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미주 중앙일보 '일본에서 배울 것이 많다' (2000년 7월 8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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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금 일본 도쿄에서 가장 번화한 오피스타운가의 하나인 가스미가세키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거리에 분주히 오가는 차량 행렬을 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도쿄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의 초빙연구원으로 6월부터 6주간 연구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과 96년 각각 한 달 정도 지금은 없어진 일본장기신용은행 연구소의 초빙연구원으로 일한 적이 있어 도쿄생활이 생소하지는 않지만 일본어도 외국어인지라 4년전에 비해 일본어 실력이 많이 감소해 식당등에서의 언어소통에 다소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다행히 현재 근무하고 있는 연구소에서는 공식언어가 영어이고, 일본인 스태프들이 매우 친절한데다가, 제공된 개인연구실도 컬럼비아대의 것보다도 훨씬 넓고 조용하며 쾌적해 연구능률면에서는 뉴욕에 있는 것 보다도 나은 것 같다.


이번에도 새삼 느꼈지만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웃나라 일본은 미국, 중국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국가이다. 


최근에는 미국 경제의 화려한 부활과 중국의 급부상현상이 일본경제의 장기침체와 맞물려 일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 들었는데, 최소한 한국에 있어서는 아직도 일본이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는 나라이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 든 것과는 반대로 4,5년 전에 비해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우선 김치, 비빔밥, 갈비 등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거리에 한식당이 많이 눈에 띄었으며, TV를 보니 김치에 대한 특집프로그램까지 방영되고 비빔밤 전문 음식점도 눈에 띈다. 더욱이 지난달 중순에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어 각 TV의 뉴스프로그램마다 20~30분씩 할애해 남북정상회담에 관해 집중보도를 하여 한국TV를 보고 있는지 일본TV를 보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일본 유수대학의 경영학 교수들 및 히타치, 후지쓰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의 중간관리자들을 만나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및 기업에 관해 담소를 나눌 기회도 자주 있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일본경제와 기업이 직면한 구조조정의 어려움에 대해 솔직히 털어 놓으면서, 한국경제와 기업이 IMF사태 이후 겪고 있는 구조조정의 진척상황과 문제점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일본기업과 경제가 구조개혁을 위해 최근 많은 노력을 경주하여 상황이 점차 좋아지고 있는 듯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2차대전 이후 일본경제의 고도성장기에 정착된 장기고용시스템 등 소위 일본식 경영시스템이 1990년대 이후 보여준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데는 아직도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한 듯 싶었다.


일본기업 및 경제와 여러 측면에서 비슷한 구조적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경영자 및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일본의 경험이 ‘반면교사’가 되리라고 느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일본이 여전히 세계최대의 무역흑자국이고, 한국이 주력하고 있는 전자, 자동차 등 핵심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나라라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의 장기불황을 보면서 심정적으로 통쾌함을 느끼면서 일본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자세는 아닐 것 같다. 일본에서 만나 본 많은 일본인 전문가들은 요즘 한국 기업 및 정부가 일본을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듯한 태도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아직도 기술경쟁력이 부족한 한국기업이 점점 치열해져 가는 국제경쟁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상호보완성이 높은 일본기업과의 보다 적극적인 협력과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주장에 상당 부분 동의하며 일본에서 아직도 우리가 배울점이 많으며,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한 차원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http://ny.joongangusa.com/Asp/Article.asp?sv=ny&src=opn&cont=0000&typ=1&aid=20000708121117100101


작성일: 200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