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재용 교수님의 칼럼 및 기사

매경이코노미 경영에세이 '서울대 폐지는 반시장행위' (2004년 7월 21일)

Date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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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 폐지론 내지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글로벌 지식기반경제라는 메가 트렌드하에서 경쟁력 문제를 연구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논란은 주요한 관심사이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는 혁신을 통해 가치 있는 지식을 창출해 내는 것이 첨예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하에서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첩경이다. 또한, 다수의 균질인재가 필요하였던 산업혁명시대에 비해 지식기반경제, 특히 그 중핵으로서의 생명공학, IT산업등 지식기반 하이테크 산업이나 컨설팅업, 투자금융업과 같은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에서는 소수의 뛰어난 핵심인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최근 국내외 선도기업들은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국적을 불문하고 전세계에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 (war for talents)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지식기반경제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보다 수준 높은 연구와 교육을 통해서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와 같은) 차별적인 지식을 창출하고 뛰어난 역량을 갖춘 핵심인재를 길러 내는 연구중심대학 및 엘리트양성소로서의 선도적 명문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필자는 세칭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군인 아이비 리그에 속한 Columbia대에서 수년간 교수를 하였는데 여기에서 보고 느낀 것은, 산학협동 및 기초연구의 중심으로서, 엘리트교육의 산실로서 명문대학들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이끌어 가는 진정한 힘이고 그 중요성은 지식기반경제에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우리가 첨예한 글로벌 경쟁하에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강한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이러한 강한 기업들은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과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만 할 것이다. 최근 IT산업에서 삼성전자등이 세계적인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였지만, 원천기술이 아직 별로 없어서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기술무역수지적자가 늘어만 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일류 인재 및 기초기술의 공급자로서의 대학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일, 중은 물론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 (심지어 북한까지도)가 연구와 교육 양 측면에서 공히 선도적 대학군을 육성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자원도 이러한 선택적인 명문대학으로 보다 많이 배정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최근의 논쟁에서 우리가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점은 지식기반경제시대의 글로벌경쟁하에서 대학을 어떻게 구조조정하고 육성하는 것이 글로벌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글로벌 지식기반경제 시대에 지식 창출 및 이전의 주체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대학에 대한 정책이 파행적인 입시 및 중등교육 문제의 해결, 또는 소위 학벌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만 구상된다면 그것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옳지 않은 발상이라고 본다. 


오히려, 글로벌 지식기반경제에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한정된 자원을 보다 집중하여 소수의 세계적인 선도대학군을 육성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같이 강한 기업이 여럿 더 나와야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듯이, 서울대와 같은 대학이 복수로 더 육성되어야 국가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서울대를 없애거나 약화시키기 보다 사립 명문대학들이 재원을 대폭 확충하여 서울대와 경쟁을 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한정된 교육 자원을 생각해 볼 때 경영전략의 핵심 개념인 ‘선택과 집중’의 원리가 고등 교육에도 보다 강하게 적용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작성일: 2004-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