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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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경기침체로 상장기업 중 영업활동을 통해 금융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3분의 1을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시적인 구조조정 체제구축을 통한 자본효율성 제고는 많은 한국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할 수 있다. 과거 IMF 위기 이후 2∼3년간 구조조정이 과감히 진행됐고, 이러한 노력이 경제위기의 조기 극복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단시일 내에 완료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전략적인 접근이 부족한 측면이 많았다.
기업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있다. 이를위해 인원감축이나 비핵심, 적자사업의 처분은 원가절감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와 동시에 핵심 및 미래성장사업의 경쟁력을 높여중장기적인 수익창출능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은중장기적인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90년대 미국의 예를 보면 구조조정이 단순한 원가절감을 통해서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영자중 앨 던롭 (Al Dunlap)은 ‘전기톱앨’이라 불릴 정도로 인원감축위주의 구조조정으로 유명했다. 던롭은 스코트제지 등에서 피비린내나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단기간에 원가를 줄임으로써 일시적인 주가상승을 이뤄냈지만, 그가 떠난 후 이 기업들은 다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됐다. 연구개발부문과 핵심사업에서도 지나친 인원삭감과 투자축소를 단행해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던롭은 선빔사의 경쟁력 강화에 실패해 그 자신도 해고되는 수모를 맛봐야 했다. 미국 최고의 경영자로 추앙받는 GE의 잭 웰치 역시 초기에는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대규모 해고와 비핵심사업의 과감한 처분으로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300여개에 달했던 방만하고 비효율적이었던 사업부문을 10여개의 핵심 및 미래성장사업으로 재편성한 후, 이러한 부문에 대해 과감한 투자와 경쟁력 강화를 집중시킨 결과 GE를 미국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이 두 사례는 구조조정의 바른 접근법과 목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 준다. 경영학원론에도 나와 있듯 기업의 이윤은 수익-비용 (P=R-C)에 따라 결정된다.단시일에 쉽게 이윤을 증대시키는 방식은 앨 던롭이 했던 것처럼 인원절감과동시에 R&D, 교육훈련 등 중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는 필수적이지만 단기적으로 비용을 증대시키는 부분의 투자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선 잭 웰치가 보여준 것처럼, 단기적인 비용 절감만으로는 부족하고 미래수익창출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우리 경제가 미래의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는 지식기반산업분야에서는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기술표준을 장악하기 위한 범세계적인 경쟁도 치열해지고있다. 더욱이 기존 주력산업에서도 중국이 급속히 추격해오고 있는 현실은 한국기업이 기술력, 브랜드, 강한 경영시스템 등 무형자산에 대한 더욱 과감한투자를 통해 본원적인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훨씬 치열해 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IT 등 지식기반산업분야에서 과감한 연구개발투자와국제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하루빨리 구축하는 한편으로, 기존산업분야의 지식기반을 고도화하는 노력은 경제상황에 관련없이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이러한 중장기적인 경쟁력 및 성장잠재력 강화 노력이 인원삭감, 비핵심부문의매각 등과 병행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 비용 절감 위주의 구조조정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성공은 오래 가지 못하고 기업의 국제경쟁력 상실에 따른부실기업이 늘어나고 또 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할수 있기 때문이다.
http://news.empas.com/show.tsp/20040130n02669/?s=935&e=1113
작성일: 200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