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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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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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559201
매일경제. 삼성전자가 잘 나가는 이유 (2009년 10월 29일)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3분기에도 사상 최고 수준의 놀라운 실적을 기록하였다. 이에 대해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환율효과와 재정 지출 효과를 빼면 사상 최대 적자”라고 지적하여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과연 이번 경제위기에서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해외 주요 경쟁자들에 비해 놀라운 성과를 보여 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글로벌 전자기업들의 전략을 연구하여 박사를 취득했고 삼성의 의뢰로 삼성 경쟁력의 원천에 대해서 심층 연구를 한 바 있다. 따라서 경쟁자인 노키아, 소니가 3분기 적자를 보는 와중에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 보자. 강 위원장의 말처럼 수출기업인 삼성의 선전에 환율 효과가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작년에 비해 원달러 환율은 물론 주경쟁자인 일본 대비 원엔환율이 크게 상승하여 (원화가치 하락)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도 향상되고 원화 환산 실적이 높아졌다. 하지만 핵심부품, 장비, 소재의 상당 부분을 일본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황에서 고환율은 제조원가를 상승시키는 측면도 있음을 고려하면 환율효과만으로 삼성의 천문학적 이익을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비상경영체제 돌입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 부분 있었지만 삼성의 경쟁자들은 삼성보다도 필사적으로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추진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설명력이 제한적이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전자제품 수요 급증도 있었지만 인접국인 대만과 일본도 그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
따라서 환율 및 비용절감효과, 중국 특수가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이를 능가하는 보다 근본적인 요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본원 사업에서의 경쟁력 강화 전략이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위기가 오게 되면 체력이 약한 기업은 몰락하게 되고 한계기업의 도산과 구조조정 등으로 경쟁력이 강한 기업의 지배력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리만 브라더스 등 경쟁자의 도산 이후 더욱 높아진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이익을 보여 주고 있는 골드만 삭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삼성도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삼성은 93년 신경영을 통해 질적 고도화를 통한 ‘21세기 글로벌 초일류기업’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제품, 사람, 경영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 추진해 왔다. 자체 브랜드를 붙인 프리미엄 제품으로의 고도화를 위해서 R&D, 마케팅, 디자인 역량 강화에 총력 투자를 해 왔는데 이는 지식자산, 무형자산 위주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 부합되는 매우 의미있는 전략 방향이었다. 신경영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10년 이상 일관성을 가지고 핵심 인재들을 확보/육성하고 조직구조, 문화, 가치체계, 평가와 보상 시스템, 경영 프로세스 등 경영 시스템의 주요 요소를 질을 최우선시하는 전사 비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정렬시킴으로써 마침내 2004년 10조원 이상의 이익을 기록한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하에서의 삼성의 놀라운 선전도 신경영을 통한 근본적 경쟁력 강화와 경영 시스템 혁신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금년 삼성의 실적 개선에 가장 크게 공헌한 효자 상품인 LED TV의 성공은 R&D역량을 기반으로 한 창조적 혁신과 프리미엄 브랜드, 차별적인 마케팅, 디자인에서 기인한 좋은 예이다. 이러한 변신 과정에서 삼성의 최대 강점이었던 제조경쟁력을 유지, 강화하면서 수조원을 들여서 세계 최고 수준의 SCM (공급망 관리)을 글로벌 네트워크 차원에서 구축한 것도 생산-판매의 시차를 줄여 재고를 줄이고 저원가를 구현하여 경제 위기로 인한 수요 위축에 유연성 있게 대응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또한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해외 시장을 다변화함으로써 구미 시장의 침체로부터의 충격을 덜 받을 수 있었다.
또한 필자의 연구에서 발견한 대규모 조직이면서도 해외 경쟁자에 비해 의사결정과 실행의 스피드가 매우 빠르고, 다각화되어 있으면서도 단위 사업의 전문성을 극대화시켰으며, 미국식 전략경영과 일본식 현장경영의 장점을 조화시킨 삼성식 패러독스 경영 시스템이 정착되어 이번 위기에서도 큰 역할을 하였다. 특히 이번 경제위기 직후 4개 총괄 체제를 부품과 완제품의 2개 부문으로 통합함으로써 위기관리와 의사결정의 스피드를 더욱 높이고 시너지 경영의 기반을 마련한 점도 높게 평가될 만 하다. 비관련형 다각화를 추구하던 서구 기업들은 자원 배분과 경영관리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전업형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반면, 삼성의 경우 휴대폰, 반도체, LCD, TV 등 각 단위 사업이 내부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세계 1, 2등의 점유율과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이번 경제위기의 와중에 치킨 게임의 승자가 되어 각 사업 공히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이면서 3분기의 놀라운 실적에 골고루 기여한 점도 특기할 만 하다.
결론적으로 볼 때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한국 기업의 놀라운 선전에는 환율과 비용 절감 효과도 분명히 컸지만, 특유의 제조경쟁력 이외에도 R&D, 마케팅, 디자인, 글로벌 SCM 역량 강화를 위한 꾸준한 투자를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가장 큰 역할을 하였음은 분명하다.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의 와중에서 강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주력 사업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이는 한편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와 M&A를 강화한다면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이번 경제 위기의 최고의 승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일: 2009-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