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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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Boston Consulting Group은 최근 발표한 2013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서 삼성을 애플에 이어 세계 2위로 선정하였다. 삼성은 2008년 조사에서 26등으로 50대 기업 리스트에 처음 선정된 이래 급속히 순위를 끌어 올려 급기야 구글도 제치고 2등이 되었다. 과거 ‘빠른 추종자’ 시절 모방을 잘 하고 원가를 낮추어서 성공한 기업으로 인식되던 삼성이 어떻게 세계적으로도 혁신을 가장 잘 하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을까?
삼성, 혁신으로 성공하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으로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 지속적인 신제품, 신기술 개발을 위한 학습 및 혁신역량이 필수 불가결한 전자, 반도체산업에서 삼성은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였다. 삼성이 반도체, OLED, 스마트폰, 디지털TV에서 세계 1등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지속적으로 조직 내에서 학습과 혁신이 일어나 지식 창출과 공유, 확산이 활성화된 강력한 ‘학습조직’을 구축한 것이다. 삼성에서 학습과 혁신은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로 삼성은 기술 및 경영관리 측면 공히 전방위적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삼성은 기술 우선 전략을 분명히 하면서 자체 R&D 역량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장기간 지속해 왔으며, 필요한 경우 거액을 들여서라도 과감히 천재급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거나 필요한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이를 개량, 발전시켜 왔다. 이를 통해 다양한 경로로 외부에서 확보한 지식을 내부에서 자체 투자를 통해 확보한 지식과 잘 조합함으로써 혁신적인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해내는 동태적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21세기에 들어와 지식기반경제가 가속화되면서 정보, 지식, 콘텐츠의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제조업에서도 대규모 생산 시설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창출이나 제조경쟁력, 하드웨어 기반의 경쟁력보다도 창조적인 아이디어, 혁신적인 기술, 소프트웨어, 콘텐츠, 디자인, 브랜드,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 등 소프트적 가치와 이를 기반으로 한 혁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기술혁신을 중심으로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삼성은 기술혁신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하고, 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하며, 미래지향적인 지속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인식하여 지속적인 기술/제품 혁신을 통한 최고의 경쟁력 확보에 경영의 최우선순위를 두어 왔다.
혁신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건희 회장을 필두로 한 삼성의 최고경영층은 학습과 변화, 혁신 지향적인 리더십을 보여 주었다. 특히 혁신을 해야지만 달성이 가능한 도전적 목표 설정을 통해서 조직에 끊임없이 위기의식과 도전정신을 불어 넣었다. 또한 R&D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내부 혁신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특히 인력개발원, 종합기술원, 경제연구소 등 전문 학습조직을 적극 육성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이며 삼성화된 지식의 창출을 위한 주체로 삼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습과 혁신에 친화적인 문화와 조직구조, 시스템 및 프로세스를 다각도로 발전시켜 왔다.
또한 선진 지식 확보를 위해 필요하면 선진기업과의 전략적인 제휴 및 선진기업 벤치마킹을 적극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외부 지식 확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과 해외연구소 확충을 통한 글로벌 R&D 체제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은 경쟁상 가치 있는 지식은 결국 사람이 창출하는 것이며 사람에 체화되어 있다는 점을 일찍부터 잘 인식했다. 이에 따라 인재제일의 기치하에 지식 창출자로서의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적극적인 교육 투자를 통해서 구성원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한편 지식의 조직 내 공유 및 확산을 도모했다.
삼성, 진화적 혁신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다
이러한 내부 혁신 역량 및 외부 지식 흡수역량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삼성은 ‘진화적 혁신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여기에서 진화적 혁신 역량이란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술경로나 제품 도메인 내에서 기존 기술이나 제품을 더욱 발전시키는 형태의 혁신을 의미한다. 경영학자들은 기존 경로/제품의 연장선 상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흔히 점진적 혁신 (incremental innovation), 활용적 혁신 (exploitative innovation), 연속적 혁신 (continuous innovation), 또는 존속적 혁신 (sustaining innovation)이라고 규정해 왔다.
필자는 이러한 기존 용어를 채택하기 보다는 ‘진화적 혁신’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여 삼성의 혁신역량을 설명하고자 한다. 삼성은 기존 기술/제품 경로 내에서 출중한 혁신 역량을 보여 주었지만, 시기별로 그 형태가 다르게 진화,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즉 세계 1등이 되기 전에 보여준 삼성의 혁신 역량은 주로 빠른 추종자로 글로벌 선도 기업을 추격하기 위해 기존 제품의 원가를 절감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여 차별화하는 형태의 문자 그대로 점진적 혁신 역량이었다.
하지만, 삼성이 각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된 이후 보여 주고 있는 혁신의 주된 형태는 여전히 기존 기술경로 내이지만 혁신적인 선도 기술로 기술의 프론티어를 넓히거나 또는 기존 제품 도메인 내에서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반도체에서 3차원 구조를 메모리 반도체 설계에 세계 최초로 도입하거나 LED TV를 위한 에지형 기술 세계 최초 개발을 들 수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3D TV, 스마트 TV, 갤럭시 노트를 통한 스마트폰의 패블릿 카테고리 창출, 퓨전 메모리, AMOLED 세계 최초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삼성의 최근 혁신이 기술의 프론티어를 넓히거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창출할 정도의 수준까지 발전하였기에, 점진적 혁신, 연속적 혁신, 내지 존속적 혁신이라는 기존 개념은 이러한 삼성의 혁신 역량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삼성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경로나 제품 도메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어 세상을 바꾸는 단절적 혁신 (discontinuous innovation) 내지 창조적 혁신 (creative innovation)을 주도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삼성 역시 향후 과제는 창조적 혁신 역량 강화를 통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임을 인정하고 2006년 이후 창조경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지식기반경제 시대를 이끌어가는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무엇보다도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사업, 제품,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기술 혁신을 해 나가는 것을 첫 번째로 선정하였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사업군을 만들어내거나 산업의 흐름을 바꾸어나가는 첨단적인 사업과 일류 제품을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사업과 제품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조적 혁신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삼성이 아직은 미흡한 창조적 혁신 역량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필자는 진화적 혁신 역량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삼성은 기존 기술 경로/제품 도메인 내에서는 혁신의 스피드, 신기술/제품 개발 역량, 특허숫자로 본 R&D의 효율성 측면에서 공히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삼성의 ‘진화적 혁신 역량’은 삼성의 주요 성공 요인 내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진화적 혁신 역량의 구성 요소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의 진화적 혁신 역량은 크게 ‘내부 혁신 역량’과 ‘외부 지식 흡수역량’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삼성은 빠른 추종자 시절 선도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기 위해 외부 지식 흡수역량을 먼저 발전시켰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 라이센싱, 리버스 엔지니어링 (reverse engineering), 전략적 제휴, 경험 많은 엔지니어의 영입 등 다양한 형태로 외부 지식을 빠르게 흡수해 왔다. 외부 지식 흡수를 더욱 잘 하고 더 나가 이를 개량하여 진화적 혁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삼성은 대규모 R&D투자와 관계사와의 협업 개발 체제 구축을 통해 내부 혁신 역량도 급속히 발전시켜 왔다. 이를 통해 외부에서 도입한 기술과 자체 개발한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진화적 혁신의 스피드와 효율성을 높여 나갔다.
최근에는 삼성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내부 혁신 역량이 진화적 혁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삼성은 과거와 다름없이 해외연구소 설립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 지식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내부 R&D 역량을 기반으로 기술의 프런티어를 넓히거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수준으로 진화적 혁신 역량을 발전시켰다. 그림 1은 삼성의 ‘진화적 혁신 역량’의 구조를 보여 주고 있다.
[그림 1] 삼성식 진화적 혁신 역량의 구조
이러한 삼성의 진화적 혁신 역량 중 특징적인 것을 몇 가지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1) 기술 혁신 방식의 고도화
삼성은 후발주자로서 선발기업을 기술적으로 추격하기 위해 막대한 R&D 투자를 했다. 하지만, 삼성의 R&D 전략은 단순한 물량 공세가 아니라 R&D의 효율을 중시하고 기술 추격과 선도의 속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월반형(leapfrogging) R&D와 병행 개발, 선행개발, 동시공학 그리고 레고식 R&D와 기술개발 및 기술도입의 효율적인 믹스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레고식/월반형 R&D
삼성의 R&D 전략의 기본 방향은 "연구하면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개발을 위해서 연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조각그림 맞추기 퍼즐(jigsaw puzzle)'에 비유할 수 있다. 먼저 제품을 기획하고 다음으로 내부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모으고, 그 다음에는 필요한 기술을 외부로부터 공급받는 수순으로 원하는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마치 레고 블록을 맞추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계적인 명성의 연구소(예: IBM의 Watson 연구소, AT&T의 Bell 연구소, Xerox의 Palo Alto 연구소)들이 흔히 범했던 ‘연구를 위한 연구’, ‘기술 개발을 위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연구 개발 예산을 집행하여 기술 추격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기술 추격기의 삼성은 선진기업이 이전을 회피하는 기초핵심기술 분야에서 선진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단시간에 좁히기 위해서 기술 단계를 건너 뛰어 현 기술 수준보다 두어 단계 앞선 기술을 개발하는 형태의 월반형 R&D 투자를 행했다.
동시공학 (concurrent engineering)
삼성의 기술개발은 동시 공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러 기능부서들이 순차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계열사 간에 상호 협력할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 마케팅 담당자, 협력회사, 생산담당자 등 관련 실무자가 함께 참여하여 개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통해 보다 고객지향적인 제품/기술을 개발하고 제품기획에서 양산에 이르는 시간(time-to-market)을 최대한 단축하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병행개발
또한 삼성은 복수의 사업부문 또는 연구소가 동일 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병행개발도 활용했다. 병행개발의 경우 자원의 중복 투입이라는 문제는 있지만, 경쟁을 통해 기술개발의 속도를 촉진시키며, 서로 상이한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보유한 지식의 폭을 넓혀 주는 순기능이 있다. 특히 삼성은 복수의 대안적 기술이 경쟁하고 있어 향후 기술 경로가 불확실한 초창기 기술의 경우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리얼 옵션 (real option)을 확보하는 한편으로 개발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병행개발 방식을 자주 활용해 왔다. 치열한 내부 경쟁 끝에 승패가 결정되면 보통 병행개발에 참여한 인력들을 모두 통합함으로써 지식기반을 다양화시키고 실패의 자산화를 도모하였다.
중장기 기술 로드맵 작성
2005년 기술준비경영 선언 이후에는 기술추격기부터 사용해 오던 전통적 방식 이외에 선도기업으로서 기술 격차를 더욱 벌이기 위한 새로운 R&D 매니지먼트 방식을 대거 채택하고 있다. 특히 종합기술원이 중심이 되고 반도체연구소, DMC연구소 등 핵심연구소가 동참하여 10년 앞을 내다보는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작성하고 이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면서 차세대 기술을 선행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세계 1등의 지위를 놓치지 않았던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차세대는 물론 3세대 앞의 기술까지 선행 개발하였다. 또한 5-10년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분기별로 업데이트하여 새로 도출되는 과제를 수시로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중장기 기술 로드맵 작성시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기술 선도 기업이 된 이후에는 주로 자체적으로 작성을 하고 있다. 특히 향후 5년간의 변화 예측은 매우 상세하게 하고 있으며, 차세대 기술 아이템들을 미리 선정해 놓고 순차적으로 개발을 해 왔다.
PLM 시스템
또한 최근에는 연구개발 효율화와 시장변화 대응을 위해 전사 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PLM 시스템은 제품 기획부터 단종에 이르기까지 제품 라이프사이클과 연구개발 현황 및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PLM 시스템을 통해 기초연구 – 선행연구 – 상품화 개발뿐만 아니라 부문간 개발 정보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개발기간 단축 및 시장적기 출시 등 빠르게 변하는 시장과 사용자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연구 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가치혁신
한편 삼성은 고객지향적 혁신을 위해 가치혁신 (value innovation) 기법도 적극 도입하였다. 삼성전자는 1998년 사내에 가치혁신 내지 가치공학 (value engineering) 추진을 위한 VIP센터를 설립한 후 소비자 니즈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 개념을 찾아낸 후 이를 진화적 혁신 제품으로 개발하는 프로세스를 발전시켜 왔다. 가치혁신 개념의 도입은 혁신 과정에서 고객 지향성에 대한 강조를 높여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진화적 혁신 상품 개발로 이어졌다. 소형 저가 가정용 칼라 레이저 프린터 (05년), DVD 블루레이 콤보 플레이어 (07년), 진동/소음 저하 드럼세탁기 (08년), 갤럭시노트의 펜 솔루션 (11년)이 가치혁신 개념이 적용되어 대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진화적 혁신 상품/기술들이다.
트리즈 (TRIZ)
트리즈(TRIZ)는 ‘창조적 사고의 방법론’을 뜻하는 혁신 방법론으로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소련의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Altshuller)에 의해 제창된 트리즈는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는 것과 함께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기법이다. 트리즈의 기대 효과는 제품 개발 시 발생되는 문제점을 40가지 원리 등 특유의 트리즈 기법으로 접근함으로써 단순히 문제를 개선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혁신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삼성은 1999년 삼성종합기술원이 트리즈를 도입해 모든 프로젝트에 시작 전 트리즈 전문가의 검토를 의무화했다. DVD 픽업을 트리즈를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개선한 후 삼성전자도 트리즈를 전면 도입했다. VIP 센터가 트리즈 확산의 진원지가 됐다. 보르도TV의 경우 와인잔 모양의 5각형 디자인 혁신도 트리즈를 통해 이뤄졌다. 삼성 반도체의 경우 초집적회로 개발을 위해 생산공정 자체를 새로이 설계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트리즈를 통해서 모순을 해결할 수 있었다.
2) 자체 기술개발과 기술도입의 적절한 믹스
레고형, 월반형 R&D 및 병행개발을 적극 활용한 예에서 보듯이 삼성은 기술개발에 있어서도 스피드와 효율성을 강조하였기에 무조건 자체 기술개발을 고집하기 보다는 기술도입을 한 후 이를 삼성에 맞게 소화하고 개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10억원 들여 3년 동안 개발하는 것보다 50억, 100억원 주고 한달 만에 기술을 사오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이건희, 1993.7.24, 후쿠오카 회의)라는 이건희 회장의 생각이 잘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이와 같이 도입한 외부 기술을 잘 흡수하여 보다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기술로 개량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도 삼성이 확보한 독자적인 연구 개발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례로 삼성전자는 1992년 9월 미국 퀄컴사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여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전화 단말기의 핵심 칩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양산한지 6년 5개월 만에 자체 기술력을 축적하여 핵심 칩을 국산화 하는 데에 성공했다.
첨단 기술이라 기술 도입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이러한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내국인 또는 외국인 기술자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 주고 영입함으로써 기술을 확보했다. 예를 들어 일본인 기술 고문들이 반도체 초창기에 특히 큰 역할을 하였다. 최근에는 국내 R&D 조직에 한국계나 일본인만이 아닌 미국,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엔지니어들이 영입되어 일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삼성은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기술을 라이센싱 형태로 도입하거나 해외의 우수한 엔지니어를 영입함으로써 외부의 우월한 기술을 신속히 확보하는 한편으로 독자적인 연구개발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적극 병행했다. 내부 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는 외부의 선진 기술을 잘 파악하고 도입된 기술을 잘 흡수하기 위한 ‘흡수역량 (absorptive capacity)’ 강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했다. 그 결과 도입한 기술과 삼성의 자체 기술을 결합하여 보다 차별화되거나 효율적인 기술을 단시간에 확보하면서 진화적 혁신을 위한 동태적 역량을 축적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외부 환경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지식 개발에 대한 복잡성이 높아져 내부 역량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외부 지식을 신속히 확보하거나 외부 주요 주체들과 필요한 지식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개방적 혁신 (open innovation)’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산업생태계 (industry eco-system) 전반 내지 전체 시스템에서의 혁신이 강조되고 있다. 삼성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을 본격 도입하여 외부 지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하고 있다. 앞에서 적었듯이 삼성은 과거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지식을 도입하여 왔기에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오랜 전에 채택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은 2000년대 후반부터 산학협력, 벤처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분 출자, 주요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합한 문화와 시스템을 재정립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삼성이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로 혁신적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의 개발 난이도가 높아지고 기술의 융복합화가 가속화되는데다가 기술과 시장의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있어 내부개발 위주의 R&D만으로는 빠른 기술 환경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3)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해외 지식과 인재 확보
최근 삼성은 적극적으로 해외 연구소를 설립하여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확충함으로써 해외 첨단 기술과 우수 인재 확보를 통해 진화적 혁신 역량을 보다 강화하고 창조적 혁신 역량 확보의 초석을 쌓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폴란드 등 전세계 13개국에 총 18개의 연구소를 설치하여 1만2천명의 연구원을 해외에서 확보하였다. 미국 등 선진국에 설치된 일부 연구소는 차세대 핵심기술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스템반도체사업부의 미국 오스틴연구소는 CPU의 코어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에는 취약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신속히 확충하기 위해 해외연구소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삼성의 향후 과제
신경영 이후 삼성은 ‘질적 극대화를 통한 월드 베스트 달성’을 전략적 비전으로 설정하면서 종래의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및 모방자(imitator) 전략으로부터 시장선도자(market leader) 및 혁신자(innovator) 전략으로의 대변신을 시도했다. 이러한 전략은 반도체, LCD, TV, 휴대폰, 2차전지, 조선 등에서 대성공을 거두어 세계 1등이 되었다. 이러한 분야에서 삼성은 기존 제품 도메인이나 기술 경로 내에서 개선 및 차별화를 통해 고객 가치를 높이는 진화적 혁신 역량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 삼성의 진화적 혁신 역량은 최근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 기술/제품 분야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는 단계로까지 업그레이드되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혁신적인 신기술을 기반으로 특허경영을 강화하면서 시장선도자로서 기술의 세계 표준을 주도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 제품이나 기술경로 내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혁신도 경영학적 관점에서 엄밀히 보면 진화적 혁신의 가장 발전된 형태로 보거나, 좀 더 후하게 평가하면 진화적 혁신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 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 혁신의 중간 단계로 규정해야 할 것이다. 삼성이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원천기술이나 혁신제품을 선행 개발하고 기술 표준(technology standard)을 주도하여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사례는 아직 사실상 없다.
따라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삼성이 지금까지 주로 해 왔던 방식대로 기존 기술/제품을 개량 발전시키는 진화적 혁신, 기존 제품의 원가효율성을 향상시키는 효율성 혁신 (efficient innovation) 에 덧붙여서 핵심 원천기술을 선행 개발하고 새로운 산업 내지 제품군을 창출하는 ‘단절적인 혁신(discontinuous innovation)’ 또는 ‘와해적인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주도할 수 있는 창조적 혁신역량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기업의 혁신을 연구해 온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기업은 창조적인 혁신을 도모해야만 매출 성장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장기간 높은 이윤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진화적 혁신 혁량에 더하여 창조적 혁신 역량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 시대적 당위성이 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2006년 창조적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창조경영을 선언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시의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창조적 혁신을 위해서는 이 회장이 강조한 바와 같이 준비경영을 기반으로 한 핵심원천기술에 대한 선행투자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창조경영 이후 다행스럽게 삼성은 종기원을 중심으로 핵심원천기술에 대한 선행투자를 대폭 늘려 오고 있다. 최근 종기원이 개발에 성공한 그래핀반도체의 경우처럼 일부 원천기술 개발 성과도 나오고 있다. 향후 이러한 핵심원천기술 개발, 확보를 위한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애플의 아이폰 사례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창조적 혁신이 반드시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이폰의 경우 기존에 기업 내부나 외부에 존재하고 있던 기술들을 창의적으로 재조합하고 여기에 앱스토어라는 선구적인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덧붙여서 창조적 혁신에 성공하였다. 혁신 이론의 선구자인 슘페터가 통찰력 있게 지적하였듯이 대부분의 혁신은 기존에 조직 내외부에 존재하고 있는 지식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합해서 나오게 되는데, 창조적 혁신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핵심원천기술 개발 노력과 병행하여 기존 지식들을 고객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창의적으로 재조합하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선도하는 것도 삼성이 나가야 할 창조적 혁신의 주요한 방향이다.
창조적 혁신을 위한 양손잡이 조직으로의 진화
창조경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내는 창조적 혁신을 지향한다. 수십 년 간 원가를 낮추기 위한 운영 효율성 제고와 더불어 기존 제품/기술의 모방과 개량, 진화적 혁신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온 삼성 등 한국기업들의 입장에서 창조적 혁신에 적합한 새로운 역량, 경영시스템, 조직문화를 단시간에 갖추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다.
삼성 등 한국기업에는 유교적 문화, 일본식 경영 도입, 군대식 문화를 기원으로 하여 체화, 발전되어 온 순혈주의를 통해 길러진 균질적인 인재와 농업적 근면성, 중앙집권적 통제와 위계적 조직,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꼼꼼한 관리 시스템, 동질적이면서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원가 효율성과 모방/개선 위주로 선진 기업의 캐치업을 추구할 때는 잘 맞아 떨어져서 삼성 등 한국 기업은 급속히 선진 기업을 추격할 수 있었다.
삼성 등 한국기업이 기존에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 효율성과 진화적 혁신 역량을 유지하면서도 창조적 혁신을 잘 하는 기업이 되려면 먼저 양손잡이 조직 (ambidextrous organization)으로 진화, 발전해 나가야 한다. 창조경영의 패러다임하에서는 매우 상이한 인재, 역량, 조직문화와 경영시스템 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창조경영의 기치하에 너무 성급하고 과격하게 변혁을 추구하게 되면 세계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기존 조직을 완전히 흔들어 놓아 오히려 경영 성과가 급격하게 나빠지게 될 위험성도 높다.
따라서 기존 조직은 오른손잡이 조직으로서 기존의 역량과 시스템, 문화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창의성을 높여가는 한편, 창조경영에 맞는 새로운 역량과 시스템, 문화를 갖춘 별도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왼손잡이 조직을 만들어서 기술, 디자인, 비즈니스 모델 등의 창조적 혁신과 신사업을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을 주도하게 해야 한다. 기존 조직은 성공한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 기존 기술 경로에만 천착하여 기존제품/기술을 개량해 가는 진화적 혁신과 원가 절감 등 운영 효율성 제고에만 치중하면서 단기 성과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기존 조직은 창조적 혁신이나 대규모 신사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이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데다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실패 확률도 높은 창조적 혁신이나 대규모 신사업은 기피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기존 조직에 무리하게 창조적 혁신이나 신사업 과제를 부여하게 되면 대부분 실패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삼성의 경우에도 창조경영의 패러다임을 처음부터 전체 조직에 적용하기 보다는 창조적 혁신과 신사업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지향하는 별동대 조직인 왼손잡이 조직을 집중 육성하여 이 조직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조적 혁신을 위한 왼손잡이 조직은 창의성, 전문성을 갖춘 도전적인 인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이건희 회장도 강조한 바와 같이 창조성의 기반인 다양성, 개방성, 유연성을 존중하는 한편, 실패를 용인하고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권장하는 조직문화와 경영시스템이 필요하다. 창조적 혁신은 큰 도전이며 그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창조적 혁신은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기에 기존 조직에 적용되는 단기성과주의와 이를 기반으로 한 평가/보상 시스템과는 다른 별도의 평가/보상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삼성의 경우 장기적, 기초적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종합기술원 같은 왼손잡이 조직을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창조적인 혁신 역량을 보유한 세계적인 연구소로 육성할 수 있는지가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은 종합기술원을 설치하고 기존의 전사 내지 사업부의 연구개발 조직과 역할을 분담하게 함으로써 중장기적인 탐험적 연구 (exploration)와 단기적인 활용적 (exploitation) 연구간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해 왔다. 왼손잡이 조직으로서 창조경영 기조하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창조경영 선언 이후에는 그래핀 소재 등 세상에 없는 소재를 개발한다든지 새로운 물질 구조를 만들어 보는 등 창조적 혁신을 위한 프로젝트 비중이 대폭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또한 기존 연구소 조직에서도 창의적인 혁신 과제 수행을 담당하는 조직은 별동대 조직으로 별도로 운영하면서 창조적인 제품/기술 개발 과제를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삼성이 최근 기존 연구소 조직에 만든 C-랩 (Creative Lab)과 이를 총괄하는 창의개발센터 조직은 양손잡이 조직 관점에서 바람직한 시도로 평가한다. 삼성은 최근 사내 제안 시스템 (IDEA Open Space) 운영을 통해 조직 내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활성화하고 집단지성을 통해 양질의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이렇게 해서 발굴된 아이디어들이 실제 구현될 수 있도록 사업부 단위의 C-Lab을 운영하고 과제 수행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삼성식 양손잡이 조직이 성공하려면 위에 상세히 적은 바와 같이 창조적 혁신을 담당하는 별동대 조직에는 확실히 기존의 삼성 조직문화와 판이하게 다른 다양성, 개방성, 유연성을 존중하고 소통을 중시하면서 실패를 용인하고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조직문화를 육성하고 보다 장기적인 평가, 보상의 타임 프레임 등을 제공해 주여야 한다.
M&A와 리얼 옵션적 사고와 투자 강화
언제 어디에서 창조적인 혁신으로 인한 불연속적인 변화(discontinuous change)가 나타날지 사전에 예측하기가 매우 힘든 것이 지금 삼성을 포함한 세계의 주요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불확실성과 불연속적인 변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고 더 나아가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전략적 사고와 투자 마인드가 필요하다. 따라서, 최근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리얼 옵션(real options)적 사고와 전략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삼성도 이제 미래를 선도하기 위한 창조적 혁신 노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높은 불확실성 상황에서는 모든 기술 및 제품을 내부 개발하거나 성급하게 풀 베팅(full betting) 하기는 위험성이 높으므로 복수의 국내외 유망 벤처기업에 전략적인 지분 출자를 하는 리얼 옵션적 투자나 핵심 기술을 확보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삼성은 1990년대 미국의 AST Research사를 인수했다가 1조원 가량의 손실을 입은 이후, 해외에서의 전략적 지분출자나 인수합병에 있어 글로벌 선도 기업에 비해 소극적인 성향을 보여 왔다. 향후 삼성이 해외에서 선진 기술, 특히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핵심 원천기술의 확보를 원한다면, 리얼 옵션적인 사고를 가지고 국내외의 복수의 유망 기업에 전략적으로 지분 출자를 하는 것이 불확실성 하에서의 효과적인 전략적인 사고일 수 있다. 또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강화하여 보완적인 기술을 지닌 타 글로벌 선도 기업이나 핵심 기술을 가진 국내외 유망 벤처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보다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맺어야 할 것이다. 국내외 연구 중심대학 및 주요 공공, 비영리 연구소와의 산학협동을 통해 기초기술을 확보하거나 공동 연구하는 것도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보다 강화해야 할 분야이다.
삼성도 이러한 필요성을 뒤늦게나마 인식하여 최근 글로벌한 차원에서 전략적 지분 출자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목적하에 2012년 11월에 세계 기술의 중심인 실리콘 벨리에 전략혁신센터 (SIC: Strategy & Innovation Center)와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OIC: Open Innovation Center)를 개설하였다. SIC는 부품 분야에서 신기술을 찾는데 주력하는 반면, OIC는 스마트폰•스마트TV 등 완제품 분야에서 유망 벤처를 발굴, 투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소규모 인수•합병(M&A)을 직접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 우수한 스타트업을 찾아 회사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등 핵심 인력까지 채용하는 방식(Acqui-Hire)으로 인수할 계획이다. 또 산하에 인큐베이팅센터인 액셀러레이터팀을 두고 스타트업 육성에도 나선다.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부와 연구소, 기술원 등에도 대응 조직을 만들어 긴밀히 협업하도록 했다. 이처럼 SIC와 OIC는 벤처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분 출자, 소규모 M&A, 인큐베이션 등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통하여 현지 혁신 기술의 발굴과 검증을 수행한다. 이러한 시도는 경쟁자들에 비해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시도로 보인다.
또한 삼성은 AST Research 인수 실패 이후 M&A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2007년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이스라엘 업체 트랜스칩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였다. 비록 작은 회사였지만 트랜스칩 인수 성공으로부터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 이후 시스템LSI사업부와 새로 시작한 의료기기사업부를 중심으로 보완적 기술이나 제품을 확보하기 위한 M&A를 연이어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역시 경쟁자들에 비해 뒤늦었지만 바람직한 시도라고 본다. 앞으로도 기술이나 제품, 핵심 우수 인력, 브랜드 확보 등을 위해 필요하다면 실패를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M&A와 전략적 제휴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작성일: 201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