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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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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Lounge] (5)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
"한국 기업들이 과거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고 있다가는 21세기형 경쟁 환경에서 낙오자가 될 수 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한국 경제와 기업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고 했다. 국내외 경제 환경에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전략 패러다임을 원점부터 다시 점검하고 재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이와 관련한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얼마 전 그 결과를 책 '퍼펙트 체인지'로 펴냈다.
송 교수는 세계 경영학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학자다. 지난 8월엔 미국경영학회(AOM) 국제경영분과 차기 회장 겸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미국경영학회는 회원 수 2만여 명의 세계 최대 경영학 학술 단체로 국제경영분과 회원만 2500여 명에 이른다. 이에 앞서 올 초에는 국제경영학회(AIB)의 펠로(Fellow)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대 경영대 연구실에서 송 교수를 만나 한국 기업의 전략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시장 선도 기업이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승자 독식을 향유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그 동안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었던 ‘빠른 추격자 전략’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이진한 기자
저성장·초경쟁·지식혁명의 3각 파도
―한국 기업들이 전략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이유가 뭔가.
"과거에 예측했던 것보다 외부 환경이 더 격변하고 있다.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잘못 대응하면 완전히 좌초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일종의 삼각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첫째, 저성장이다. 고도성장은 이제 불가능하고 최악의 경우 일본형 장기 불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둘째, 글로벌 경쟁이 초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중국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셋째, 흔히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21세기 지식 기반 경제의 도래다. 과거 IT 혁명 때와는 달리 이번엔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은 뭔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시장 선도자(first mover)로의 변신이다. 지금까지는 빠른 추격자 전략이 유효했다. 세계 최대 공장 세워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인건비 수준도 낮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식의 원가 경쟁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부문에서 중국이 더 잘하고 있다. 우리보다 더 큰 공장을 세워서 규모의 경제 달성하고, 국내 시장도 크고, 인건비도 낮다.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게임 룰도 완전히 바뀌고 있다. 빠른 추격자 전략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산업이 등장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에서는 초기 시장 선점자가 시장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 독식 현상이 나타난다. 국내 시장에서 잘나가도 세계시장을 장악한 기업에 먹힌다. 대표적 사례가 싸이월드다. 결국 우리도 죽으나 사나 혁신하고 선도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아예 게임을 벌일 여지가 없을 것이다."
―시장 선도자보다 빠른 추격자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성격을 띠는 신생 산업에서는 일종의 임계점이 있다.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성공할 기회가 있다. 때로는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것보다 조금 늦게 진입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임계점을 넘어 승자가 떠오른 뒤에는 기회가 없어진다. 시장 선도자가 반드시 최초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얼리 무버(early move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보다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관련 플랫폼은 아직은 기회가 있지만 5년쯤 지나면 기회의 창이 닫힐 것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대체로 얼리 무버가 아니라 한참 뒤에 들어가서 속도전으로 따라잡으려 한다."
한국 기업 전략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7대 제언
글로벌 시장 선도자가 살 길
―미국 기업들이 플랫폼 사업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플랫폼 사업 전략은 기존 전략과 완전히 다르다. 전략적 사고를 갖추지 못하면 아예 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플랫폼 사업에서 글로벌하게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미국 시장과 중국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한국 기업 혼자 이 시장들에 들어가서 성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 기업,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파트너십으로 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권을 넘기는 것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싸이월드는 더 빨리 더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나가야 했다. 미국 시장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면 지분의 상당 부분을 과감하게 구글 같은 회사에 넘겨야 했다. 한국 기업은 대체로 이런 부분이 약하다. 오너십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 이래서는 플랫폼 사업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문제 제기도 했는데.
"고도성장기에는 비관련형 다각화와 수직 계열화를 근간으로 하는 선단식 경영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서 저성장 시대를 맞은 선진국 기업들은 수직적 계열화 체제를 많이 약화시키거나 해체했다. 미국의 복합기업(conglomerate)이나 일본의 게이레츠(系列) 같은 대기업 집단은 다 쇠퇴했다. 한국 기업들도 변신하지 못하면 그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수직적 계열화도 장점이 있지만 잘못하면 동반 부실화, 하향 평준화로 갈 위험이 크다. 삼성은 세트(완제품) 분야의 TV와 휴대폰, 부품 분야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이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내부 거래에도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하여 성공한 예외적인 케이스다. 대부분 가격, 품질을 크게 따지지 않고 내부 거래를 하는 탓에 모기업 의존성이 너무 커지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그러다 주력 산업이 성장 정체에 빠지면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된다."
송 교수는 삼성이 화학·방산 부문을 매각한 데 이어 다른 그룹에서도 계열사 매각 등의 움직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직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규제 확 풀어야 미·중·일과 경쟁 가능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
"수직적 계열화를 한꺼번에 다 털어버릴 수는 없고, 옥석을 가려서 직접 해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나눠야 한다. 아웃소싱과 전략적 제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나치게 넓게 펼쳐놓은 사업 분야도 정리해야 한다. 동시에 주력 사업, 핵심 사업은 더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 산업도 발굴 육성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 새로 뛰어들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연장 선상에서 관련형 다각화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전략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뭔가.
"정부는 기본적으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적어도 떠오르는 신규 산업에서는 하루빨리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 빨리 더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우리보다 앞서가는 미국 중국 일본과 대등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규제 완화를 악용하는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징벌적 페널티를 가하면 된다.
과학기술 교육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 반값 등록금 등으로 대학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는커녕 실험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 반도체 연구소는 교수 충원을 못 하고 있고 장비는 1990년대 것이다. 학생들도 반도체 전공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10년 후에도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송재용(53)
- 서울대 경영대 학·석사
-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 컬럼비아대 교수
- 서울대 경영대 교수
-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원문보기:
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9/2017092901550.html#csidx5e7d62ee841a0eeaffd2a82fa5b4811
작성일: 2017-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