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매경이코노미 경영에세이 ‘도요타자동차가 갑자기 떴다고?’ (2003년 11월 19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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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는 도요타자동차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도요타가 일본의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작년에도 10조원 이상의 이윤을 창출했고, 인수합병 없이도곧 포드자동차를 추월해 세계 2위의 자동차 업체로 부상할 전망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도요타 배우기 열풍은 이미 전세계 자동차 산업에서는 80년대 후반 이후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도요타를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경쟁력이 강한 제조업체로 간주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과잉생산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도요타가 80년대 이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 세계최고의 원천기술력이나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다. 도요타가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속적인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저원가, 고품질을 동시에 달성함은 물론, 유연성까지겸비한 강한 학습 조직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본사의 관리자 및 연구소의 연구진, 생산라인의 엔지니어 및 생산직근로자, 그리고 부품업체 간에 상호신뢰 및 공존공영의 철학에 기반을 둔 삼위일체의 학습 및 지식경영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생산라인의 근로자 및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시스템에서 지속적인 학습과 제안,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도요타에서는 생산라인의 근로자들을 ‘문제해결의 원천’으로 보고 이들이 복수의 기능을 갖춘 다 기능공이 돼 생산라인이나 제품상의 문제를 능동적,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하게 적극 권유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왔다. 이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 선수들을 조련한 방식과 흡사하다.


반면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경우 요즘은 많이 바뀌었지만 과거에는 생산라인의근로자들을 ‘문제의 원천’으로 보고 이들을 혁신 및 지식창출의 주요기반으로 여기기보다는 공장 자동화를 통한 대체 대상으로만 간주했다. 이에 따라 GM사의 경우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무려 770억달러를 자동화에 투입했다.하지만, 공장 자동화율이 훨씬 떨어졌던 도요타와의 생산성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또한 도요타에서는 부품 공급업체를 지식창출의 주요한 주체로여겨서 신제품개발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참여시키고 적극적인 기술지도를 아끼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한 반면, 과거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회사에서는 혁신이나 학습은 오로지 연구소의 연구진에 의해서만 일어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었던 반면, 도요타는 전체 시스템에서 학습과 지식창출, 혁신이 일어난다는 기본적인 철학의 차이가 중장기적인 경쟁력 상의 차이로 이어졌던 것이다.


지난 80년대 이후 전세계의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도요타를 벤치마킹했지만,진정한 의미에서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 같다. 도요타의경쟁력 원천이 학습조직화돼 있는 전체시스템에서 나오고, 그 기반은 회사, 노조, 부품업체간의 돈독한 신뢰관계이기 때문이다.


도요타 노조는 지난 50년여간 파업을 하지 않았고 막대한 이윤에도 불구하고치열한 국제경쟁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들어 금년도 기본급 인상을 스스로반납했다고 한다. 이러한 근본을 벤치마킹하지 않는 한 도요타의 개별 프랙티스는 일부 모방할 수 있다 해도 도요타만큼 성과를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도요타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지식기반경제에서 학습 조직 구축을 통한 지식경영의 중요성은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최근 한국 기업들도 지식경영시스템을 많이 도입하고 있는데, 지식경영을 이미창출된 지식의 조직내 공유시스템을 구축하는 활동으로 좁게 해석하는 경우가많은 것 같다. 물론, 지식의 공유가 지식경영의 중요한 한 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더욱 중요한 측면은 어떻게 하면 공유가 필요한 가치 있는 지식을 창출,확보할 것이냐의 문제다.

http://news.empas.com/show.tsp/20031114n02617/


작성일: 200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