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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매일경제 칼럼 'M&A 지금이 적기다' (2009년 7월 16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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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386070


과도한 차입을 통해 공격적 M&A를 시도했던 국내외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 유동성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경제위기 직전 몇 년간은 저금리와 글로벌 유동성 과잉으로 인해 사모펀드들까지 M&A에 적극 가세하여 인수 프리미엄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시기였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적극적 M&A를 시도했던 기업들은 치열한 인수 경쟁 아래에서 과도한 인수 프리미엄을 지급하여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된 것이다. 최근 M&A 실패 사례가 속출하자 일각에서는 M&A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과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신용경색이 맞물려 작년 하반기 이후 국내외 M&A 건수와 규모가 급감했다. 그러면 현 시점에서 M&A는 기피 대상이어야 하는가? 


오히려 이번 경제위기가 대공황 내지 장기 침체로 가지 않는 이상 지금이 M&A 최적기가 될 수 있다. 내재가치가 우수하지만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거나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업 바겐세일 기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에 비해 올해 6월에는 주가 대비 인수 프리미엄이 무려 66% 격감했다. 학계나 컨설팅사 연구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 낮은 가격으로 성사된 인수가 호황기에 행해진 인수보다 월등히 높은 가치를 창출했다. 


따라서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에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신용 경색으로 전 세계 M&A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지금이 인수를 통한 기업 가치 창출의 호기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 선도 기업들은 주력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성과 수익성 저하로 고민해 왔기에 지금이 인수를 통해 기존 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면 M&A 성공의 요체는 무엇일까? 


첫째,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제대로 계산하여 적정 가격으로 인수해야 한다. 종종 특정 기업 인수에 대한 열망에 빠져 피인수 기업과 인수 기업 간 시너지를 과대 평가함으로써 과도한 인수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매출 증대 형태의 시너지는 생각한 것만큼 실현이 안되거나 오래 걸리는 사례가 많으므로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인수 프리미엄이 보수적으로 계산한 시너지와 구조조정을 통한 가치 창출액보다 크게 되면 인수를 포기해야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다. 


둘째, 인수 후 통합 과정이 M&A 성패를 좌우한다. 통합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 임직원들이 반발해 이탈하게 되면 M&A는 결국 실패로 귀결된다. 특히 국제 M&A에서 보다 세심한 통합이 요구되는데 조직문화 통합은 물론 인종적ㆍ국가문화적 차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ㆍ일본 기업의 구미 선진 기업 인수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는데 피인수 기업 임직원 수용도를 고려하지 않고 빠른 통합을 절대선으로 생각하여 본사 통제 아래 점령군 행세를 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빠른 통합이 좋지만, 한국 기업이 선진국 기업을 인수할 때는 피인수 기업 임직원들이 거부감을 가지는 일이 많기에 이들을 존중하면서 마음을 사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보다 점진적이고 겸허한 통합 방식이 요구된다. 


최근 M&A 실패 사례들과 글로벌 경제위기로 M&A에 대한 무조건적 기피 경향도 보이는데, 지금이야말로 신성장동력 확보와 기업 가치 창출 수단으로 M&A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M&A는 자금 투입으로 인해 실패 시 기업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인수 경험ㆍ역량 축적과 치밀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고 M&A에 대한 자신이 없으면 일단 지분 출자나 전략적 제휴 형태로 시작하여 추후 M&A로 진전시키는 `리얼 옵션(real option)` 형태의 단계적 전략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부학장]



작성일: 2009-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