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지식기반경제 -- 3대 키워드는 'R&D, 디자인, 마케팅" (한국경제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 중계 2013년 12월 27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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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12)

패러다임 변화 시기의 스마트경영 -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삼성전자 자문교수를 하던 2008년께 일입니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애플발(發) 스마트폰 쇼크가 몰아쳤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고위층으로부터 ‘휴대폰 사업에서 노키아 어깨까지만 가도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두 회사의 형편이 바뀌었죠.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된 처지니까요. 노키아와 똑같은 쇼크를 받았던 삼성전자는 지금 애플에 ‘삼성쇼크’를 주고 있습니다.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이 삼성은 34%, 애플은 15%니까요. 이처럼 패러다임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가을학기 열두 번째 시간. ‘패러다임 변화 시기의 스마트경영’ 강의를 맡은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향후 10~20년을 관통할 패러다임 변화와 전략적 시사점을 살펴보자”며 강의를 시작했다. 


○“선진국 경제, 저성장 지속될 것”



송 교수가 꼽은 첫 번째 패러다임 변화는 ‘글로벌 경쟁 심화와 신흥국의 부상’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2008년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이 지났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 완화 축소에 들어갈 정도로 세계 경제가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한국에 왔을 때 대담을 했습니다. 제 첫 질문은 ‘GE의 관점에서 향후 5년을 어떻게 보는가’였습니다. 이멜트 회장은 ‘선진국은 확실히 저성장이다. 미국은 2%대, 유럽은 독일을 빼고 간신히 플러스 성장, 일본은 아베노믹스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GE는 신흥시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수출 위주의 한국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도 “유럽이 향후 10년간 저성장할 가능성이 80%”라고 예측했다. 미국은 소비와 부동산이 살아나고 있지만, 재정 적자와 인프라 노후화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송 교수는 전망했다. 전력망 수도 등의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가 재정에 여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아베노믹스 성공 가능성은


“재정적자가 심각하다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100%가 넘는 수준입니다. 일본은 250%입니다.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아베노믹스’라는 재미있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어떤 시나리오가 좋을까요. 1번은 성공하는 것, 2번은 실패하는 것, 3번은 성공도 실패도 아닌 상황이 오래가는 것입니다.”


수강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3번에 손을 들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2번, 실패입니다. 일본발 세계 경제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한국은 가장 큰 영향을 받겠죠. 일본 재정위기가 큰 문제가 될 겁니다. 일본 정부 예산에서 세금의 비중은 60% 이하고, 나머지는 국채입니다. 국채 발행이 안 되면 파국입니다. 일본 정부가 파산 지경에 이르면 한국에 있는 일본 돈이 대거 빠져나갈 겁니다. 엔화값은 급격히 떨어져서 엔·달러 환율 150엔, 원·엔 환율은 100엔당 750원까지 가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수출 기업에 큰 타격이 되겠죠.”


송 교수는 3번, 성공도 실패도 아닌 상황이 지속될 확률이 가장 바람직하고 확률도 높다고 분석했다. 양적 완화, 재정 투입, 규제 완화 등 구조 개혁이 아베노믹스의 세 축인데 구조 개혁이 의도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채비율이 250%인 나라에서 양적 완화와 재정 투입을 오래 지속하긴 어렵습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를 늘리는 것이 답인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찌 됐든 1년 내로는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 기업인들은 세 시나리오 모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중국, 소득·지역·도농(都農) 등 ‘3대 격차’ 위험


 송 교수는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경제의 불안요소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 부진으로 인한 성장 둔화, 소득·지역·도농 등 3대 격차 심화, 관료적인 공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와 기업들의 부채에 의존한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 등 위험 요인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절반 정도로 거대해진 경제가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인건비도 뛰고 있죠. 싼 노동력을 보고 들어갔던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도 제조업을 다시 육성하고 있고요. 시진핑 주석이 3대 격차 축소와 부정부패 때려잡기에 나선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이게 경기를 살리는 것과는 반대 방향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은 앞으로 3년간은 중앙정부가 돈과 힘이 있으니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동안 내수시장을 집중 육성하면서 중산층을 키우겠죠. 그런 면에서 앞으로 최대 5년간은 중국이 한국 기업에 가장 좋은 시장이 될 겁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밥그릇 깨지는 소리가 크게 한 번은 날 겁니다.”


○‘스마일 커브’를 주목하라


두 번째 패러다임 변화는 ‘지식기반경제화’다. 송 교수는 강의실 화면에 U자형 곡선과 거꾸로 세운 U자형 곡선이 교차하는 모양의 그래프를 띄웠다. X축은 산업의 가치 사슬로 첫 단계는 연구개발(R&D), 디자인, 소재 부문이며 가운데는 제조, 마지막 단계는 마케팅과 서비스 등을 나타낸다. Y축은 단계별로 창출되는 부가가치(이윤율)다.


“산업혁명 이후 20세기까지는 역(逆) U자형 커브였습니다. 앞 단계인 R&D와 디자인, 뒷 단계인 마케팅과 서비스는 가운데인 제조에 비해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식기반경제인 21세기에는 부가가치가 앞 단계와 뒷 단계에서 더 많이 나옵니다. 콘텐츠를 가진 기업,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그런 기업들입니다. 저는 이 U자형 곡선을 ‘스마일커브’라고 부릅니다. 역 U자형 곡선이 스마일커브로 바뀐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입니다. 대규모 자본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룬 휴대폰 제조의 대명사가 노키아였습니다. R&D와 디자인으로 휴대폰 시장을 뒤집은 게 애플입니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40%에 이릅니다.”


○‘신경영 선언’ 이후 스마일커브를 구현한 삼성


 삼성전자가 애플에 ‘삼성쇼크’를 안길 수 있었던 요인은 지난 20년간 기업구조를 스마일커브 형태로 바꾸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송 교수의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 1993년 이후다.


“신경영 선언에는 3대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하자는 다짐이 들어 있었습니다. R&D, 디자인, 브랜드입니다. 그게 지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애플이 갖고 있지 않은 게 있습니다. 핵심부품 생산 능력입니다. 스마트폰 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선진국은 포화상태죠. 이제 승부처는 신흥국인데, 애플은 프리미엄급 제품만 있기 때문에 신흥시장에서 경쟁이 어렵습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만 50종류를 만듭니다. 어느 수준의 완성품이든 사양을 맞춰줄 수 있는 제조경쟁력과 핵심부품 장악 능력이 있습니다. 약점도 있죠. 아직 소프트웨어가 약하다는 겁니다. 구글과 손을 잡고 안드로이드 체제로 간 것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에서도 독자적인 생존력을 보여줘야 할 겁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양극화·고령화의 해법


 세 번째 패러다임 변화는 ‘저출산 고령화와 양극화’다. 중산층 복원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정부도 정책 목표로 잡고 있다. 국내 정치권은 양극화 대책으로 앞다퉈 ‘복지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복지 강화는 양극화 피해를 줄이는 대책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해결책입니다. 복지를 위해서도 성장은 꼭 필요합니다. 일본이 왜 빚더미에 올라앉았을까요? 고령화에 대비해 성장이나 증세 중 하나는 했어야 했는데, 둘 다 안 하고 국채를 발행했습니다. 한국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일자리가 없는 나라인가요? 중소기업에는 일자리 20만개가 비어 있습니다. 고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가는데, 대학을 졸업하고는 중소기업에 가지 않고 공공부문과 대기업 등의 비정규직으로 갑니다. 대졸자가 가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은 고령화에 따른 건강 산업이 될 겁니다. 태국은 연간 156만여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합니다. 한국은 15만여명입니다. 의료서비스의 고용창출 효과는 제조업의 5배에 달합니다. 고교 때 가장 공부 잘하는 인재들이 의대·치의대로 진학합니다. 가장 경쟁력 있는 인재들이 몰려 있습니다. 그런데도 좌파 논리에 밀려 노무현 대통령 때 승인된 투자자유지역 내의 투자개방형 병원을 계속 못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뭐로 일자리를 만들겠습니까.”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라”


송 교수는 “패러다임 변화 시기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새로 구성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멜트 GE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라고 했습니다. GE는 금융위기 이후 매출 비중 50%를 넘던 금융부문을 30% 아래로 내리고, 인프라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한 방 맞았지만 굉장히 빠르게 방향을 틀어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리더의 통찰력과 실행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졸면 죽는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작성일: 201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