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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조선일보 Weekly Biz 송재용 교수의 스마트 경영전략 "애플 성공 최대 승인은 상생의 ‘플랫폼 리더십" (2010년 2월 13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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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2/12/2010021201002.html


[송재용 교수의 스마트 경영전략]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데 급급하지 않고 콘텐츠 제공자에게 수익 70% 배분 결단

한국 업체는 최고 성능에 집착했다 낭패 더 개방적 사업모델 구축해 역전 노려라


최근 애플(Apple)사는 혁신적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성공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향후 애플은 아이패드(iPad)라는 신개념의 태블릿 PC에 이어 소위 아이티브이(iTV)를 출시함으로써 TV와 PC, 아이폰을 인터넷과 앱스토어로 연계하여 IT산업 전반의 패권을 장악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애플은 스마트폰시장을 석권하여 승자 독식으로 갈 것인가? 애플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한국의 휴대폰업체들은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휴대폰산업의 후발 진입자였던 애플이 어떻게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강자로 부상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애플이 스마트폰시장에서 사용한 전략은 예전에 아이팟(iPod) 출시를 통해 한국의 레인콤 등이 차지하고 있던 MP3 플레이어시장을 단시간에 장악했던 전략과 거의 동일하다. 탁월한 유저 인터페이스 기술과 혁신적 디자인, 아이콘 브랜드 확보 등 애플 특유의 핵심 역량이 성공에 크게 기여했지만, 하드웨어의 기능성만 보면 한국 기업은 애플에 뒤질 바 없었다. 애플과 한국 기업 간의 명운은 콘텐츠 제공 역량의 차이에 의해 갈렸다. 애플은 아이튠스(iTunes)라는 온라인 음악 스토어를 아이팟과 결부시켜 다양한 음원을 노래 한곡당 99센트라는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석권했다. 이번 스마트폰 전쟁에서도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모바일 콘텐츠 거래 장터를 만들어 질 좋고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함으로써 승기를 잡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플은 자기 몫을 지나치게 챙기기보다는 산업 생태계의 협력자들인 콘텐츠 제공자에게 수익의 70%를 배분하는 상생(相生)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도함으로써 시장을 장악했다.

 

이 사례는 소니의 베타맥스 VCR이, JVC와 마쓰시타가 주도했던 VHS VCR과 벌인 VCR 전쟁에서 참패한 사례와 많은 유사점을 보여 준다. MP3 플레이어나 스마트폰, VCR은 그 자체로서는 별 가치가 없으며, 콘텐츠와 같은 보완재가 있어야 가치가 창출되는 소위 플랫폼(platform) 상품이다. 플랫폼 상품의 경우 이를 수용하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산업 생태계에서 협력자(complementor)들이 보완재를 더 많이 개발하게 되어 가치가 증진되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에선 보완재에 의한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애플의 연이은 성공은 플랫폼 상품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여 보완자로서의 콘텐츠 제공자와의 협력을 통한 플랫폼 리더십(platform leadership)을 확보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한 데 기인한다.


반면 한국의 IT 기업들은 최근 MP3 플레이어, 와이브로 등 세계 최초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표준 장악 및 주도권 확보를 도모하였지만, 아직 이러한 플랫폼 상품을 어떻게 표준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부족한 듯하다. 하드웨어의 기능성만을 강조하면서 세계 최초, 최고의 기능을 넣는다고 플랫폼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플랫폼 리더십을 창출하기 위해선 산업 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필요하다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산업 생태계 내 협력자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배분하고 이들을 지원함으로써 상생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표준 전쟁에서 이기고 대규모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적(敵·경쟁 기업)과의 동침도 필요하다. 단기 성과주의나 자기 이익 챙기기에 집착하여 독불장군식 행태를 보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자기 발등을 찍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애플이 플랫폼 리더십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 창출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시장 형성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승부를 예단할 수는 없다. 현 상황에서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는 구글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개방형 스마트폰 운영시스템(OS)을 바탕으로 '안드로이드 마켓'이라는 모바일 콘텐츠 거래 장터를 육성 중이다. 구글의 사업 모델은 모든 측면에서 개방형이다. 반면 애플은 콘텐츠는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지만, 단말기나 OS는 독자 모델만을 고집하고 있고, 통신 서비스 사업자에게는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따라서 구글이 애플에 위협을 느끼거나 반감을 가지고 있는 단말기 제조업체들과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을 반(反) 애플 진영으로 광범위하게 모은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VCR 전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보다 많은 제조업체들을 확보한 VHS 진영이 그러하였듯이 말이다.


한국의 휴대폰 제조업체들로선 단기적으로 애플 견제를 위해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적극 채택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콘텐츠 업체나 통신 사업자들과의 광범위한 제휴를 통해 콘텐츠 확보 역량을 강화하는 보다 개방적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독자적 OS만을 고집하거나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는 것은 한국 기업의 역량에도 맞지 않고, 이 분야 기존 기업들과의 이해관계 충돌이 우려된다. 이미 폐쇄형 비즈니스 모델로는 애플이나 구글을 이기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기에 피해야 한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꾸준히 강화함으로써 구글의 하드웨어 업체 종속화 시도에도 대비해야 한다. 


◆송재용 교수는


경영전략·국제경영 전공으로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미국경영학회(AOM) 및 유럽국제경영학회의 최우수 박사논문상, 서울대 교육상 및 서울대 경영대 최우수강의상, 한국경영학회 최우수논문상, 연세대 우수업적교수상 등을 수상했다. 매니지먼트 사이언스(Management Science) 등 톱 저널에도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작성일: 201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