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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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02/2008020200035.html
조선일보 Weekly Biz 송재용 교수의 스마트 경영 7 '노키아, 3M처럼 창조경영이 성공하려면?' (2008년 2월 2일)
사례 # 1: 노키아(Nokia)가 휴대폰 시장의 후발 주자였음에도 에릭슨, 모토로라와 같은 선발 기업을 물리치고 단시간에 세계 1등이 되고 1등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례 # 2: 오랜 역사를 가진 3M이 세계에서 창조적 혁신을 가장 잘하는 대기업으로서 오랫동안 군림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사례 # 3: 1990년대 후반 경영 성과가 급속히 악화되었던 세계 최대의 생활용품 회사 P&G에서 최근 혁신적 신제품 개발이 대폭 증가한 이유는?
최근 삼성전자 등 선도적인 한국 기업들에 창조경영이 화두로 급부상했다. 창조경영은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는 한국 기업들에 왜 중요하며,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
과거 한국 기업들은 저(低) 원가에 기반을 둔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을 구사하여 후발 주자였음에도 전자,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선진 기업을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을 사 오거나 모방한 후 낮은 인건비, 규모의 경제 등을 기반으로 원가를 낮추고 '점진적 혁신'을 통해서 기존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며 차별화된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최근 많은 한국 기업들은 주력 산업의 원가 경쟁력에서는 중국에 추월당하고, 제품은 범용제품(commodity)화되는 등 차별화가 더 이상 쉽지 않아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차세대 신(新)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선진 기업에 의한 지적 재산권 및 기술의 전략적 무기화, 그리고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 심화되어서 삼성전자와 같이 이미 기술적 프런티어에 도달한 선도적 기업들의 경우 첨단 기술을 사 오거나 모방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방 위주의 '빠른 추종자 전략'에서 창조적 혁신을 기반으로 한 '시장 선도자 전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히 요청되기에 창조경영이 한국 기업의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창조경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내는 창조적 혁신을 지향한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창조경영에 적합한 새로운 역량, 경영시스템, 조직문화를 단시간에 갖추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다.
■양손잡이 조직이 돼라
그러면 한국 기업이 매우 상이한 역량과 문화, 시스템을 요구하는 창조경영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 기업이 기존에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창조적 혁신을 잘하는 기업이 되려면 먼저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의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는 문자 그대로 조직을 이원화하는 방법을 말한다. 즉 기존 조직에는 '오른손잡이 조직'의 역할을 부여해 기존의 역량과 시스템, 문화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창의성을 높여가게 한다. 이와 함께 창조경영에 맞는 새로운 역량과 시스템, 문화를 갖춘 별도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왼손잡이 조직'을 만들어서 기술, 디자인, 비즈니스 모델 등의 창조적 혁신을 주도하게 하는 것이다.
기존 조직은 성공한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 기존 기술 경로에만 천착하여 기존 제품•기술을 개량해 가는 점진적 혁신과 운영 효율성 제고에만 치중하면서 단기 성과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기존 조직은 창조적 혁신을 할 수 있는 역량이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데다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실패 확률도 높은 창조적 혁신은 기피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기존 조직에 무리하게 창조적 혁신의 과제를 부여하게 되면 대부분 실패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창조경영의 패러다임을 처음부터 전체 조직에 적용하기보다는 창조적 혁신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지향하는 왼손잡이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서 이 조직에 먼저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행해진 최근의 실증 연구에 의하면 양손잡이 조직을 도입한 기업의 경우 90% 이상이 창조적 혁신 제품 개발에 성공, 전통적인 오른손잡이 조직에만 의존하였던 기업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성공 확률과 경영 성과를 보여 주었다.
창조적 혁신을 위한 왼손잡이 조직은 창의성, 전문성을 갖춘 도전적인 인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창조성의 기반인 다양성, 개방성, 유연성을 존중하는 한편, 실패를 용인하고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권장하는 조직 문화와 경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창조적 혁신은 큰 도전이며 그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창조적 혁신은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존 조직에 적용되는 단기 성과주의와 이를 기반으로 한 평가-보상 시스템과는 다른 별도의 평가-보상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평가 기간을 1년이 아닌 3~5년으로 늘리고 그 기간 동안에는 전사(全社) 평균 성과에 연동하여 보상을 한다든가, 창조적 혁신에 마침내 성공하면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의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왼손잡이 조직은 기존의 오른손잡이 조직으로부터 재정 및 인력 등 핵심 자원을 지원받지만, 상당 기간별 성과를 못 낼 공산이 크므로 기존 조직이 못마땅해 하고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최고경영층이 왼손잡이 조직의 장을 겸하면서 창조적 혁신의 챔피언으로서 지속적인 후원과 관심을 제공하면서 양 조직 간의 협력과 조정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휴대폰 산업의 후발 주자였던 노키아가 단시간에 세계 1등이 된 것은 디지털 기반의 GSM(유럽식 이동통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창조적 혁신의 성공에 기인한 바가 컸다. 이후 노키아는 왼손잡이 조직인 NVO(Nokia Ventures Organization)를 사내에 만들어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창조적 혁신을 주도하게 하였다.
3M의 경우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사적으로 창조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혁신지향적 조직문화와 경영 시스템 구축에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한 연구원들에게 '실패 파티'를 열어 주고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권장하는 '잘 의도된 실패(well-intentioned failure)'원칙, 창의적인 소수 의견을 권장하고 채책하기 위해 보고 시 소수 의견을 병기(倂記) 하게 의무화한 '마이너리 리포트(minority report)'제도, 핵심 인재들의 업무시간 중 20%를 자기 계발이나 미래를 위한 구상 등에 사용하게 한 20:80 원칙 등이 3M이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대표적인 제도들이다.
■조직 외부와 손잡아라
한국 기업이 창조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양손잡이 조직과 더불어서 창조적 혁신에 필요한 지식을 조직 외부로부터 광범위하게 구하는 '개방적 혁신 (open innovation)' 시스템의 도입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세계 최대의 소비재 업체인 P&G의 경우 R&D 투자에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썼지만, 회사 내부에 축적된 지식만을 기반으로 하는 '폐쇄적인 혁신 (closed innovation)' 시스템에 의존한 나머지 혁신적인 신상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2000년 새로 CEO로 등장한 래플리(Lafley) 회장은 창조적 혁신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신기술 개발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기존의 패러다임인 연구•개발(R&D)에서 제휴 개발(C&D•connect & develop•기초 지식을 외부에서 확보하여 내부에서 상품으로 개발•상용화하는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P&G가 개발하는 신제품•신기술 아이디어의 절반 이상을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는 외부 전문가 집단, 벤처 기업 등으로부터 구하여 이를 내부에 축적된 역량과 결합함으로써 혁신적인 신제품의 양과 질, 속도를 모두 높여 2001년 이후 6년 만에 매출을 73%나 늘렸다.
P&G의 사례에서 잘 나타나듯이 지식 기반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창조적 혁신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근원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혁신 과정에서 조직 내에 축적된 자산과 내부 연구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내외의 대학, 연구소, 벤처 기업, 협력업체, 외부전문가 집단 및 소비자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광범위하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보완적인 지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외부 지식의 확보는 지식 기반의 다양성을 증대시키고 혁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원천 기술의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창조경영은 21세기 글로벌 지식기반경제에서 한국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시대적 명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기존 조직에 너무 과격하게 창조경영의 패러다임을 접목시키려 하다가는 오히려 오랜 기간에 걸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 효율성과 점진적 혁신 역량을 확보한 기존 조직의 기반을 훼손하여 심각한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한국 기업의 제한된 지식기반 및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경영 시스템으로는 창조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따라서 창조경영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들은 기존 조직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창조적 혁신을 통해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양손잡이 조직과 개방적 혁신의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작성일: 2008-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