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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조선일보 Weekly Biz 칼럼 '초국적기업의 환경을 만들자' (2006년 11월 25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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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사이드] ‘초국적기업’의 환경을 만들자 


▲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지난번 미국 대선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아웃소싱 증가로 인한 구조적 실업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됐다. 과거엔 공장의 해외 이전에 따른 저임금 생산직 근로자의 실업이 문제가 되었지만 최근엔 사무직은 물론 연구원·회계사 등 전문 직종의 일자리까지 해외 이전이 급격히 진행되자 미국인들의 위기감이 고조됐던 것이다. 이로 인해 미 의회에서는 글로벌 아웃소싱, 특히 연구직·사무직 분야의 업무 프로세스 아웃소싱(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왜 미국 기업들은 과거 본국에서만 행해지던 연구개발(R&D)·비즈니스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분야까지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는가? 그 해답은 글로벌 경쟁의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多)국적기업(multinational corporation)에서 초(超)국적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다국적기업은 본국에서 창출한 기술이나 브랜드 등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경쟁을 한다. 본사에서 해외 자회사로 기술·인력·자금 등 자원을 일방적으로 이전시켜 해외시장에서의 불리점을 극복하였다. 하지만, 초국적기업에서는 더 이상 본국만이 경쟁상 가치 있는 자원의 유일한 원천이 아니다. 해외 주요 거점이 본국보다 우수한 자원을 제공하는 경우 이를 적극 소싱한다. 본국에서 창출한 경쟁 우위와 글로벌 네트워크상에서 창출한 경쟁 우위의 결합을 통해 범세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초국적기업은 몇 가지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초국적기업은 글로벌 네트워크상에서 최적의 위치를 찾아 기업 활동을 재배치하고, 최적의 자원을 조달한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는 인도에, 콜 센터는 필리핀에, 생산기지는 중국에 재배치하는 식이다.



둘째, 초국적기업은 인재도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을 적극 추구한다. 지식자산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지식 기반 경제에서 국적·성별·인종을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인재를 확보해 중용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관건임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심지어 최고경영자(CEO)도 외국인을 발탁하고 있는데, 유럽의 100대 글로벌 기업 중 20% 이상이 외국인을 CEO로 채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펩시(Pepsi)의 CEO에 인도에서 대학까지 마친 인도계 여성이 임명되기도 했다.



셋째, 초국적기업은 기술 분야의 ‘글로벌 소싱’도 부쩍 강화하고 있다. R&D 활동은 일반적으로 기업이 해외 이전을 가장 꺼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초국적기업은 망설임 없이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에서 혁신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스웨덴계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90년대 후반 R&D 예산의 40% 이상을 해외에 썼다. 미국 보잉(Boeing)사도 기업 R&D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로 이전했다.



마지막으로 초국적기업은 일부 사업·기능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본부 또는 본사(headquarter) 기능도 최적의 해외 입지로 이전하고 있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제약업체 노바티스(Novatis)는 R&D 부문 본사를 세계 제약·바이오 연구의 중심인 미 보스턴으로 이전시켰다. IMF 외환위기 직후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부문을 인수한 볼보(Volvo) 그룹은 한국 자회사의 인력·기술력의 우수성을 인정해 스웨덴 공장을 폐쇄하고 굴착기 부문 본사 및 연구소를 한국으로 옮겨왔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같은 초국적기업화를 통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높여가고 있다. 맥킨지(McKinsey) 조사에 따르면 150대 글로벌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년간 1.5배가량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세계 100대 경제 주체 중 글로벌 기업이 국가보다 더 많아지게 됐다. 



초국적기업화한 글로벌 기업들은 정부 규제가 심하거나 기업 환경이 나쁜 국가에는 투자를 회피하거나 기존 거점을 폐쇄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면서 인력·기술력·인프라 측면에서 세계 수준에 오른 국가에는 R&D 등 지식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인 사업 부문 투자를 집중시키고 있다.



가속화되는 초국적기업의 글로벌 아웃소싱 추세는 우리에게 적잖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이 선도시장으로서 강점을 갖고 있는 IT 분야 등에서 초국적기업의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친기업적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은 국내 기업들의 고부가가치 부문을 계속 한국에 유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한국의 선도기업들도 초국적기업들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단순히 공장을 옮기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과 해외 인재 스카우트·BPO 등을 통한 ‘글로벌 소싱’ 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작성일: 2006-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