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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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룰이 바뀌었다…韓 기업 추격자 전략으로 못 버틴다"
2030 글로벌 아시아 시대 `한국 기업의 길` 제언 쏟아져
남의것 베껴선 시장진입 못해 자기만의 기술로 선점이 중요
기존 기업문화에 유연성 더한 `양손잡이 조직`으로 변신해야
주요사업 분리한 SK이노처럼 분사 등 경영전략 재조정 시급
"게임의 룰이 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기술을 갖고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과거 한국 기업은 빠른 추격자 전략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 이제는 '판'이 바뀌었다. 기술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 자가 전체를 독식하면서 추격자 전략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서울 연세대에서 개막한 '제23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에 대비하기 위한 여러 제언이 쏟아졌다. 결론은 명확했다. 한국 기업이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글로벌 아시아 시대에 한국 기업이 '완벽한 변신(perfect change)'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송 교수는 "21세기 초반 4차 산업혁명 등장, 아시아 신흥 시장 부상,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장점인 빠른 추격자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지식 기반 시대로 접어들면서 남의 것을 베껴서 시장에 진입하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반의 산업이 추격자를 허락하지 않는 '승자독식'의 특징을 갖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았다. 송 교수는 "시장 선도자로 변하기 위해서는 혁신역량과 전략적 민첩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조직 효율성을 추구하는 '오른손잡이 조직'과 함께 다양성, 개방성, 유연성, 소통을 중시하는 '왼손잡이 조직'을 구축해 '양손잡이 조직'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학회는 올해 융합학술대회 주제를 '글로벌 아시아 시대의 제2창업'으로 정하고, 10년 후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시대를 지금부터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1990년대에는 미국 일본 유럽이 전 세계 국가총생산(GDP)의 60%를,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이 40%를 차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이 비율은 50대50으로 균형을 이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2030년 아시아 국가가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미국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세계 최대 시장이 인근에 있다는 것은 절호의 기회지만 함께 성장하지 못하면 한국이 아시아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생존을 모색해왔던 한국 기업 앞에 또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닥친 셈이다. 박영렬 한국경영학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한국 기업은 대변혁기에 선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전개될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을 예견하고 민첩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급변할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기업들이 경영전략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세진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에서 '복합기업'이 사라진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합기업이란 서로 다른 업종 간 합병으로 만들어진 기업을 뜻하는데 미국의 GE를 비롯해 한국의 삼성, 현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장 교수는 "자본시장의 감독 강화, 본업에서의 경쟁 심화가 일어나면서 기업 분할이 이뤄지고 있다"며 "기업 분사가 기업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사례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이 같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SK가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물적분할을 통해 석유화학과 배터리를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 교수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2000년대부터 나왔는데 메모리에 치중하면서 성장하지 못했다"며 "20년 동안 하지 못했던 분야를 키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한 만큼 파운드리 사업을 분할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http://www.mk.co.kr/news/economy/view/2021/08/796708/
작성일: 2021-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