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매경이코노미 경영에세이 '글로벌 아웃소싱이 실업주범?' (2004년 3월 31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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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는 미국기업들의 글로벌 아웃소싱의 증가에 의한 구조적인 실업 문제에 대한 논란이 주요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경제가 불황을 극복하고 작년부터 회복기에 접어 들었지만, 소위 ‘고용 회복 없는 경제 성장 (jobless recovery)’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수년간 약 40-50만개의 IT관련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되었으며, Forrester Research는 2010년까지 약 330만개의 사무직종의 일자리가 미국에서 외국으로 이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로의 공장 이전에 따라 저임금의 생산직 근로자의 실업이 문제가 되었지만 최근에는 사무직은 물론 R&D 연구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회계사등 전문 직종의 일자리까지 해외로의 이전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어서 일반적인 미국인이 느끼는 위기감은 무척 고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의회의 일각에서는 글로벌 아웃소싱, 특히 연구직이나 사무직종에서의 Business Process Outsourcing (BPO)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면, 왜 미국기업들은 과거 본국에서만 행해지던 R&D, 회계, 비즈니스 서비스등 고부가가치 활동을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는가?  그 해답은 글로벌 경쟁의 심화 추세에 대응한 글로벌 기업들의 초국적기업 (transnational corporation)으로의 변신 노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기업들이 유럽, 일본, 한국등 해외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전세계 최적의 입지에서 최적의 인적, 생산, 기술 자원을 소싱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90년대 이후 IT기술 및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은 지리적 장벽을 극복하여 해외로 기업 활동을 이전시키고 이를 본국과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축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 기업의 아웃소싱을 보다 고도화, 활성화시켜서 일부 IT엔지니어의 실직 사태까지도 불러온 것이다. 또한, 인도 등에서 배출되는 엔지니어 및 전문직 종사자들의 양적, 질적 수준의 비약적인 향상도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시킨 중요한 배경이다. 해외로 연구소나 비즈니스 기능을 이전하더라도 업무의 질 저하는 별로 없이 현저하게 낮은 임금으로 인해 큰 폭의 비용 절감을 향유할 수 있으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글로벌 아웃소싱의 확대가 어찌 보면 당연한 행태라고도 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더 이상 미국만이 기술 혁신의 주체가 아니고 해외에서도 활발히 획기적인 신기술이 개발되며 이러한 기술이 먼저 테스트되고 개량되는 선도시장 (lead market) 구실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함으로써 미국 기업들은 R&D 활동의 글로벌화를 통한 해외로부터의 첨단 기술 개발 확보 노력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고 신기술을 빨리 수용하는 소비자군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의 IT, 통신 관련 분야에 IBM등 미국 유수 기업의 연구소 설치와 전략적 제휴가 붐을 이루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도 최근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인한 산업공동화와 청년 실업난으로 대변되는 구조적인 실업 문제가 쟁점화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선도기업들도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하에서 경쟁력의 유지 강화를 위해 공장의 이전을 넘어서 R&D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해외 인재의 스카우트, BPO등을 통해 글로벌 아웃소싱 노력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로부터 우리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면, 글로벌 아웃소싱을 어떠한 시각에서 보고 대처를 해야 하는가?  글로벌 아웃소싱의 증대를 일자리의 해외 유출 관점에서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부정확하고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최근 미국에서 행해진 한 연구에 의하면 90년대 미국의 컴퓨터, 통신장비업체들이 부품을 글로벌 소싱함으로써 가격을 10-30% 낮출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의 IT투자 붐이 조성되고 IT산업 전반의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저부가가치/저임금의 사무직, 연구직, 일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등의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된 반면에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한 원가 절감과 매출 증대로 인해 소프트웨어 설계자 (architect), 프로젝트 매니저 등 고부가가치/고임금 직종 및 연관 산업의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났다고 한다. 따라서, 글로벌 아웃소싱에 대한 규제는 글로벌 경쟁하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는 좋지 않은 발상이며, 보다 바람직한 해법은 지속적인 이노베이션의 촉진을 통한 신제품, 신기술의 개발을 통해, 그리고 연관산업의 육성 발전을 통해 고임금,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계속 창출해 나가는 데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연구, BPO등 고부가가치 활동의 글로벌 아웃소싱 추세에 적극 대응하여 한국이 강점이 있는 IT 분야나 제조업의 엔지니어링 분야 등에서 선진 기업의 글로벌 아웃소싱 성격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제반 여건과 투자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층에서도 최근의 청년 실업이 글로벌 경쟁하에서 구조적인 특성을 지니게 될 것임을 잘 인식하여 자기 자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아웃소싱의 증가 추세는 국적, 성별, 인종을 불문하고 인재를 전세계에서 확보하여 중용하는 경향도 동시에 강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청년들에게는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중역까지도 올라 갈 수 있는 기회도 동시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성일: 200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