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하나금융 권두논단 "글로벌 지식경제와 경제위기하에서의 한국의 진로" (하나금융 2009년 2월호)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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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글로벌 지식기반 경제의 도래와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원


사례 1: 2005년도 미국에서 최고 연봉은 얼마였을까? 답은 현 환율로 약 2조원 (15억불)으로서 헤지펀드 CEO인 James Simons가 그 주인공인데, 첨단 수학기법이 동원된 금융파생상품을 개발, 운영하여 천문학적 이익을 창출하였다. 반면,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고도화된 파생상품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해서 월가로부터 사 와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사례 2: 한국을 먹여 살리는 대표 산업인 휴대폰, 반도체, 조선산업에서 한국기업의 실적이 좋아질수록 이 기업들 못지 않게 좋아하는 외국 기업들이 있다. 그들은 누구일까? 이 산업에서 원천기술 특허를 확보하고 표준을 장악한 Qualcomm (휴대폰), Sandisk (플래시 메모리), GTT (LNG선)로 한국기업들은 이들에게 매출액의 4-8%를 로열티로 갖다 바쳐야 한다. 2008년도에 삼성전자가 Sandisk 인수를 시도하였던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례 3: 컴퓨터 산업의 패러다임이 메인프레임에서 PC로 급변하면서 1992년 약 20조원 (160억불)의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며 풍전등화의 운명을 맞이하였던 미국의 대표 제조기업 IBM은 어떻게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가? IBM은 90년대 이후 범용제품의 제조는 대거 아웃소싱으로 외부화하면서 IT에 관한 한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설계, 운용, 컨설팅 등 고객 맞춤형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하였다. 

위의 사례들에서 보듯이 경영학의 대부인 피터 드러커가 규정한 바대로 21세기는 지식기반경제의 시대로 정의할 수 있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 박사도 최근 저서인 ‘부의 미래’에서 21세기의 부는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차별적인 지식을 먼저 확보한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 21세기에 들어와서 20세기까지의 경제 패러다임이었던 산업혁명을 대체하는 지식기반경제화의 추세는 글로벌한 차원에서 급격히 진전되고 있다. 

최근 전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글로벌경제위기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도 지식기반경제가 글로벌하게 진전되는 과정에서 CDO, CDS와 같은 고도화된 금융파생상품들이 속속 탄생하여 그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진데 있다. 이러한 지식기반경제의 총아인 금융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규제당국의 이해도가 부족하여 기초자산인 모기지자산등의 부실이 크게 발생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연쇄반응에 의한 전체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 내지 방화벽도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금융파생상품의 연쇄 부실이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지식기반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글로벌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이라는 메가트렌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여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부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글로벌 지식경제에서의 새로운 게임의 법칙


21세기 경제의 패러다임이 지식기반경제로 이행되면서 생명공학 (BT), 나노기술 (NT), 정보기술 (IT), 신재생에너지 산업등과 같은 지식기반 하이테크 산업 및 투자금융업, 컨설팅업,고등의료 및 교육, 문화컨텐츠 등과 같은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이 급부상하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에서 선정한 신성장동력 산업은 거의 모두 이러한 지식기반산업의 범주에 속해 있다. 이러한 지식기반산업에서는 경쟁상 가치있는 지식재화를 선점적으로 창출하는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실패 확률도 높지만 일단 그 지식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매김되고 이러한 지식이 원천기술특허 등 지적재산권으로 확실히 보호가 되면 표준을 장악한 초기경쟁의 승자가 장기간 고이윤을 향유하는 반면, 초기경쟁의 패자나 후발진입기업은 생존조차 어려워지는 승자독식 내지 수확체증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러한 지식기반산업의 경쟁은 초기부터 글로벌한 양상을 보여 주기에 PC운영시스템에서의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에서 보듯이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승자독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로 인해 지식기반산업의 특성이 강할수록 전통 제조업에서 한국이 후발주자임에도 남다른 원가경쟁력으로 이루어낸 ‘한강의 기적’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지식기반산업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선제적이고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한국 정부와 기업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지식자산의 중요성은 지식기반산업만이 아니라 전통산업에서의 경쟁의 패러다임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산업에서도 지식기반의 고도화 없이는 날로 치열해져 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범용제품의 원가경쟁력 우위에 안주하던 한국의 화학섬유산업이 지식기반고도화에 실패하여 중국의 급부상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반면에 과거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전통 제조업이었지만 지식기반 고도화에 대한 부단한 투자와 노력을 통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주문 설계 능력 및 세계 造船史를 바꾼 육상건조기술 등 획기적인 신공정기술을 개발한 한국의 조선업계가 전통적인 강자인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맹추격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LNG선 등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향상/유지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전통 제조업이 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지식기반경제에서의 스마일 커브


특히 이러한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과거 산업혁명기까지 중요하였던 자본, 노동, 토지등 재무제표에 나오는 유형재화의 상대적 중요성이 급격히 감소되게 되고 경쟁자가 모방하기 어려운 차별적인 기술력, 프리미엄 브랜드, 강한 경영시스템과 조직문화, 맞춤형 고객 서비스 제공 능력 등 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 않는 무형자산, 특히 지식 자산이 글로벌 경쟁우위의 원천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된다. 따라서 차별적인 지식을 창출해 내는 혁신능력과 그 주체로서의 핵심인재 확보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이나 기업의 활동이 연결되어 있는 가치사슬 (value chain)상에서 이익율 내지 부가가치의 축이 과거 산업혁명기의 역 U 자형 커브에서 지식경제에서는 급속히 U자형 커브로 이행되고 있는 상황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즉 산업혁명기에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생산설비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거나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생산원가를 줄이는 형태의 단순 제조 활동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이익을 창출하였다. 반면 지식경제에서는 가치사슬상의 上段에 위치한 R&D, 디자인, 핵심부품이나 소재, 소프트웨어, 콘텐트 개발 활동이나 下段에 위치한 마케팅 및 토탈 솔루션 제공 형태의 서비스 활동이 차별적인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작용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부가가치/이익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같이 산업혁명기에서 지식경제로 이행되면서 가치사슬상에서의 부가가치/이익의 원천이 역 U 자 형에서 U 자 형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사람의 웃는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지식경제에서의 스마일 커브 (smile curve) 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에서 제시한 IBM의 사례가 스마일 커브를 따라 움직여 성공적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사례다. IBM은 잘 하지도 못하였고 부가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었던 단순제조 활동은 대거 아웃소싱한 반면, R&D, 마케팅, 컨설팅 등 토탈 솔루션 형태의 서비스 부문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지식기반경제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재탄생하였다.


지식기반경제와 경제위기시대의 한국 기업의 전략 방향은?


이처럼 게임의 법칙 내지 경쟁의 룰이 산업혁명기와 차이가 큰 지식기반경제 시대로의 이행과 그 과정에서 최근에 발생한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 한국 기업과 정부가 성공적으로 대처하여 한 단계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최근의 글로벌 경제 위기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임이 분명하고 중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단 한국 기업은 생존을 최우선의 명제로 삼아 현금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주력 사업 위주로의 사업구조 재편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 하지만 글로벌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은 작금의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므로 97년의 경제위기 이후 경쟁력이 몰라 보게 강해지고 재무구조도 매우 건전해진 한국의 선도기업들은 현 위기가 제 2의 대공황으로 악화되지 않는 이상 이번 위기를 주력산업에서의 시장점유율 제고 및 신성장동력 확보의 호기로도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식기반경제의 전개에 대응하여 주력산업에서 지식기반경제의 스마일 커브 현상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사업구조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 기업, 특히 제조업체들이 스마일 커브를 따라서 경쟁력의 축을 급속히 움직여 가지 못하고 단순조립 및 제조 위주의 사업 모델만을 고수한다면 주력 산업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그리 오래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중국기업들은 초저가의 공산품을 쏟아내면서 기술력도 급격히 향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R&D 역량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 등 마케팅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가치사슬상에서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하여 2차산업에서 2.5차 산업으로 변신할 수 있어야만 한국의 제조업은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 경쟁력을 유지,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심대한 타격을 입은 해외 경쟁자들이 R&D와 마케팅 등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일 때 한국기업이 R&D, 마케팅, 디자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면 보다 적은 투자로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 시기에는 고객의 니즈 또한 급변하기 쉬우므로 고객가치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어렵더라도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최근 주가가 폭락한 해외의 원천기술 보유 기업이나 브랜드들을 저가에 인수하는 국제 M&A와 전략적 제휴와 함께 해외 우수 인력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원화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금년 하반기 내지 내년이 적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기반경제와 경제위기시대의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국가적으로도 투자금융, 교육, 의료, 컨설팅, 문화 콘텐트, 소프트웨어 등 지식기반서비스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풀고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면서, 정밀 부품, 소재산업 등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강화해야 21세기 글로벌 지식기반경제에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지식기반경제로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차별적인 지식을 창출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국가나 기업 공히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지식기반경제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국가적으로는 이러한 지식기반산업들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과감하게 육성함과 동시에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인프라로서의 과학, 기술, 교육에 대한 보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글로벌경제위기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하고 실업율을 낮추기 위해서 최근 한국 정부는 건설 위주의 SOC투자에 집중하는 정책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건설 부문 투자가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고학력 대졸 실업자들은 건설 부문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이들은 주로 지식기반산업에서의 취업을 갈구할 것이다. 또한 이번 경제 위기가 글로벌 경제의 판도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인데,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 추세하에서 어느 나라가 신재생에너지 등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지식기반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여 신성장동력산업들을 선제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지가 경제 위기 이후의 세계 경제의 주도권 장악에 관건이 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전통적인 건설 및 SOC 위주의 재정지출과 병행해서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및 과학, 기술, 교육에 대한 투자를 집중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으로 본다




작성일: 2009-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