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미주 중앙일보 '한국벤처기업 세계로 눈돌려야' (2000년 5월 6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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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을 필두로 하여 첨단 기술 분야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여 많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인터넷 분야의 신생 벤처 기업의 주가가 더욱 큰 폭으로 떨어져 지난 2-3년간 거세게 불었던 소위 닷 컴(.com)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거품이 아니었는가 하는 논란이 전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해 그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에 인터넷 벤처 열풍이 강하게 불었고 그래서 한국에서 이러한 논란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는 듯 하다.


그러면 과연 인터넷 관련 벤처 붐은 거품이었는가? 먼저 인터넷이 앞으로의 비즈니스 유형 및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 혁명적인 변화라고 본다면 주식시장의 인터넷 관련 열기가 지나치게 과열된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도 없는 후발기업의 주가마저 서너배씩 급등한 점에서 보면 거품론도 일리가 있다. 


최근 E-Business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다 보니 필자가 가르치는 경영전략론 시간에서도 어떻게 새로 부상하는 기술집약적인 산업에서 인터넷 기업을 포함한 벤처 기업을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해 여러 시간을 할애하여 토론과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80년대에 급부상한 피씨 소프트웨어(PC Software) 내지 마이크로프로세서등 신생 기술집약산업을 연구하여 보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나 인텔(Intel)과 같은 선도기업이 시간이 갈수록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가면서 아주 높은 수준의 이윤을 장기간 향유하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지식기반산업의 선도기업들이 소위 수익체증현상(increasing returns)을 창출하였다고 본다.


이처럼 수익체증현상이 나타난 산업에서는 선도기업이 대부분의 이익을 향유하고, 심지어는 2위 기업의 생존조차 위협받는 극단적인 기업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흔히 나타난다. 그 결과 반독점 판결이 나오기 이전인 지난 연초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시가 총액이 1,2위를 다투는 현상이 당연하게 받아 들여져 왔다. 


그러면 어떠한 산업과 기업이 이러한 수익체증법칙의 향유자가 될 수 있는가? 최근 닷 컴 기업의 경쟁전략을 분석해 보면 사업초기 큰 폭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고객을 단시일내에 최대한으로 늘리는 시장선점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익체증현상을 창출하기 위해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하기 시작하면 후발기업이 선도기업보다 우월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소비자가 선도기업에 예속되어 후발주자의 우수한 제품을 잘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에 고객을 선점하였다고 해서 반드시 수익체증현상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익체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학습비용이나 경쟁사로의 전환비용이 높거나 (예: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Microsoft Windows), 소위 네트워크 효과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 효과란 아이비엠(IBM) PC와 애플(Apple) 컴퓨터, 또는 VCR시장의 VHS와 배타맥스(Betamax)간의 경쟁에서 보듯이 보다 많은 소비자가 이용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여러 이유로 인해 유리한 현상을 말한다.


또는 퀄컴(Qualcomm)의 예에서 보듯이 원천기술에 관한 특허를 가지고 있거나 전세계적인 기술표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기술을 채택하도록 한다면 수익체증을 창출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소비자 상대 (B-to-C) 전자 상거래 분야의 선도 업체들이 설사 시장을 선점하였다 하더라도 수익체증을 향유하기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인터넷 (역)경매의 선도업체들은 더 많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선점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 특히 인터넷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각 분야의 선도업체들중 상당수는 수익체증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볼 때 수익체증을 창출할 수 있는 선도기업의 주가는 주식시장이 붕괴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볼 때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아무리 유망한 분야라도 전체산업내지 세부 분야에서 1,2등을 하지 못하는 기업은 상당수가 생존조차 위협받는 현상이 곧 닥칠 가능성이 있다.


전자의 경우 현재 이익을 별로 내지 못하거나 적자를 보아도 주가가 거품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후자의 경우는 최근까지 주가에 거품이 많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직장을 구하거나 주식투자를 할 때 이러한 신생 기술집약산업의 생리를 제대로 모르면 낭패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벤처기업의 미래는 어떠한가? 


먼저 필자는 최근 한국의 벤처붐이 재벌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측면에서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앞서 말한 논리로 볼 때 상당수 인터넷관련 벤처기업의 주가가 최근까지 지나치게 고평가되었고, 향후 1-2년 사이 상당수의 벤처기업이 도산하거나 인수합병당할 것으로 본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경쟁력없는 기업이 문을 닫고, 우수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 남는다면, 이는 한국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신생 인터넷 관련 기술집약산업에서도 범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고,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등 전세계시장을 장악하였듯이, 상당수의 산업에서 전세계시장의 1,2등만이 높은 이윤을 향유하고 나머지 기업은 생존조차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아시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는 한국의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한국에서 1등을 차지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http://ny.joongangusa.com/Asp/Article.asp?sv=ny&src=opn&cont=0000&typ=1&aid=20000506170724100101


작성일: 200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