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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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경쟁력 높인후 결합해야 효과
최근 한국 기업들 화두 중 하나는 성장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느냐 하는 것인데, 그 방법론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1+1'이 '2'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사례를 보면 다각화를 통해 창출된 복합형 기업(집단)들이 시너지 창출에 성공한 예보다 실패한 예가 더욱 많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경영전략을 수립하려면 국내외 사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시너지 경영의 성공 조건을 잘 이해하는 것이 선행과제라고 할 수 있다.
GE는 시너지 경영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GE는 주력 제품이던 발전설비, 의료기기, 항공기엔진 등 고가 제품의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금융 서비스 등을 결부시킴으로써 상품의 고도화ㆍ복합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GE 사례를 통해 시너지 경영의 성공요건을 도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GE는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 노력에 앞서 선택과 집중 원칙에 의거한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혁을 통해 각 핵심사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먼저 전개했다.
각 사업 자회사가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이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상품의 복합화와 제조, 금융 서비스 결합을 통한 '토털 솔루션 제공자'로 변신을 적극 추진해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했다.
둘째, GE는 시너지 경영의 주요한 인프라스트럭처로서 자회사간 공식ㆍ비공식적인 정보공유 채널을 구축하고 지주회사 체제 아래에서 공통의 경영이념과 비전, 조직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
반면 비벤디 유니버설은 시너지 경영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비벤디 유니버설은 원래 수도사업, 폐기물 처리사업 분야 등 유틸리티 사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이었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급속히 다각화를 추구하다 90년대 중반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메시에르(Messier)는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는 비벤디의 새로운 전사적 비전을 소위 디지털 컨버전스(융합) 구현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정하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미디어의 유통채널ㆍ콘텐츠와 관련된 방송 통신 영화 음악 출판 인터넷포털 등 거의 전 분야에 진입하게 된다.
이러한 다각화를 통해 비벤디는 미디어ㆍ통신 사업을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삼아 이 분야에서 각 사업들 연계를 통한 적극적인 시너지 창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메시에르의 이러한 급속한 다각화와 시너지 창출 노력은 참담한 실패를 맛보게 되고 회사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그러면 비벤디 유니버설 실패 사례에서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 비벤디는 신규 진입한 미디어분야 경험ㆍ역량 부족이 주요한 실패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유틸리티 사업 등 기존 주력사업과 미디어산업간에는 연관성이 떨어져 핵심 역량의 이전 가능성이 높지 않았기에 사업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어려웠다.
둘째, 미디어 분야에서도 방송과 같은 유통채널과 영화와 같은 콘텐츠를 수직적으로 계열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고객 처지에서는 누가 만들었든간에 양질의 콘텐츠가 다양하게 제공되기를 원하고, 수직적 계열화로 인해 동일한 유통채널이나 콘텐츠 분야 경쟁업체와 이해관계 상충으로 갈등 소지도 높기 때문이다.
셋째, 시너지 창출은 중장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비해 다각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는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불황에 직면했을 때 중장기적인 매출 증대 잠재력과 단기적인 비용 증가 및 부채 상환 압력간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례는 다음과 같은 시너지 경영의 성공요건을 제시해 준다.
첫째, 비벤디 유니버설 사례에서 보듯이 다각화된 사업구조에서 시너지는 무조건 창출된다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
다각화된 사업구조가 마이너스(-) 시너지로 연결되는 사례도 많다.
따라서 시너지 상품을 개발하고 시너지 경영을 추구할 때는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GE 사례에서 보듯이 각 계열사(또는 사업 자회사)의 경쟁적 지위 및 핵심 역량 제고가 시너지 창출의 선결과제다.
최고 수준 계열사간 결합만이 고객이 원하는 최고 상품과 서비스로 이어져 진정한 시너지 창출로 연결된다.
셋째, 계열사들이 자발적으로 시너지 창출 기회를 발견해 협력할 때 효과적인 시너지가 창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지주회사(또는 그룹 본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시너지 창출 노력을 강제하기보다는 GE처럼 계열사 상호간 공식ㆍ비공식적인 정보 공유, 인적 교류 및 네트워킹, 공동 사업기회 모색의 장을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시너지 창출이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일단 시너지를 창출하게 되면 전업형 기업이 쉽게 모방하기 힘든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이 된다.
따라서 지주회사 또는 그룹 본사 차원에서 시너지 창출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은 복합형 기업집단의 존립 근거를 명확히 해 주는 중요한 명제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
작성일: 200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