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매일경제 "가족경영체제 아니면 반도체ㆍ자동차 신화 없었을것" (컬럼비아 해리건 교수와의 대담) (2007년 4월 13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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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 재벌을 논하다◆

"재벌기업 구조를 충분히 활용하되 이에 걸맞은 새로운 산업분야를 찾아내라." 인수ㆍ합병(M&A) 등 경영전략 부문의 세계적 석학인 K R 해리건 교수가 `재벌 긍정론`을 펼치며 한국 기업과 경제에 대한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현재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에 재직중인 해리건 교수는 지난달 서울대 MBA스쿨에서 8일 동안 집중 강의했다. 


최근 해리건 교수와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한국 재벌기업의 경영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송재용 교수=지금껏 재벌을 포함한 한국 기업들은 주로 `수직적 통합전략`을 써왔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분야를 해체해 왔다. 


 

  

 

  

 

21세기 한국 기업에 수직적 통합이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생각하나.


◆해리건 교수=한국 기업들의 특징은 `통합과 융합`이다. 


연구ㆍ개발(R&D)도 많은 분야를 동시에 진행한다. 


이런 특징은 산업분야에 따라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가 그 대표적인 예다. 


사실 모든 것을 재벌 계열사 내에서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아직 시도한 기업은 없지만, 재벌 등 한국 기업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산업분야를 찾는다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송 교수=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인터넷기술 등이 발전함에 따라 산업 간 장벽이 없어지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 혹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시대에 대응해 미국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 정도를 높일 것이라고 보는지.


◆해리건 교수=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라고 무조건 다각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소방산업같이 전통적인 산업도 자연재해라는 `근본적인 필요`가 있다면 성장잠재력은 여전하다. 


다만 한국의 경우 성공적인 사업 다각화를 위해선 하나의 대기업 계열사들이 서로 도움을주고 받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모기업 가치창조(Parenting Advantage)`의 골자다. 


모기업이 최선을 다해 자회사를 키워주되, 자립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한된 범주에서 지원해야 한다. 


◆송 교수=한국 재벌들이 어떤 식으로 경영을 해나가면 좋을 지 조언해달라.


◆해리건 교수=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에는 분명 재벌들의 공이 크다. 


그러나 과거의 실적과 현재의 명성만을 믿으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없다. 


기업의 시장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해야 한다. 


재벌체제의 특징을 살려 계열사간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활발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 교수=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별히 추천할 만한 성장전략이 있나.


◆해리건 교수=포트폴리오를 면밀히 관찰하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계열사들의 실적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로 눈을 돌려라. 비슷한 특징을 가진 외국시장에 진출하라는 의미다. 


◆송 교수=한국 기업들은 성장전략으로서의 M&A 추진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국가간 M&A`에 대한 조언을 부탁한다. 


◆해리건 교수=한국에서도 최근 기업 인수ㆍ합병이 과거에 비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내 기업간 인수ㆍ합병과 마찬가지로 국가간 M&A 성공의 열쇠도 `통합`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기업과 유사한 일본 기업의 국가간 M&A 사례를 모아 연구해 볼 것을 권한다. 


M&A와 관련해 나는 한국 주식시장을 미국 주식시장보다 높이 평가한다. 


한국 주식시장은 기업들이 비교적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실적을 향상시키면서 `유기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하지만 미국은 어떤 분야라도 제품의 수명이 18개월을 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주식투자자들도 단기적 수익을 올리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송 교수=한국의 기업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소유경영자가 적은 지분만을 가지고도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대한 비판이 많다. 


소유경영자와 전문경영자의 공존과 역할 분담 체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해리건 교수=동의한다. 


한국 재벌 특유의 가족경영체제에 장점도 많다고 본다. 


`리스크 태이킹(risk taking)`도 과감하게 하고, 경영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이런 가족경영이 아니었다면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 등이 이토록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IMF 구제금융 이전에는 한국 재벌기업들이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를 많이 했다. 


최근 바이오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대기업들이 1980년대 생명공학에 과감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이제 `인내하는 자본(patient capital)`을 끌어들여 외환위기 이전처럼 장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일에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재벌을 비판하지만 말고 이들이 축적해 온 기업경영 경험과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 해리건 교수는 = 텍사스주립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79년)를 취득한 뒤 81년부터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에서 핵심전략과정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사례를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대담 = K R 해리건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 교수 /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

 




작성일: 2007-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