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미주 중앙일보 [한주를 열며] 칼럼'歸去來辭' (2001년 6월 2일)

Date2024-10-06

View 22

본문

필자는 10년 간의 미국생활을 마감하고 이 번 여름에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정도 들고 생활도 편해 졌기에 귀국을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더욱이 최근 한국의 사정이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가 단기간에 개선이 될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다 보니, 한국과 미국의 지인들은 귀국을 축하하기보다는 오히려 필자의 결정에 대해 의아해 하며 걱정을 하거나 만류를 하는 반응이 많았다.


이러한 반응에 필자는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교수로 임용된 대학은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이기에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금의환향이라고 축하인사 받기 바빴을 텐데, 이제는 심지어 필자를 뽑아 준 대학의 교수들 중 몇 분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도대체 아이비리그에 속한 명문대의 교수직을 박차고 더욱이 연봉도 30%이하로 깎이면서 왜 이 시점에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하냐고 이야기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명문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어 미국의 유수대학으로부터 귀국한 젊은 교수들 중 일부가 미국으로 돌아오거나 고등과학원등으로 이직하는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들만이 아니라 능력 있는 기술자나 전문직 인재들의 탈한국붐도 가속화되어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금년에만 약 8천명이 H1비자를 받고 미국으로 취업을 할 예정이라고 고급인력의 이탈을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주재원들 중 사표를 내고 미국에 남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필자도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과연 귀국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가족과 친구가 그립고, 또한 필자가 보람을 느끼면서 기여를 할 여지가 한국사회에서 더 많다고 생각했기에 귀국결심을 굳혔다. 


필자는 유학생이 미국에서 직장을 잡아 남아 있거나, 아니면 한국내의 고급인력이 미국으로 이주하여 능력을 발휘하고 경험을 쌓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위해 도움이 되는 면도 많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지난 4년 간 미국대학에서 교수로 강의와 연구에 전념하면서 한국에서 잘 활용될 수 있는 좋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전의 글에서 여러 번 강조하였듯이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고급인력의 양성과 확보와 더불어, 실리콘 밸리등 세계를 선도하는 지역과의 인적(人的)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여 최신기술과 정보를 빨리 입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필자가 지식기반산업에서 대만을 포함한 중국의 저력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도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능력 있는 중국계 인력이 부지기수이고 이들 중 상당수가 언젠가는 귀국하거나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제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보다 살기 좋은 나라로 탈바꿈한다면, 그리고 고급인력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준다면, 미국의 한국계 고급인력들은 다시 귀국을 하던가 어떤 식으로든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고 미국에서의 경험이 오히려 한국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지식기반경제에서는 한 사람의 창의적이고 능력 있는 인재가 과거 산업사회에서 생산직근로자 수천 명이 창출했던 부가가치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흔히 말한다.


인재들이 한국을 빠져 나오는 현상은 인재들이 창의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관료주의적인 규제와 능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인센티브의 결여에도 그 한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의 위화감 내지 형평성, 연공서열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더불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식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 내지는 자기와 다른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을 용납 못하는 풍토도 이제는 고쳐야 할 때다. 


필자는 왜 귀국하느냐는 질문에 이제는 재미없는 천국보다는 재미있는 지옥이 나을 것 같아 귀국한다고 받아넘긴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이 재미있는 천국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하며, 미력이나마 일조를 하고자 한다. 


동포들도 한국이 잘 되어야 미국에서도 더 대접을 받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시면서 한국이 재미있는 천국이 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지난 1년 9개월 간 이 칼럼에서 필자의 재미없는 글을 읽어 주신데 감사 드린다. 


송재용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http://ny.joongangusa.com/Asp/Article.asp?sv=ny&src=opn&cont=0000&typ=1&aid=20010602152202100101


작성일: 200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