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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매경이코노미 경영에세이 "불확실성 시대의 리얼 옵션" (2004년 4월 28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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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져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기법으로 선진기업에서는 시나리오 플래닝과 리얼 옵션 (real options)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점차 많은 한국기업들이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하고 있지만, 리얼 옵션 전략은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이 아직 채택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한국이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력하고 있는 IT산업등 지식기반신생산업에서 리얼 옵션 전략의 유용성은 높아서 한국기업들도 이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리얼 옵션 전략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하에서 기업이 미래의 핵심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단계적 투자 전략이다. 현가할인법등 전통적인 투자의사결정기법에 의거하면 미래에 대한 일정한 가정을 바탕으로 복수의 투자 대안중 하나를 선정하여 초기부터 투자를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리얼 옵션적으로 투자의사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높은 불확실성하에서 처음부터 하나의 대안을 확정하기 보다는 일단 복수의 대안에 동시에 소규모 투자를 행하여 각 대안에 대해서 보다 잘 파악한 후, 미리 설정한 의사결정단계 별로 각 대안의 성공가능성과 예상수익율을 점검하여 투자확대, 지속, 중단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대안들이 제거되어 나가고, 불확실성이 상당히 걷혀졌다고 판단되면 남은 자금을 모두 투자하는 단계적 투자 전략이 리얼 옵션 전략이다.


이러한 리얼 옵션 전략은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빠르며 그 방향이 불연속적이고 불확실한 제약, 생명공학, IT산업등에서 특히 R&D 투자나 벤처 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분 출자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신약 개발의 확률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글로벌 선도 제약업체들은 유망한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한 복수의 벤처 기업에 지분 출자를 한 후 단계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거나 중단하는 리얼 옵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한국기업 최초의 신약에 수억불을 투자하고도 중간에 투자를 중단한 GSK의 사례도 이러한 리얼 옵션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또한 Intel, HP, Nokia등 선도적 IT기업들도 높은 불확실성하에서 리얼 옵션 전략을 적극 구사해 왔다. 필자가 Columbia Business School 교수로 재직시 만났던 Intel사의 중역은 리얼 옵션적 투자를 전담하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90년대 후반 post-PC시대를 주도할 차세대 기술 및 제품이 극히 불확실하였고, 복수의 기술표준 및 제품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Intel은 약 300여 개에 달하는 인터넷 및 통신 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분출자를 단행하였다. 이를 통해 인텔은 자사의 기술 및 제품을 위협하는 와해적 기술을 개발 중이거나, 보완적인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 그리고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두루 지분 출자를 함으로써, 전략적 투자자로서 유리한 입장에서 기술 개발 관련 정보를 확보함은 물론 가치있는 기술개발이 현실화되었을 경우 생산, 판매등의 우선권을 확보하거나 아니면 더 나아가 출자한 기업의 인수합병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리얼 옵션 전략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시장에 비교적 일찍 뛰어 들어 미래에 게임을 벌일 수 있는 여지는 확보하되 성급한 풀 베팅은 자제하는 단계적인 투자전략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초기 시장 진입을 통해 대규모의 잠재적인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은 열어 놓지만, 실패시의 리스크는 줄이는 것이 리얼 옵션 전략의 장점이다. 


최근 IT산업등에서 한국기업들은 미래추종자 내지 기술모방자의 입장에서 벗어나서 미래를 선도하기 위한 표준 경쟁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 들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모든 기술 및 제품을 내부 개발하거나 성급하게 풀 베팅을 하는 것은 위험성이 높으므로 복수의 국내외 유망 벤처기업에 전략적인 지분 출자를 하는 리얼 옵션적 투자를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의 일부 대기업은 기술 및 판로 확보등을 위해 세계 굴지의 대기업을 인수하였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하였다. 반면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Qualcomm사가 초창기에 한국의 모 대기업에 전략적 지분 출자를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의 선도기업들이 해외에서의 선진 기술, 특히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원천기술의 확보를 원한다면, 국내외의 유망한 벤처 기업들에 전략적인 지분 출자를 하는 것이 불확실성하에서의 효과적인 전략적인 사고일 수 있다. 




작성일: 200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