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조선일보 시론 ‘세계를 향하여 인재를 뽑아라’ (2002년 5월 24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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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급기술 인력의 해외유출이 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가 지식기반 경제로의 급속한 이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창의력 있고 경험 많은 과학기술 두뇌의 확보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한국의 기술추격 전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귀국한 기술두뇌들이 단기간에 D램 분야에서 세계 1위로 부상한 한국 반도체의 신화를 이뤄내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 과연 우리가 지식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위협할 만큼 국내 기술두뇌의 해외유출과 유학생의 현지 잔류현상이 심각한 것인가? 최근 조사에 의하면 1994~95년 미국에서 과학기술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계 유학생 중 99년까지 미국에 잔류한 비율은 불과 15%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미국과학재단의 최신 통계에서도 한국계 박사학위 취득자 중 미국 체류의사를 표시한 비율은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높아졌지만 타국에 비해 아직 낮은 편이다. 


해외에 사는 중국계 엔지니어의 네트워크를 선진기술 확보에 잘 활용하고 있는 대만(臺灣)의 예를 보면 유학생의 귀국 비율이 90년대 초반처럼 세계최고 수준으로 높은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관한 의문도 제기된다. 또한 국내 기술인력의 해외진출은 역설적으로 우리 기술 수준이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보다 가속화된다면 국가 및 기업 차원에서 지식기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으므로 현 시점에서 고급두뇌 유치 및 관리 현황과 전략을 재점검해 볼 필요성은 크다고 본다. 


고급두뇌 확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들에 대한 성과보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열악한 연구여건 및 외부영입 인재에 대해 배타적인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고급인재들에게는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말고 능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과감히 제공함으로써 해외 유수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가 해외의 우수인재를 유치하는 기업에 연봉의 일부를 지원해주기까지 한다. 


둘째, 해외에 체류하는 한국계 과학기술자와의 네트워크 구축 노력을 강화함으로써 이들을 선진기술의 지속적 습득 및 세계화의 창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첨단산업에서 지속적인 지식기반의 고도화를 위해선 실리콘밸리 등 기술선도 지역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여 최신 기술과 정보를 빨리 입수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지식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계 인재에만 집착하지 말고, 외국계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구미의 유수기업은 전세계에서 인재를 스카우트해서 적극 활용하고 이들이 본사의 중역이 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는데, 우리 기업의 경우 외국인이 중역이 된 것이 아직도 화제가 될 정도로 외국계 인재 영입에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외국계 고급두뇌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의 연구개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현지에서 이들을 고용할 필요가 있다. 해외연구소 설립은 열악한 자녀교육여건 등 삶의 질 문제로 귀국을 꺼리는 한국계 인재의 고용을 위해서도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여건 개선을 중심으로 한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과학기술자를 우대하고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정책과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요청된다. 한국이 고급기술 인력을 우대하고 보다 살기 좋은 나라로 발전한다면 해외의 한국계 고급인력들은 귀국을 하든가 어떤 식으로든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고, 이들의 해외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한국의 장기적인 지식경쟁력 강화에 오히려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205/200205240389.html


작성일: 200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