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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매일경제 2017년 7월 7일] [Biz Focus] 기업가치 세계 1위 애플 뒤엔 상생의 '플랫폼 리더십'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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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10년 만에 애플은 900조원에 육박하는 시가총액을 자랑하며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어떻게 휴대폰산업 후발 진입자였던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강자로 부상하면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등극할 수 있었는가? 스마트폰 전쟁에서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모바일 콘텐츠 거래장터를 만들어서 질 좋은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하게 확보해 제공함으로써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플은 산업 생태계 협력자인 콘텐츠·애플리케이션 제공자들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줬을 뿐 아니라 자기 몫을 지나치게 챙기기보다는 협력자들에게 수익의 70%를 배분하는 상생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상생의 모델을 통해 좋은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었다.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VCR, 게임 콘솔 등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콘텐츠와 같은 보완재가 있어야 가치가 창출되는 소위 플랫폼(platform) 상품이다. 플랫폼 상품의 경우 이를 수용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산업 생태계에서 협력자(complementor)가 보완재를 더 많이 개발하게 되어 그 가치가 상승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보완재에 의한 간접적인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특정 플랫폼 상품의 수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외부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와 같은 보완재를 더욱 많이 개발하게 되어서 네트워크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기 때문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성공한 것은 이러한 플랫폼 상품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콘텐츠 제공자와의 협력을 통한 소위 플랫폼 리더십 확보와 이를 통한 네트워크 효과 창출에 기인하고 있다. 


쿠수마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가우어 영국 서레이대 교수에 의하면 성공적 플랫폼 주도 기업들은 네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시스템을 주도할 차별화된 제품 기술이 있어야 한다. 둘째, 명확한 사업 영역의 정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등 보완자산을 개발하는 업체들에 이들의 사업영역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심어 주어야 한다. 셋째, 상생의 파트너십을 강조함으로써 사업 불확실성을 낮추고 이들에 플랫폼 주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외부 보완자산 개발 업체들을 동참시키고 협력하는 역량과 이를 책임지고 추진할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보완자산을 제공하는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공정한 이익 배분 룰의 정립이다. 


플랫폼 리더가 수익을 너무 많이 차지하려고 하면 협력업체들은 더 이상 플랫폼 리더와 협력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이는 특정 플랫폼 전체의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중대한 장애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플랫폼 리더는 플랫폼 전체의 시장 규모 확대와 자사 이익 확보 측면을 모두 고려해 적절한 이익 배분 룰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후발 주자로서 애플을 추격해야 했던 구글은 초창기 자사 앱 마켓플레이스를 확대하기 위해서 개발자 등 보완자산 제공자들에게 수익의 70%를 제공하고 나머지 30%는 안드로이드마켓을 운영하는 업체가 갖고 가도록 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을 통신사업자가 운영하기도 하고 아마존과 같은 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이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애플보다도 개방적인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서 애플을 급속히 추격했다. 한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MP3 플레이어 등 세계 최초의 상품을 출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 장악과 주도권 확보를 도모해왔다. 하지만 플랫폼 상품을 어떻게 표준으로 만들고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지 등 전략적 사고와 플랫폼 리더십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애플 사례에서 잘 나타나듯이 플랫폼 리더십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업 생태계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필요하다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산업 생태계 내 협력자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배분하고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복수의 표준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거나 신상품의 초기 수용자 시장을 넘어서서 대규모 시장을 성공적으로 형성시키기 위해선 경쟁자와의 적극적 협력도 필요할 수 있다. 표준 장악과 플랫폼 리더십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단기성과주의나 자기 이익 챙기기에 집착하여 슈퍼 갑으로서 독불장군식 행태를 보임으로써 협력자들과의 상생을 포기하고 건강한 생태계 형성을 저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플랫폼 리더십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를 종속적 하도급업체로만 보는 인식을 바꾸어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21세기 지식 기반 경제 트렌드가 인공지능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의 놀라운 발전에 힘입어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경제와 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떠오르고 있는 많은 지식 기반의 신생 산업,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시장 선점 기업에 의한 승자 독식 현상이 더욱 빈번히 나타날 것이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빠른 추격자 전략'을 구사하여 후발 주자였음에도 선진기업을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 선도 기업이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승자 독식을 향유하게 되면 후발 진입이 어려워지기에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빠른 추격자 전략'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생 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 성격을 띠고 있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한 후 플랫폼 리더십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리더십의 요체는 명확하면서도 장기적인 전략적 비전과 수익 모델 제시와 함께 공정한 이익 분배 룰을 통해 협력업체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상생의 리더십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작성일: 2017-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