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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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위기 재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구조조정이 한국경제의
화두로 대두하고 있다. 경제를 다시 안정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이 요청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최단시일 내에 완료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전략적인 접근이 다소 부족한 듯하다.
기업구조조정의 목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한
인원감축이나 비핵심, 적자사업의 처분은 원가절감과 현금 흐름의 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핵심 및 미래성장 사업에서
신기술 개발 및 품질, 생산성 향상을 통해 중장기적인 수익창출 능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은 궁극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의 예를 보면 구조조정이 단순한 비용절감을 통해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영자 중 앨 던롭은
‘전기톱 앨’이라고 불리어질 정도로 인원감축 위주의 구조조정으로
유명했다. 던롭은 스코트제지 등에서 피비린내 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단기간에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재임중에 일시적인 주가상승을 이루어
냈지만, 그가 떠난 후 이 기업들은 다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연구개발 부문과 핵심사업에서도 지나친 인원삭감과 투자축소를 단행하여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던롭은 선빔사의 경쟁력
강화에 실패하여 그 자신도 해고되는 수모를 맞보아야 했다.
이에 반해 미국 최고의 경영자로 추앙받는 GE의 잭 웰치 역시 대규모
해고와 비핵심 사업의 과감한 처분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핵심 및
미래성장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병행한 결과 GE를 미국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이 두 사례는 구조조정의 바른 접근법과 목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80년대의 불황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90년대
들어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며 소위 신경제를 창출해 낸 데는,
이처럼 원가절감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더불어 불황 속에서도 핵심 및
성장사업 분야에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미래성장
잠재력을 확충한 데에서 그 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미국 경쟁력의
일익을 담당하는 벤처기업들의 경우 통상적으로 경영위기시 가장 늦게
감축하는 분야가 경쟁력에 직결되는 연구개발 부문임을 우리는 잘
인식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미래의 성장 엔진으로 삼고 있는 지식기반 산업분야에서는
기술혁신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기술표준을 장악하기 위한
범세계적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신생 기술집약 산업에서의 경쟁
양상을 보면, 선도 기업이 갈수록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고이윤을
장기간 향유하는 이른바 수익체증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산업에서는 기술표준을 주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한 극소수의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생존조차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정보기술과 반도체 등 지식기반 산업분야에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국제화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하루빨리 구축하는 한편,
기존 산업분야의 지식 기반을 고도화하는 노력은 지금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이러한 노력이 인원삭감, 비핵심 부문의 매각과 병행하여 추진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 비용절감 위주의 구조조정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성공은 오래 가지 못하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 상실로 인해 부실기업이
늘어나고 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
http://www.chosun.com/svc/news/www/viewArticle.html?id=200101250234
작성일: 200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