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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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기업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기존 주력사업의 경쟁심화와 수익성 저하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에 대응해 신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신규사업을 발굴,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무려 233억유로(약 28조원)의 적자를 기록해 프랑스 경제의최대 골칫거리로 떠오른 비벤디 유니버설사 사례는 다각화 전략이 실패했을 경우 기업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비벤디 유니버설은 원래 수도사업 및 폐기물처리사업 분야 등 유틸리티 사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이었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급속히 다각화를 추진해 자회사의 수가 10배 이상 증가했고 이로 인해 90년대 중반에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 CEO로 임명된 메시에는 비관련형으로 방만하게 구성됐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축소했다. 유틸리티사업, 통신사업 등 3대 핵심부문으로 재조정하는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메시에는 98년 이후 전세계 기업사에서 유례를찾아 보기 힘든 질풍노도와 같은 다각화를 추진하게 된다.
그는 비벤디의 새로운 전사적 비전을 소위 디지털 컨버전스 구현을 선도하는기업으로 정했다. 그 뒤 유니버설스튜디오, Canal+ 등의 인수합병을 통해 미디어 유통채널 및 콘텐츠 관련 방송, 통신서비스, 영화, 음악, 출판, 게임, 인터넷 포털 등 거의 전 분야에 진입하게 된다.
이러한 다각화를 통해 비벤디는 미디어 및 통신사업을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삼아 이 분야에서 각 사업들의 연계를 통한 적극적인 시너지 창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메시에의 급속한 다각화와 시너지 창출 노력은 참담한 실패를 맞게 됐다. 주가도 고점으로부터 90% 폭락해 회사 생존 자체가 위협받았다. 그렇다면비벤디 유니버설의 다각화 전략은 무엇이 잘못됐고, 우리는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 비벤디의 경우 신규진입한 미디어 분야에서의 경험 결여와 경영역량 부족이 주요한 실패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비벤디의 기존 주력사업과 미디어 산업간에는 연관성이 부족했다. 경영시스템, 기술, 인적 자원 등 핵심역량의 이전가능성이 높지 않아 기존사업과 신규사업간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어려웠다.
둘째, 미디어 분야에서도 방송과 같은 유통채널과 영화와 같은 콘텐츠를 수직적 계열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도 제기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누가 만들었던 간에 양질의 콘텐츠가 다양하게 제공되기를 원하고, 수직적 계열화로 동일한 유통채널 내지는 콘텐츠 분야의 경쟁업체와의이해관계 상충으로 갈등의 소지도 높기 때문이다.
셋째, 시너지 창출은 중장기적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다각화 과정에서 발생한부채는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불황에 직면했을 때 중장기적인 매출증대 잠재력과 단기적인 비용 증가 및 부채상환압력간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됐다.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인수하겠다는 일념 하에 시가총액의 50%가넘는 인수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등 과도한 신규진입비용을 지출한 것이 상황을더욱 악화시켰다.
결론적으로 비벤디 유니버설의 다각화 실패 사례는 시너지 창출에 대한 확신과집착으로 과도한 다각화를 추구하게 되는 소위 시너지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잘 보여 준다.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신규사업을 발굴해 진출하는 것 자체는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신규사업 진출에는 위험도 수반되는 만큼 철저한 타당성 조사와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진출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존사업으로부터 기술, 브랜드, 경영시스템 등 무형자산 측면의핵심역량을 이전·공유할 수 있을 때 신규사업 진출이 성공하고 시너지 창출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http://news.empas.com/show.tsp/20031010n02241/?s=2996&e=3174
작성일: 200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