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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뉴 노멀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매일경제 2013년 5월 23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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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는 소위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통해 수출시장에서 새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런 측면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내수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한 뒤 수출 1위 품목으로 등극한 석유제품과 국내 주요 정유기업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은 총 567억달러를 기록해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을 제치고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정유업이 운송비 비중이 높아 내수산업으로 분류되어 왔고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점에서 석유제품이 수출 1위가 된 것은 큰 의미 있는 쾌거다. 실제로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 정유업은 전형적 내수산업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 꾸준히 수출을 늘려 온 결과 2004년 처음으로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했고 이후 8년 만에 수출을 5배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이러한 쾌거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이 값싼 벙커C유를 원료로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생산하는 고도화설비에 집중 투자한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출 통계를 보면 항공유, 경유,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가 석유제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5% 수준에 달한다. 고부가가치 경질유 중심의 수출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2007년 이후 정유사들은 고도화설비 투자에만 11조원 가까운 돈을 투입했다. 또한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 공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과 세계 최고 수준의 운전 노하우, 공정기술력을 바탕으로 탁월한 원가경쟁력도 확보했다. 여기에 국내의 까다로운 환경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세계 최고 품질 수준의 탈황 석유류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수출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품질과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결과 최근 수출 지역 다변화에도 성공해 주력 시장인 동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EU 등의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석유개발 사업 확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SK의 경우 정유사 중 최초로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서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특히 2012년 SK의 석유개발 영업이익률은 무려 54%로 전사 영업이익률 2.3%의 20배가 넘어 전사 영업이익의 31%를 차지하는 효자 사업이 됐다.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 개발권 인수로 시작된 SK의 석유개발 사업은 2004년 해외 석유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부문을 신설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돼 왔다. 그 결과 현재 16개국에서 25개 광구 및 4개 LNG 프로젝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석유개발 사업을 전개 중이다. 특히 페루 LNG사업의 경우 유전개발에서 가스생산, 수송, 수출을 포괄하는 수직적 계열화를 달성했다. 지난해 브라질 광구 매각을 통해 24억달러를 회수한 것도 국내 민간기업이 거둔 자원 개발 성과 중 가장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 성과는 저성장 시대 새로운 성장동력을 갈구하는 한국 경제와 기업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제조업과 수출이 여전히 중요한 우리 경제이기 때문에 고도화설비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품질ㆍ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어 수출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으로 급격히 끌어올린 정유사들의 사례는 큰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석유개발 사업까지 가치사슬을 확장해 원료의 안정적 확보와 함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SK의 사례는 한국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국내외 경제의 저성장,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하게 혁신해 성공적으로 난관을 극복해 내기를 기대해 본다



작성일: 2013-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