긴다. 


김영철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위원은 “삼성은 80년대 후반부터 잘 나갈 때도 꾸준히 컨설팅을 받으면서 기업 경영을 개선해왔다”고 들려준다. 


마찬가지로 조영호 아주대 교수는 “평소 일할 때도 관련 자료를 충분히 찾도록 하는 등 공부를 유도한다”며 “결과적으로 삼성은 인력 평균차가 적은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삼성의 교육 프로그램은 방대하다. 그 중에서 삼성만의 특징인 해외지역전문가 프로그램은 누적인원이 90년대 시행 이후 3000여명에 달한다. 학비, 생활비는 물론 월급까지 지원한다. 


■실체8. 투명 경영■삼성은 내부체킹시스템이 발달해있는 조직이다. 내부 고발 정신도 강하다.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어느 선까지는 넘어가지 마라는 식으로 내부에 방침이 정해져 있다. 


최근 삼성은 사회적 책임과 임직원이 지켜야 할 행동원칙을 구체화한 ‘삼성경영원칙’을 선포했다. 각 계열사별로 행동강령에 대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실체9. 무노조■삼성에는 노조가 없다. 노조가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조가 있는 회사보다더 잘해주기 때문이다. 임금은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고, 자녀학자금을 비롯한각종 후생복지 역시 업계 최고를 보증한다. 


삼성은 이런 파격적인 대우를 통해 철저히 ‘삼성식 노동자’를 만들어냈다. 


박휘섭 한국표준협회컨설팅 컨설턴트는 “노조가 없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고, 신속한 정책 실행이 가능하다”며 “이런 무노조 원칙이 인재중시 경영과삼성 문화, 오너의 리더십과 맞물려 삼성의 경쟁력을 만들어 낸다”고 평가한다. 


■실체10. 원칙 중시■삼성은 국내기업 중 인사를 가장 냉정하게 평가하는 조직이다. 전용욱 교수는“부정이나 하자가 있는 인물은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단적으로 설명한다. 


여타 기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삼성의 경우 인사평가에 주관적인 요소 개입이 덜하다고 한다. 


조영호 아주대 교수는 “한국인의 경우 ‘관계’에 약한 면이 있지만 삼성은그런 성향이 상당히 적다”고 말한다. 일례로 조 교수는 “90년대 초 ‘당신의회사는 인사평가를 냉정하게 합니까’라는 조사를 했는데 당시에 삼성은 40%,타 기업은 10% 대를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 조사해봤더니 삼성전자의경우 무려 80%에 이르렀다”고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작성일: 200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