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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조선일보 송재용 교수의 개방적 혁신 관련 칼럼 모음 (2011년 10월 27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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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26/2011102602842.html


[제 1 칼럼] 이젠 '개방적 혁신'이다… 닌텐도처럼


게임 '위'의 핵심기술은 원래 유럽 반도체 회사의 것, 닌텐도가 과감하게 채택해 대박

P&G도 신기술 절반 이상을 외부서 얻어 내부 역량과 결합… 6년 만에 매출 73%나 늘려

 

▲ 닌텐도의 캐릭터 '마리오' 최근 선도적 한국 기업에 창조 경영이 화두로 부상했다. 창조 경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기술·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내는 창조적 혁신을 지향한다. 한국 기업은 선진 기업이 개발한 기존 제품을 모방하거나 라이선스를 받아 경쟁자보다 원가를 낮추거나 품질을 개선하거나 새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경쟁하는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최근 많은 기업이 주력 산업의 원가 경쟁력에서는 중국에 추월당하고, 제품은 범용화돼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애플과 MS 등의 특허 관련 공세에서 보듯 선진 기업은 지적재산권과 기술을 무기화해 한국 기업을 견제하고 로열티 수입을 챙기고 있다. 자연히 '빠른 추종자 전략'에서 '시장 선도자 전략'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해지면서 창조 경영이 한국 기업의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빠른 추종자 전략에 적합한 역량과 경영 시스템, 조직 문화를 구축해 왔던 한국 기업이 창조 경영에 적합한 새로운 역량, 경영 시스템, 조직 문화를 단시간에 갖추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이 때문에 창조적 혁신에 필요한 지식을 조직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광범위하게 구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바로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이다.


개방적 혁신을 통해 혁신적 상품을 개발,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 사례로는 닌텐도의 '위(Wii)'를 꼽을 수 있다. '위'의 핵심 기술은 몸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동작 인식 기술인데, 이것은 사실 닌텐도가 자체 개발한 기술이 아니라 유럽 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스토리닉스가 개발한 기술이다. 다른 회사의 혁신적 센서 기술을 닌텐도가 과감하게 자사 게임기에 채택해 대박을 낸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P&G의 제휴개발(C&D·Connect & Develop)을 들 수 있다. 세계 최대 소비재 업체인 P&G는 연구개발(R&D) 투자에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써왔다. 하지만 폐쇄적 혁신 시스템에 의존한 나머지, 혁신적인 신상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C&D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했다. P&G는 신제품과 신기술 아이디어의 절반 이상을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는 외부 전문가 집단, 벤처기업 등으로부터 구한 다음 이를 내부에 축적된 역량과 결합함으로써 혁신적 신제품의 양과 질, 속도를 모두 높였다. 그 결과, 신제품 개발부터 출시에 이르는 기간을 2년에서 1년 이내로 줄이고 연구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률을 2배 이상 높였다. 2001년 이후 6년 만에 매출을 73%나 늘렸다.



 

▲ 서울 홍익대 앞 게임카페에서 젊은이들이 닌텐도의‘위(Wii)’를 즐기고 있다. 이 게임은 닌텐도가 자체 기술이 아닌 유럽 반도체 회사의 동작인식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대표적인 개방형 혁신의 성공사례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애플 아이폰의 경쟁력 핵심인 '앱스토어'도 개방적 혁신의 사례다. 애플은 40여만개에 이르는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을 외부 개발자로부터 제공받음으로써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또한 부품을 삼성전자 등 한국·일본·대만의 실력 있는 기업들과 협업해 확보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창조 경영은 현 단계에서 한국의 선도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시대적 명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제한된 지식 기반과 폐쇄적인 조직 문화, 경영 시스템으로는 창조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 기업은 창조적 혁신을 통해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방적 혁신 도입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기업이 대학이나 연구소, 개인 발명가 등 외부의 기술과 지식을 받아들인 뒤 내부 역량과 결합시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




[제 2 칼럼] 무조건 외부기술 수혈 땐 '껍데기 기업' 전락… 내부 역량 고려, 잘 선별해야


'개방적 혁신'의 성공 조건

개방적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외부에서 확보해야 할 기술을 잘 선별해야 한다. 개방적 혁신으로 전환하더라도 모든 기술을 외부에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개방적 혁신을 통해 모든 기술을 외부에서 도입하려 했던 기업 중에는 결국 껍데기만 남은 기업으로 전락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경쟁력의 핵심인 원천 기술이나 내·외부 지식을 결합해 신제품·신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 등은 내부적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반면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일 경우 과감하게 밖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둘째, 개방적 혁신에 성공하려면 외부 도입 기술의 내재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P&G가 개방적 혁신에 성공한 것도 핵심 기술을 철저히 내재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감자칩 스낵인 '프링글스'에 프린트하는 기술은 이탈리아에서 확보한 기술을 1년여 내부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내재화해 자사 기술로 변환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셋째, 공정한 분배 룰이 필요하다. 개방적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선 실력 있는 외부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산업 생태계에서 상생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애플은 수익금의 70%를 애플리케이션 제공자에게 주는 공정한 분배율을 적용함으로써 좋은 개발자의 전폭적 협력을 끌어냈다. 반면 외부 파트너에게 공정한 대우를 해 주지 않는다면 좋은 개발자 확보에 실패하여 결국 개방적 혁신도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넷째, 전략적 지분 출자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개방적 혁신을 위해 유망 벤처기업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업체들은 유망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한 벤처기업에 지분 출자를 함으로써 신약을 확보했다. 인텔은 2000년대 초반 300여 벤처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분 출자를 통해 인텔의 경쟁력에 핵심이 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확보를 도모했다. 






작성일: 2011-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