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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매일경제 칼럼 "중국에 따라 잡혀 주저앉을 것인가" (2009년 9월 17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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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487183


필자는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중국 저장대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 기조 강연자로 선정되어 중국을 다녀왔다. 


주최 측이 요청한 주제는 `하이테크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 추격 및 혁신 전략`이었다. 필자가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의뢰로 한국과 대만 하이테크 산업의 기술 추격 내지 캐치업(catch-up) 전략에 대해 연구하였기에 초청을 받은 것이다. 


한국 선도 기업들이 과거 기술 추종자에서 혁신 선도자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으며 특히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 랭킹에서 작년에 2위를 차지했다고 자랑하면서 강연을 끝맺었다. 그러자 저장대 경영대학장이 최근 중국 기업들도 미국 특허 출원이 급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Huawei)가 4세대 통신기술인 LTE 관련 미국 특허 출원에서 선두권에 있고 BYD는 세계 전기자동차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자랑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필자는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섬뜩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이 현재 앞서 있는 하이테크 산업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자신감이 짙게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로 미국이 심각한 타격을 받은 반면 중국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2050년까지 미국을 추월하여 국내총생산(GDP)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번 경제위기로 인해 추월 시기가 대폭 앞당겨져 2020년대에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주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급속히 기술ㆍ자본 집약적 분야로 산업구조 고도화를 시도하고 있어 IT, 자동차, 조선 등 한국 주력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질 것이다. 이러한 산업에서 한국이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제품과 기술을 모방하고 품질과 원가 효율성을 높여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였듯이 중국도 동일한 전략으로 우리를 급속히 추격해 오고 있다. 


한국이 그 과정에서 기술 라이선싱을 넘어서서 외국에 유학한 후 선진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한국계 인재를 대거 유치하는 한편 집중적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선진 기업을 추월했듯이 중국도 외자기업에 기술 이전을 요구하면서 유학 후 선진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국계 인재 유치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더욱이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경제위기 와중에 구조조정 매물로 나온 선진 기업들을 대거 인수함으로써 선진 기술과 브랜드를 확보하는 전기로 삼고 있어 중국의 추격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은 중국의 거센 추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선 한국 선도 기업들은 빠른 추종자 전략에서 탈피하여 지식기반 고도화와 혁신, 창조경영을 가속화함으로써 세상에 없는 제품, 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는 시장ㆍ기술 선도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또한 한국이 주력하고 있는 산업 분야가 모듈화된 제품 특성을 지니고 있어 기술적 모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므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여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직 중국 기업과 제품 브랜드 이미지는 한국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화를 보다 촉진하여 글로벌 네트워크상에서 혁신과 인재 확보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천 기술과 브랜드 등을 확보하기 위한 선진 기업 인수ㆍ합병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의 최대 강점이었던 의사결정과 실행의 스피드를 높이는 노력도 꼭 필요하다. 캐치업이 되느냐는 결국 속도 문제기 때문이다



작성일: 2009-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