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매경이코노미 경영에세이 ‘기술 표준 선점해야 산다’ (2003년 12월 17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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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기업들은 주로 조립형 제조업에서 이미 개발된 기술을 모방하고 개선해 나감으로써 국제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고부가가치, 고기술분야로 제품구조를 업그레이드 시켜 나갈수록 로열티 지급이 확대되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해 왔다. 특히 한국의 수출 주력 상품인 전자 및 정보통신산업에서의 기술 무역수지 적자 증대 추세는 심각한 수준이라, 2001년의 경우 기술수출 규모가 1억4000만달러인 데 비해 기술로열티지급금액은 18억달러를 넘었다. 더욱이 한국이 주력하고 있는 정보통신산업 등지식기반산업에서는 초기에 산업의 표준이 되는 원천기술(특허)을 장악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장기간 고이윤을 향유하는 반면, 초기 경쟁에서의 패자나 후발진입기업은 시장진입이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는 소위 승자독식 내지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기업으로서는 이제전략의 패러다임을 원천기술 확보 및 표준 장악으로 전환하지 못 할 경우 생산기술 등 우리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 응용기술 분야에서 급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는 중국 등에 추월당해 국제경쟁에서 낙오자가 될 수 있는 심각한상황이다. 이와 같이 21세기에 들어와 승자독식의 표준전쟁이 가속화되면서 유럽, 미국, 일본에서는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선점적으로 개발된기술을 시장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국가 및 기업 차원의 노력이 한층 강화되고있다. 반면, 한국은 이에 대한 인식이나 기반 투자가 아직 상당히 미흡한 것이현실이다. 연구소를 보유한 기업의 약 90%가 표준화 관련 예산이나 전문 인력이 없고, 단지 4%만이 국제표준화 관련 회의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최근의한 설문조사 결과는 한국기업의 표준 확보 노력이 매우 미흡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21세기 글로벌지식기반경제에서 한국경제와 기업이 국제경제력을 높이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국가나 선도적 대기업 공히 이와 같은 원천기술 확보와 글로벌 표준 장악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해 이를 경쟁력을강화하기 위한 국가정책 및 기업전략의 핵심에 위치시켜야 한다. 물론, 기초기술 기반이 아직 취약하고 절대적인 R&D 투자규모가 작은 우리 현실에서 원천기술 개발 및 표준 확보는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원 투자가 필요하며 실패확률도 높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따라서, 국가 내지 기업차원에서 중점적으로육성해야 할 분야를 엄선해 한정된 자원을 집중시키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필요하다. 우리가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일부 신생 정보통신 부문이 가장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판단된다. 이러한 분야에서 선도적인 한국기업들은 제품기획 및 연구개발의 시작단계에서부터 표준경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방향으로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 또한 국내의 기초기술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반이 강한 구미 국가나 러시아, 인도 등에국외연구소를 설립함으로써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도 산학연 협동 시스템을 강화하고 대학 및 정부 출연 연구소가 이 같은 원천기술 및 표준 확보 경쟁에서 기업체와의 유기적인 연계 하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 R&D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97년 경제위기에 직면한 후 우리는 150조원 이상을 구조조정에 투입해 왔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주요한 목표가 국가 및 기업차원의 국제경쟁력의 회복에 있었다면, 원천기술 및 세계표준 확보를 위한 투자 역시 장기적인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가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이와 같은 원천기술 및 세계표준 확보는 힘든 과제이기는 하나, 한국이 세계표준의 일부를 장악한 MPEG4의 예에서 보듯이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다. 중국의급속한 추격에 직면한 우리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http://news.empas.com/show.tsp/20031211n02922/


작성일: 200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