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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20년 11월 30일] 구조조정 전문가 “코로나 없었더라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합병 불가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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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없었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불가피합니다. 만약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이미 경쟁력을 잃고 있는 국내 항공산업이 공멸할 수도 있습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지난 26일 서울대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내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와 상관 없이 지금과 같은 양대 대형항공사 체제로는 국내 항공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두 항공사의 통합으로 매년 조 단위의 원가를 절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지난 26일 서울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지난 26일 서울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송 교수는 올해 한국 대학 교수로는 처음으로 전미경영학회(AOM) 국제경영분과 회장으로 선출된 경영학자다. AOM은 2만여명 회원을 가진 세계 최대 경영학 학술단체로, 국제경영분과 회원만 2500여명에 이른다. 송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을 지냈고 2004년부터 서울대 경영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국내 인구 규모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 항공사 수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항공사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각국에서 대규모 정부 지원과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고, 항공사 간 합종 연횡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일본 ANA(전일본공수)와 JAL(일본항공)의 합병설도 나올 정도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과도한 부채, 경쟁력 약화 등으로 공적자금 지원 없이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운영 자금도 거의 고갈돼서 올 연말까지 자금 확충을 하지 못하면 신용등급 하락도 우려된다. 이에 따라 이자는 증가하고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코로나 상황에서도 인력 구조조정 없이 2분기,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오고 있는 대한항공이 유일한 구원투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대한항공도 심각한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다. 14조원 이상의 금융 부채 중 약 5조원이 1년 내 만기 도래한다. 정부·국책은행의 지속적인 추가 지원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산업 구조조정 차원의 합병은 불가피하다.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이미 경쟁력을 잃고 있는 국내 항공산업이 코로나 위기 속에서 공멸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인구 1억명 이하 국가는 대부분 대형 국적 항공사가 1개다. 현재 인천공항 슬롯(Slot·시간당 최대 이착륙 횟수) 점유율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해 35% 수준이다. 50% 이상은 돼야 스케줄 확보 차원에서 경쟁력이 있다. 미국·유럽 등 대형 항공사들은 이미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합병 이후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직원들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 정부에서 고용 유지를 우선 순위로 삼고 있고, 노조 반발도 있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은 어려울 것이다. 산은도 고용 유지 조건을 내걸었고, 한진칼도 이 조건을 수용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실업 사태를 일단 막았다고 볼 수 있다.


인력 감축 없이도 합병을 통한 원가 절감형 시너지가 매년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로 발생할 수 있다. 인력을 유지하면서도 합병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항공의 리스료가 대한항공보다 높은데 합병 후 대한항공 수준으로 낮추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정비도 통합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해외 영업망, IT 통합으로 인한 비용도 절감된다. 또한 정년 퇴직과 자발적 퇴사자를 일정 기간 충원하지 않는다면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도 중장기적으로는 잉여 인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한항공 직원들 사이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연봉이나 복지 수준이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우라고 생각한다. 최소 2년 정도는 아시아나항공을 별도 자회사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또 노조가 강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연봉·복지 수준 후퇴는 쉽지 않다. 연봉을 깎지 않아도 합병 자체로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두고 살릴 자신이 없어서 대한항공에 억지로 떠넘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항공 분야는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산은이 직접 경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사실상 경쟁력이 소진돼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HDC현산과의 협상 결렬 후 채권단이 국내 5대 기업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대안이 없었다. 대한항공이 인수하면 산은 입장에선 추가 자금 투입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국토부와 산은은 두 회사를 합병해 항공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것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을 것이다.


또한 과거 해운 산업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반성도 했을 것이다. 현대상선보다 경쟁력이 있었던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몰아간 결과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이 급감했고 최근 북미 노선 물류 대란이 일어났다. 해운 산업 구조조정 실패를 교훈 삼아 항공 산업에서는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대한항공 주도의 합병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산은이 대한항공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이 한진에 부과한 7개 의무 조건이 까다롭다. 경영 실적이 나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가 있음에도 한진그룹 경영진은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과 국내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방안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산은의 7대 의무 조건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은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벌 개혁을 내세운 현 정부가 대기업 중에서도 가족 갑질 문제와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이 나쁜 한진그룹 오너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넘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다.”


-경영권 분쟁 중인 조 회장이 지분에서 3자 연합에 밀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알면서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공멸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체제로 두 항공사가 존속하면 코로나 사태가 없었더라도 모두 경쟁력 위기에 빠졌을 것이다. 이번 딜은 대한항공이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 산은이 먼저 제안한 딜이다.”


-경영권 분쟁이 없었더라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을까.


“경영권 분쟁이 없었더라도 인수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을 것이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실사도 하지 않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부터 발표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사를 먼저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다. 그러나 산은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운영 자금이 거의 고갈된 데다 신용등급 강등 우려 등을 고려했을 때 매우 다급했을 것이다. 올해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했다.


HDC현산과의 계약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우발 채무도 발견했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이를 참고할 것이다. 대한항공은 일단 계약 규모의 5%까지는 우발 채무에 대해서 보상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넣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판 삼아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통합의 명분은 경쟁력 강화다. 기업 결합 신고를 하고 주요국 승인을 받는 과정이 2년 정도 걸릴 것이다. 두 항공사가 기업 결합 승인이 나오기 전이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은 빨리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비는 대한항공이 모두 맡는 방식이다. 저비용항공(LCC)도 최대한 빨리 통합시켜야 한다.”



작성일: 202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