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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교수님의 다양한 소식
송재용 교수님의 다양한 소식
Date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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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도 논문 작업 등으로 예외없이 연초에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2월 20일이 되었네요. 2월 15일에 열린 연구실 제자들과의 모임에서 왜 2019년의 회고 글은 안 올리느냐는 제자의 채근에 정신이 들어서 이제서야 글을 올립니다.
매년 비슷한 이야기를 적지만 2019년 역시 다사다난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국가적으로는 기뻤던 일보다는 아쉽고 화가 나는 일들이 많았던 한 해였구요. 한국 경제는 중국의 부상으로 보다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위기 심화와 저출산 고령화, 잠재 성장율 저하 등으로 인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보다 악화되고 일본형 장기 불황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엄중한 상황인데도 정부 정책은 규제 개혁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와 노사정 대타협을 기반으로 한 노동 개혁과 같은 근본적인 구조 개혁은 도외시하고 최저 임금의 과도한 인상 등 기업 경쟁력을 오히려 저하시키고 특히 정책의 주된 목표와는 정반대로 실업 문제와 소득 불균형마저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서 경영/경제 전문가의 입장에서 자괴감 내지 좌절감이 심해진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작년도 경제성장율이 겨우 2%에 턱걸이하여 2년 연속 미국에 뒤졌고 심지어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명목성장율이 일본에도 뒤진 한 해가 되어 한국 경제의 후진이 수치로도 증명된 한 해였습니다. 이 또한 정부의 집중적인 재정 투입으로 겨우 이루어낸 성장으로 민간의 설비투자는 8% 감소하여 민간 부문의 경제 성장 기여분은 2% 중 1/4인 고작 0.5%에 불과하였습니다. 한국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는 급증하는 한편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는 줄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탈 한국이 본격화되어 우려가 더욱 커지는 한 해였습니다. 이로 인해 청년 실업이 더욱 심화되는 한편으로 제조업의 투자 감소와 해외 이전으로 40대 실업도 급증하는 등 민간 부문의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투입으로 겨우 공공부문 일자리와 노년층의 아르바이트 수준 일자리를 늘려 실업률 통계를 그나마 유지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안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과 전기 자동차 시대의 도래로 인해 향후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 중의 하나인 원전 산업 생태계가 급격히 와해되고 있는데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께서 작년 초에 용기있게 지적하였듯이 한국은 풍력, 태양광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그리 적합하지 않은 기후 여건인데다가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상당기간 원전을 기저 전력원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미 수천억원의 돈이 들어간 신한울 3, 4호기의 공사를 재개하여 원전 생태계를 일정 기간 유지하자는 최소한의 주장마저도 귀를 닫아 버리는 경직성에 좌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결과 그제 두산중공업이 희망 퇴직 형태의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원전 분야 최대 기업인 두산중공업이 이렇게 어려운 지경이라면 원전 생태계의 또 다른 축인 중소 부품, 기자재 업체들은 줄도산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송영길 의원이 지적하였듯이 원전 수출은 고사하고 앞으로 수십년 더 사용해야 할 기존 원전의 안전성마저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의 원전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데 정부는 한국에서는 탈원전하면서 한국형 원전이 세계 최고이고 안전하다고 수출을 계속 추진하고 있으니 블랙 코미디 같은 기가 막힌 현실입니다. 더욱이 세금으로 한전 적자를 메꾸어 주지 않는 이상 전기료의 대폭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고 미세먼지의 주 배출원 중 하나인 화력 발전에 지속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수 밖에 없어서 정부의 고강도 미세먼지 저감 정책과도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라 더욱 안타깝습니다.
2020년에는 제발 정부가 이념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경제 및 경영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서 족보도 불분명한 소주성 정책은 성장 정책이 아닌 분배, 복지 정책으로 전환시키는 한편으로 이번 정부가 추구하는 또 다른 축인 혁신 성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경제 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획기적인 규제 개혁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떻게 거대한 미국이 2년 연속 한국보다도 빠른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지, 또한 경제 측면에서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유럽의 병자였던 프랑스가 어떻게 마크롱이라는 비전과 용기를 갖춘 젊은 지도자 (원래 올랑드 사회당 정권의 장관이었습니다)를 만나 기업 친화적인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해서 급속히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는지를 현 정부는 곱씹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경제는 정권의 문제도 아니고 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기에 정부 정책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경제 논리에 입각하여 수립되어야 합니다. 중남미의 아르헨티나나 베네주엘라가 잘 보여 주듯이 포퓰리즘과 재정 건전성을 무시하는 지나친 확장 재정은 선거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서 경제를 근본적으로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라도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해서 민간 부문 투자와 신성장 동력 창출을 통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사고의 근본적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최고의 복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인데 세금을 기반으로 한 공무원 일자리의 증원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에 결국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것이 정도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제가 요즈음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기에 앞에 사설이 너무 길어졌네요. 이제 제 이야기를 좀 해 보면 2019년은 한편으로는 세계 최대의 경영학회인 Academy of Management의 International Management Division의 집행 위원 겸 Program Chair로 봉사하면서 10개가 넘는 연구 프로젝트를 동시 다발적으로 수행하느라고 여전히 바쁜 한 해였습니다. 특히 연초에는 프로그램 체어로서 무려 500개가 넘는 논문과 프로포절을 심사하고 conference program을 구성하느라고 매우 바빴습니다. 민병준 조교와 많은 제자들이 잘 도와 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은 제자를 많이 둔 덕을 톡톡이 본 한 해이기도 하였구요.
작년 말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으로 선출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습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은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서 선출된 이공계 석학들이 대부분이어서 경영학자인 저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는데 추천을 받아 금년에 정회원으로 정식 임명된 24분 중 한 명이 되는 영광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innovation 관련 연구도 많이 해 왔기에 추천을 받고 선출이 된 것 같습니다. 한림원의 여러 학부 중 정책학부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과학 기술 발전에도 조금이나마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년에는 top 저널에서 논문이 게재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Arizona State University의 교수로 있는 제자 채희원 교수와 공저한 논문이 전략 분야 top 저널로 FT와 UT Dallas 리스트에 공히 등재된 저널인 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서 수정 후 재심사 (Revise & Resubmit; R&R) 판정을 받아서 매우 기뻤습니다. 또한 제자인 묘우철 교수와 NYU의 Robert Salomon 교수와 공저한 논문이 매니지먼트 분야 top 저널로 FT와 UT Dallas 리스트에 공히 등재된 Organization Science에서 무려 5회에 걸친 수정 후에 드디어 어제 최종 accept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정말 기뻤습니다. 또한 제자인 UIUC 박사과정 서은광 학생과 UC Berkeley 박사를 졸업하고 작년도에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 교수가 된 강효석 교수와 공저한 논문이 국제경영 분야 top 저널로 FT와 UT Dallas 리스트에 공히 등재된 저널인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JIBS)에서 두 차례 R&R을 거쳐 moderate revision 심사 결과를 받았기에 OS 논문에 이어 조만간 또 다른 accept 소식이 들려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UC Berkeley에서 박사를 받고 현재 상하이과기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유진 박사와도 논문 작업을 진행 중에 있는데 상반기 중에 Management Science에 투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London Business School에 작년도에 교수로 부임한 제자 장성용 박사와 공저한 논문들도 Management Science에서 R&R을 하다가 reject 된 아쉬움을 딛고 금년 중에 top journal에 투고했거나 투고할 계획입니다. 금년도에도 제자들과의 논문 작업으로 계속 바쁠 것 같습니다만 제자들과의 논문 작업이야말로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UNC Chapel Hill Atul Nerkar 교수와 Rice대 Prashant Kale 교수와 공저한 논문,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SMU) 조윤옥 교수와 공저한 논문 등이 현재 심사중이거나 조만간 저널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서울대 박사과정을 졸업한 제자들과 공저한 논문들도 국내외 저널에 투고하였거나 할 예정입니다.
작년에는 기존 논문에 대한 인용 횟수도 꾸준이 증가하여 Google Scholar 에서 합산된 인용 횟수가 오늘 현재 4200회에 육박했습니다. 특히 2002년도에 출간된 Management Science 논문은 인용 횟수가 1100 회를 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교수로서 가장 기쁜 일은 우수한 학생들을 지도하고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보는 일입니다. 작년에도 제자들의 선전이 이어져 Michigan에서 박사를 취득할 예정인 이새롬 군이 제 모교인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Wharton School에 교수 임용이 확정된 것은 제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보고 싶은 것이 제자들이 청출어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로서 제 제자들이 London Business School (영국), HEC Paris (프랑스), McGill (캐나다),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싱가폴), Shanghai Tech (중국), Arizona State University, Carnegie Mellon, Georgia Tech, Salem State University, Seattle University, Tulane University, USC, Wharton (미국), 한양대 (한국) 등 미국 동/서/남부는 물론 전세계에 포진하게 되어 해외 출장 갈 때 제자와 상봉하는 기쁨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또한 제 지도하여 북경대 출신의 조선족 박사 과정 학생이었던 김초월 학생이 작년 8월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되어 제 기쁨은 더욱 커졌습니다. 다만 반값 등록금과 저출산 고령화 등의 여파로 한국의 교수 job market이 너무 위축되어서 최근 서울대에서 박사를 취득한 제 제자들이 대학으로 못 가고 있어서 너무 속상합니다. 21세기 지식기반경제 시대에 대학이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데 정부와 정치권에서 이를 경시하는 것이 화가 날 정도입니다. 반값 등록금 정책을 10년 이상 지속한다면 당연히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으로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을 대폭 증가시켜 주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니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계속 저하되고 있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여기에 탁상공론적인 강사법을 시행하여 박사 졸업 후 시간 강사 길까지도 사실상 막아 버리니 어의가 없을 지경입니다. 교수가 되려면 강의 경험이 필요하고 교수 될 때 까지 경력 관리와 생계 유지를 위해 시간 강사는 해야 하는데 박사 졸업 후 최소 3-5년 정도는 강사법 적용을 유예하는 등의 최소한의 예외 규정도 없이 졸속으로 강사법을 밀어 부치니 말입니다. 하기야 예외 없는 52시간제 강행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기업의 해외 탈출과 고용 감소를 촉발하는 등 경직된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한 두 건이 아닌 상황이니 강사법의 예외 규정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인 것도 같습니다. 아무리 정책 취지가 좋아도 현실에 맞추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접근해야 부작용을 줄이면서 정책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요즈음 정부의 여러 정책 실패 사례에서 다시금 깨닫는 현실입니다.
어쨌든 매년 글에서 반복해서 적고 있듯이 제 지도하에 석박사과정에서 한국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저는 정말 행복한 교수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우수한 인재들을 보다 잘 training 시켜서 세계적인 학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제자들과 공저한 논문들이 top journal에 게재되거나 R&R을 받고 있고, 더 많은 제자들, 특히 유학파 제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계속 깊은 인연을 이어 가고 있어서 매우 기쁘고 보람있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래 게시되어 있는 "서울대 사람들"의 제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제게 가장 소중한 꿈이 제 연구실 커뮤니티가 20-30년 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전략 분야 학자들을 배출한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박사 6명을 배출함과 동시에 Wharton, MIT (2명), UC Berkeley (2명), Columbia (2명), Michigan (3명), INSEAD, UIUC, Maryland, Minnesota, Toronto, USC, OSU와 같은 해외 명문대에서 제 제자들이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거나 재학 중에 있고 이 중 상당수와 현재도 연구를 공동 진행하고 있기에 제 가장 큰 꿈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1997년 가을부터 교수 생활을 시작하여 2029년 여름에 정년 퇴임을 하게 되니 이미 교수 생활의 반환점을 넘었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아 왔고 제가 기대하였던 것보다 훨씬 이상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 냈습니다. 서울대에서 석학교수가 되었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되고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에 이어 AIB의 Fellow와 AOM의 국제경영분과 차기 회장까지 되었기에 이제 학자로서, 교수로서 제가 더 이루어야 할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인 것 처럼 이제 여행도 자주 가고 독서도 더 많이 하는 등 인생을 좀 더 즐기는 한편으로 계속 열심히 연구와 강의, 학회 활동을 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 2020년의 회고를 쓸 때는 한국 경제를 평가할 때 제발 좀 더 긍정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금년에도 좀 늦었지만 여러분들도 원하시는 바 모두 성취하시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